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사랑과 미움 사이

in #kr6 years ago (edited)

큰집에서.. 큰엄마와 같이 찍은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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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버지가 운영하셨던 목공소 뒤로..
큰집 가족들이 사는 집이 있었는데..

바로 이 마당을 사이에 두고..
왼쪽에는 목공소가, 오른쪽에는 집이 있었다.

사진 오른쪽 뒤로 보이는 작은 우물가엔..
펌프질을 해서 우물을 긷어 올리는
신기한 도구(?!)가 있었는데..

그게 너무 신기하고 재미 있어서..
하루종일 펌프질을 하며 물장난을 치다가..
큰엄마한테 혼이 나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큰엄마..

내게.. 큰아버지가 사랑이었다면..
큰엄마는 엄청난 분노와 미움의 대상이었다.

내가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시절부터..
큰엄마에게 한이 맺혀버린..
할머니와 우리 엄마의 복잡한 감정이..
고스란히 내게 전이 되기도 했거니와..

나중에.. 머리가 커져버린 내 눈에도.. 큰엄마는..
정말 이기적인 욕심덩어리.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할머니가 한 동네에 살고 계셨음에도..
큰집에서는 만난 적이 없고... 할머니를 만나려면..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작은 집엘 가야만 했을까...

명절에 시골로 향하는 우리는 늘.. 언제나 바빴다.

우리 엄마가 도착해서.. 명절 비용을 드려야만..
그제야 비로소 명절 제사를 지내기 위한
준비가 시작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큰엄마는 심지어 장도 전혀 보지 않은 상태로..
우리가 오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곤 명절 내내.. 우리 엄마와 작은 엄마는
정말 종처럼(!!) 일을 해야만 했고...

(특히, 큰엄마는 작은 엄마를..정말 너무 심하게
막 대했다. 어린 내가 보기에도 무안할 정도로;;;;)

그런 모습들이 다 보기 싫으셨던 할머니는..
제사 시간에 맞춰서 잠깐 들르셨다가..
끝나기가 무섭게 돌아가 버리셨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큰엄마는 단 한번도! 정말 백원짜리 하나도!!
우리에게 용돈이나 세뱃돈을 준 적이 없었으며...

그나마도 싸준 명절 음식은.. 나중에 풀어보면..
만들다가 망가진 것들이거나.. (베어먹은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는) 먹다 남은 것들이었다.

그걸 보고, 화가 난 엄마가 “우리가 거지냐.” 라며..
싸온 음식들을 그대로 쓰레기통에 버렸고...

그 후론.. 큰엄마가 싸준다는 음식을..
단호하게 거절하고.. 전혀 받아오지 않았다.

(나중에 알고보니.. 작은 집도 똑같은 경험을
더 많이 했다고 한다. 당연히 그랬겠지;;;;)

나는 늘 궁금했다. 도대체 그 많은,
제대로 된 남은 음식들은 다 어디로 갔던 걸까.. 하고...

간단하게만 얘기해도 이럴지니..
(말로 다 못 할 정도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큰엄마를 미워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
그러다보니.. 사람만 좋은, 그래서 큰엄마에게 끽!
소리도 못하는.. 큰아버지까지도 미워졌던 것 같다.
사랑이 원망과 미움으로 바뀌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큰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홀로 된 큰엄마에게 잠깐. 연민을 가지기도 했었다.

그런데.. 사람은 정말로 절대 안 변한다.

늘 자기가 필요할 때만.. (특히 돈 필요할 때;;;)
온갖 연락을 다 하다가..

정작 우리에게 안좋은 일이 생겼을 땐..
(아버지가 수술을 하고, 엄마가 입원을 하는 등의..)
전화 한통도 없이 완전히 생까는 모습에.. 정말 진저리!

(큰엄마가 그럴지니..
솔직히 사촌 언니, 오빠들도 똑같다 ㅠㅠ)

그 후로는 정말로..
큰집과는 인연을 완전히 끊고 살았던 것 같다.

오직 아버지만.. 제사 때문에..
남동생과 같이.. 계속 다녀오고 계신데...

그것도 나는 좀 화가 난다.

큰아버지와 작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로..
서로 왕래가 완전히 끊어져버린 큰집과 작은집을..
따로 방문해야 하는..
80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수고로움 때문에.. 말이다.

집안의 가장 어른으로.. 혼자 살아계신 아버지의..
넓은 마음과 큰 뜻은 충분히 알겠으나.. 그래도........

만약.. 우리 아버지마저 돌아가시게 되면..
과연 그때도 우리가 친척으로 교류를 하게 될까...?

가슴 아픈 일이지만... 정말로 모르겠다....

도대체 친척이란 무엇인가...

모든 관계에는..
그에 따르는 노력과 희생이 필요한 법인데..

그것이 결여된.. 단지 친척. 이란 허울 뿐인 관계...
그 자체가 도무지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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