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너는 거기 없다

in #kr6 years ago

너를 기억하는 내 기억의 왜곡에 대해 할 말이 있다는 건 함께 있었던 순간 속의 누군가가 너였기에 가능하다

지운다고 지워지지 않고 잊는다고 잊히지 않는 선명한 얼룩처럼 너는 결코 왜곡되지 않는 왜곡될 수 없는 부러진 나무의 내밀한 나이테 같아 낯설다

저것 봐 달이 이지러졌어 멀쩡한 낮달을 매섭게 폄훼하던 누이의 저린 손끝은 소금쟁이처럼 동심원을 달무리에 그렸다

그리고 그날 처음으로 바람이 들려주던 이야기를 들었다고 고백했다

다 꾸며진 거야

이야기마저 꾸밈으로 왜곡시키던 누이의 혀끝은 첫사랑의 눈물처럼 매웠는데 그것마저 몹시 안타까웠다

가끔 누이와 첫사랑과 낯선 여자가 같은 버스에서 내리는 거짓말 같은 꿈을 꾸었고 세 사람이 한 사람으로 합체되는 아찔함으로 꿈은 끝났다

그때부터 잠과 꿈이 시간을 통제하는 내 기억은 종잡을 수 없는 왜곡으로 치닫고 끊임없이 변하는 너는 나를 온전히 미치게 한다

상상이 삶을 지배하는 공간의 이질감과 시간의 통로가 되고만 내 사고의 단단한 고착 미워하지 않기 위해 사랑을 택했던 지난날의 어긋난 선택은 부메랑이 되어 곁을 맴돈다

마치 점령자처럼 시간을 옭아매는 너는 나의 또 다른 자아 시간의 왜곡되지 않는 순수를 간직한 마지막 숨결 미끄럼 타며 휘파람 불던

너는 거기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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