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처음부터 엄마는 아니었다.

in #kr6 years ago (edited)

외갓집 가족 사진이다.
좌측 하단의 어린 여자아이가 우리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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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는 6.25 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12월 9일 (음)에, 부산 동래.
온천장에서.. 2남 3녀 중 장녀로 태어났다.

너무 어려서 그랬던 건지..
아니면 부산이란 곳이 그래도 전쟁의 화마로부터는
안전한 피난처여서 그랬던 건지...
엄마에게는 특별한 전쟁의 기억이 남아있지 않다.

다만, 어린 시절에.. 산으로, 들로 뛰어다니며..
개구리와 메뚜기를 잡아먹곤 했다는...
심지어 쥐도 잡아 먹어본 적이 있다는 추억담을...
마치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의 이야기마냥
희안하게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옛날의 푸세식 화장실 똥통에 빠져서..
아무리 씻어도 거의 한달은 사라지지 않는
냄새 때문에.. 아무도 옆에 오지 않더라는...
그게 똥 독이 올라 고생한 것보다 더 부끄럽더라는..
웃픈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도 난다. ㅋㅋ

엄마는 처음부터 엄마는 아니었다.

그런데도 나는 그 단순한 사실을...
한참을 나이 먹도록 깨닫지 못했었다.

엄마에게도 어린 시절이,
소녀 시절의 꿈이 있었다는 것을...

엄마이기 이전에...
한 여자이자, 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이제야 조금은 철이 들어...
한발짝 떨어져서 ‘엄마’ 라는 사람에 대해,
그 사람의 인생에 대해 생각을 해 보게 되었고...
그런 마음으로 이 사진을 보면.. 그냥 애틋하다.

어쩌면 이런 애틋함이...
내가 여기에 우리 부모님과 가족에 대해...
글을 써보기로 결심하게 된 이유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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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어머님과 동갑이시네요~ 어머니, 엄마 라는 단어만으로도 애틋합니다 :)

그쵸~ 나이를 먹을수록.. 더 애틋해지는 것 같아요...

단기 4289년 9월24일 사진이네요.
부모님의 얘기들을 진솔하게 해주시니 제3자인 내가 참 고맙고 감동적입니다.
부모님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단지 자식들이 부모님의 모든것을 아시되는 시기가 조금 늦고 빠른 차이겠지요.

네. 너무 늦지 않게.. 알고, 깨닫게 되어서..
정말 다행이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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