다음세대를 위한 정치 01 - 위계문화와 꼰대정치

in #kr5 years ago (edited)

다음세대를 위한 정치, 정치권의 세대교체를 우리 사회의 핵심 의제로 만들고자, 이 의제와 관련된 주제들이 떠오를 때마다 브레인스토밍을 하고, 생각을 정리하고, 자료도 모아보려 합니다. 이 공간엔 다소 숙성되지 않은 생각과 자료의 파편들을 올릴 수도 있는데요. 그것대로 공유하고, 또 의견을 나눈다면 생각을 가다듬는 데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꾸준히 써보겠습니다. 여기의 글들이 모여 한 권의 책이 나올 때까지.

어제 '청년정치를 상상하다'는 행사에서 '지긋지긋한 꼰대정치를 끝장내자'는 제목의 발표를 했습니다. 사실 저는 온건하고 비폭력대화를 지향하는 사람이지만, 이날만큼은 다소 과격한 표현을 썼습니다. 그 뿐만이 아니라 여러 파격적인 주장도 했습니다. 청년정치를 주장하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청년정치를 없애기 위해서다, 청년이란 이름이 붙은 직책은 청년을 위한 자리가 아니라고도 말했습니다. 제대로 된 정치라면 국회의원 전원의 나이가 70~80대여도 상관없다고도 했습니다. 미국에선 80세에 가까운 버니 샌더스가 청년의 지지를 받는다고도 소개하며 제가 주장하는 것은 단순히 젊은 정치인 몇 명 배출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가 세대를 가로질러 다양한 사람들의 이해를 반영하는 것이고, 결국 '나이가 중요하지 않은 사회'가 되는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지금 한국에선 젊은 정치인들이 배출돼야 합니다. 태도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죠. 이 말이 진짜 무서운 이유는 태도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한국의 기성 정치인에게 많은 기대를 하기 어려운 점은 그들의 태도 때문입니다. 태도가 꼰대를 만들지, 나이가 꼰대를 만들지 않습니다. 저는 최근 드라마 보좌관을 보면서도 거기서 묘사된 국회의원의 태도가 자꾸 눈에 걸립니다. 보좌진은 물론 모든 사람들을 아랫사람으로 대하는 정치인의 태도가 다소 과장되긴 했어도, 상당 부분 그게 한국 사회의 현실이겠죠.

태도가 중요한 이유는 정치인의 역할과 관련있습니다. 정치는 누군가를 대변하는 일인데, 위계가 몸에 밴 사람은 타인을 이해하는 폭이 좁을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의 정치인이 모든 면에서 그리 수준 이하는 아닙니다. 학습능력, 전문성, 상황을 파악하는 능력, 체력 등은 우리 사회의 최고 수준인 엘리트 집단입니다. 그럼에도 우리의 기성 정치인에게 부족한 능력은 역설적이게도 정치인의 가장 기본적 자질인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입니다. 내가 누구를 대변하고 있는지,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성찰하는 능력도 부족합니다. 성찰의 기반인 '정직'도 갖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청년들이 정치에 불만이 있다면, 정치가 청년들을 위해 작동하고 있는지를 되돌아봐야 합니다. 그게 청년의 불만을 접한 정치인의 첫 반응이어야 마땅합니다. 그런데 우리의 정치인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나요? "우리는 투쟁해서 쟁취했다, 청년들도 징징대지 말고 실력으로 쟁취해라", "청년 비례로 데려온 정치인들이 청년 세대와 소통하려 하기 보단 자기 관심있는 활동을 했다"였죠. 이 논리가 얼마나 엉터리인지는 조만간 하나하나 각개격파하면서 설명해보겠습니다.

위계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잡은 한국 사회에서는 인위적인 조정이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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