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육사생도, 아들이라는 함정
외할머니가 큰 외삼촌, 막내 이모와 함께 한 사진이다.
장남이자, 집안의 장손이었던..
우리 엄마의 오빠인, 큰 외삼촌은..
육사를 졸업한 직업 군인이었고..
외할머니의 자랑이었다.
지금이야.. 육사나 군인이 뭐 그리 대단하겠냐마는..
박정희 - 전두환 - 노태우. 로 이어지는,
군부 정권 시절에는.. 정말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린다고 할 정도로.. 그 위세가 대단했었다.
그러다보니.. 할머니의 삼촌에 대한 사랑과
기대와 집착(?!)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고...
외갓집의 모든 일들은.. 오직 삼촌을 위해서만
돌아간다. 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그래도 뭐..
삼촌이 계속 군에 있을 때까지는 괜찮았다.
문제는.. 진급에서 누락된 삼촌이 전역을 하고..
사업을 하겠다고 덤비면서부터. 였다.
군인 출신이다보니.. 오히려 세상 물정은
너무 모르는데.. 용감하기만 해서...
번번히 속고, 사기 당하고, 망하고....
그러면서 할머니가 모아놓은 재산을,
(무려 4채의 집을!) 깔끔하게 말아 잡수셨다;;;
마지막으로, 할머니가 살고 계시던 집.
딱 한 채가 남았을 때다.
그 집은, 엄마의 할아버지 시절부터 살아왔고..
엄마의 형제들이 태어나서 자라고..
나까지도 추억이 많이 깃든.. 그런 집이었는데..
엄마를 비롯한 딸들은 차치하고..
막내 외삼촌이..
이 집은 내꺼니까, 절대 건드리지 마라! 하고는..
결혼해서 할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었는데..
할머니는 그 집까지도.. 아무도 모르게..
큰 외삼촌에게 담보로 제공해주셨고..
결국엔.. 그 집도.. 홀랑! 넘어가 버렸다. ㅠㅠ
그러니.. 화가 난 막내 외삼촌 입에선..
두 번 다시 할머니도, 큰 외삼촌도 안보겠다. 는
소리가 나올만도 했고.. 그대로 할머니를 떠나버렸다.
정말로 더 큰 문제는 여기서부터. 다!
당장 길바닥에 나앉게 된 할머니 때문에..
잠 못 이루면서 고민하던 우리 엄마가..
힘들게 아버지와 상의해서.. 모시고 살테니..
그냥 우리 집으로 오시라. 고 해도..
할머니는 싫다고.. 평생을 살아온 동네를
절대 떠나지 않겠다고 버티셨고..
결국엔 우리 부모님이..
그 동네에 작은 전세집을 하나 구해주셨는데..
그제야 다시 등장한 큰 외삼촌..
자기가 모시고 살테니, 전세금을 빼달라고.. 허거걱!
그 다음은.. 모두가 예상이 가능하지 않은가..
전세금만 날리고.. 할머니는 또 길바닥에.. ㅠㅠ
도대체 어떻게 해야..
이 모자지간의 악연을 끊을 수 있을까...
(휴.... 정말 한숨 밖에 안나온다.)
곧 죽어도 딸네 집에서는 안 살겠다는..
말도 안되는 똥고집 때문에.. 할머니는..
월세 집을 거쳐.. 현재는 요양원에 계신다.
사고뭉치 큰 외삼촌은.. 이후에..
억지를 부려서 우리 아버지 회사에서 잠시 일 하다가..
건방 떨며 사고를 하도 많이 쳐서.. 결국엔 잘리고...
(이로써 남매지간도 완전히 의절하게 되었다.)
택시 기사를 거쳐..
현재는 경비 일을 하고 계신다고.. 풍문으로 들었다.
할머니의 ‘지독한’ 큰 외삼촌에 대한 ‘편애’ 때문에..
다른 형제들 간의 사이도.. 모두..
더 이상 나빠질 수 없을 정도로 나빠져버렸는데...
이를 그저 자업자득. 이라 하기엔..
왠지 할머니의 삶도 너무 처연하고, 애달프다.
학교라곤 근처에도 못 가본 까막눈에..
15살에 시집 온, 남편은 폭력적인 알콜중독자였고..
18살에 낳은, 장남이자 장손은 무능력한..
사고뭉치 사업 실패자.. 였으니 말이다.
마지막으로 할머니를 만났을 때가 생각난다.
할머니는.. 니네 엄마 고생하는데..
내가 안 죽어서 큰 일이야.. 큰 일이야..
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반복하고 계셨다.
울컥! 얼마나 짠- 하던지..
눈물을 참느라 정말 힘들었다.
그래도 할머니.. 엄마는 할머니가
그렇게라도 살아계셔서 행복할 거예요.
이제 더 이상은 사고 치실 일도 없으니..
그냥 오래 오래.. 건강하기만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