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5. <넘버 3> : 곽정환 회장님의 황당한 제안!

in #kr3 years ago (edited)

<넘버 3>가 개봉을 하고,
한 2주쯤 지났을 때의 일이다.

평일의 한가로운 오후로 기억되는데..
항상 그래왔듯이,

“팡세” 창가 자리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며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내 앞으로 누군가..
다가와서 자리를 잡고 앉는 것이다.

고개를 들어보니,
서울 극장의 곽정환 회장님이셨다!!!

곽정환 회장님.jpg

운동 삼아,
극장을 한 바퀴 돌아보시던 중에..

혼자 앉아있는 나를 보고,
들어오셨다고 했다.

뜻밖의 독대에..

놀랍기도 하고, 어렵기도 해서,
우물쭈물- 눈치만 살피고 있었는데..

지금 뭐 하고 있었냐?

다른 사무실 식구들은 어디서 뭐 하냐?

<넘버 3> 현재 스코어는 어떻게 되냐?

영화가 흥행하면, 너도 보너스를 받냐?

이런 질문들을 마구 던지시던
곽정환 회장님은, 급기야..

너는 영화를 왜 하냐?

영화 해가지고,
밥 벌어 먹고 살 수 있을 것 같냐?

이대까지 나온 멀쩡한 딸래미가
영화를 한다니, 부모님도 걱정이 많겠다.

하시더니,
무척이나 황당한 제안을 하시는 거다.

너... 저거나 한번 해볼래?
내가 자리 하나 내줄까?

그것은 바로..

당시, 서울 극장 앞에 즐비했던..
오징어와 군밤 등을 파는 포장마차였다;;;;

포장마차3.jpg

아니, 대체 이 양반이 나를 어떻게 보고!!

속으로는, 어린 마음에..

왠지 무시당한 것 같기도 해서
부글부글- 화가 났지만..

겉으로는, 영화인이니까..

나름 아주 정중하게! 거절을 하고,
스스로 뿌듯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그. 런. 데..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사람들이 모두
나를 엄청 한심하게 쳐다보는 거다.

야~ 이 병신아!
무조건 “고맙습니다” 하고 받았어야지!!!

?????

나중에, 알고 보니..

그런 작은 포장마차 하나하나가
권리금만 수억 원에 달한다고 했고..

심지어 그랜저 타고 출근해서
장사를 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했다;;;

포장마차4.jpg

아뿔싸!

투잡도 가능하거니와..

일단 받아놓고, 어떻게 할지는
나중에 고민했어도 되는 거였는데..

게다가 직업에 귀천이 어디 있으랴....

하지만, 이미 버스는 지나가버렸다..
바부팅이~ 엉엉엉~~~ ㅠㅠ

만약, 그 때 내가 곽정환 회장님의
황당한 제안을 수락했더라면..

과연, 내 인생은.. 달라졌을까...?

문득, 그것이 궁금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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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어요 ㅋㅋ

제 병신력의 시작이라 할 수 있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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