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생'이란 용어와 햄버거 카스트
플랫폼 노동에 대해 공부를 해보려, 이 책을 읽고 있습니다.
이 책의 첫 문장, 그 중에서 첫 단어가 제겐 인상적이었습니다.
"알바생이 연차휴가가 어디 있습니까? 직원처럼 문자 보내면 사칭죄로 경찰에 고발합니다"
첫 단어는 바로 '알바생'입니다. 사실 따져 보면 이상한 단어입니다. 왜 알바'생'일까요. 알바+학생의 준말이기 때문이죠. 이 용어는 알바는 직업이 될 수 없단 인식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잠시 알바를 할 뿐, 본업은 학생이란 의미죠.
직업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은 '알바생'이라 불리는 젊은 알바 뿐만이 아닙니다. 실업 상태인 중년 남성, 은퇴한 노인,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이 언제든 뛰어들 수 있는 일자리도 '알바'고 역설적이게도 이들을 차별하지 않는 일자리도 '알바'입니다.
알바라고 불리는 일자리는 과거에 주로 '특수고용직'이란 이름으로 불렸습니다. 특수고용직은 보험판매원, 골프장 캐디, 학습지 교사, 택배노동자 등인데요. 이들은 근로자가 아닌 사업자로서 회사와 계약을 맺었고, 이로 인해 노동권을 보장받을 수 없는 '사장님'이었습니다. 이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할 것이냐가 지난한 논쟁이었고, 십수년간 법원에서도 이를 두고 다퉈왔죠. 판례는 좀 중구난방입니다. 법원이 일관된 판례로 한쪽 손을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사안마다 근로자성을 인정하기도, 인정하지 않기도 하죠.
이젠 이 특수고용직이 '플랫폼 노동자'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진화'란 표현이 적절한지 모르겠네요. 이 책의 저자가 이 부분을 설명한 내용이 인상적입니다. 문장을 그대로 옮겨볼게요.
"기술 발달로 실업자와 백수를 훨씬 더 잘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바로 '플랫폼 노동'이다. 이제 잉여 인력들을 플랫폼이라는 정거장에 대기시켰다가 일감이라는 열차가 오면 태워서 보낸다.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한 100명의 배달기사에게 1초 단위로 배달건수가 도착하면, 그 중 1명이 배달주문을 처리하는 식이다. 지금까지 비정규직을 2년, 알바노동자를 3개월 내지 6개월 단위로 쓰고 버렸다면, 플랫폼 노동은 1초 단위로 쓰고 대기하게 한다. 알바노동이 실업자와 백수를 산업에 끌어다 쓴다면, 플랫폼 노동은 일할 수 있는 모든 사람들의 시간을 끌어다 쓴다. 누구나 남는 시간 동안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하면 노동자가 될 수 있다. 제3노동시장을 근본적으로 뒤바꿀 변화가 오고 있는 셈이다.
이 책을 읽으며 또 인상적으로 다가온 용어는 '햄버거 카스트'와 '맥잡'입니다.
햄버거 카스트란 맥도날드의 30분 동안의 식사시간에 직원들이 직급에 따라 다른 종류의 햄버거를 먹을 수 있단 것을 의미합니다. 일반 크루(직원을 의미)는 '상하이버거'와 '빅맥'을, 트레이너는 '더블1955버거'와 '시그니처버거'를 제외한 메뉴, 매니저는 자유롭게 메뉴 선택 가능하다고 합니다. 직급에 따른 임금 차이가 거의 없어 식사라도 차별을 둬서 직급의 가치를 높이고 있답니다. 햄버거가 일종의 노무관리 수단인 셈인데요. 아이러니하게도 이 햄버거도 직원들이 만듭니다. 회사는 햄버거의 재료비만 대는 셈이죠. 직급이 올라도 임금으로 보상하지 않고, 싼 재료만 들이는 자사의 상품으로 보상하는 셈인데요. 어떻게든 비용을 아끼려는 의도가 보이네요.
또 '맥잡'이란 용어는 국제적으로는 '저임금 일자리'를 가리키는 용어인데요. 한국에선 그나마 법을 지키는 알바 일자리라고 합니다. 다른 곳에선 최저 수준을 정한 '법'조차 지키지 않으니, 법을 지키는 맥잡이 한국의 다른 알바일자리보단 괜찮다는 의미입니다.
알바생과 햄버거 카스트에 대한 내용을 읽으면서, '알바에 대한 세간의 인식'이 '지금의 경제구조를 지탱하는 알바들이 취약한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구조'가 어떻게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지가 드러납니다. 세상은 알바가 직업이 아니라고 인식하고, 실제로 알바는 노동법에서조차 소외되고 권리가 없는 희한한 직종이 되었고, 알바를 낮은 계층으로 인식하는 계급시스템은 알바들 사이에서도 작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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