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팀] 정혜신의 사람 공부 - 정혜신

in #kr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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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는 공부가 무엇을 위한 공부인지 생각하게 하는 책.

정신과 의사인 저자는 진료실을 벗어나면서부터 환자의 마음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서술했다.
세월 참사 때,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을 상담하러 많은 의사들이 현장을 찾았지만, 그들의 지식은 현장에서 무용했다.
저자는 이러한 경험들을 접하며 정신의학이나 심리상담이 결여된 게 무엇이 있는지 진지하게 성찰한다.
그 성찰 과정에서 독자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상처를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었다.

"내 아이 지금 물속에 잠겨 있는데 나 편하자고 상담이나 받고 있는 자신을 받아들일 수가 없느 거예요. '내가 엄만데, 내 자식 생사도 모르는데 나 편하자고 상담을 받아?' 스스로 용납이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참사 초기부터 자꾸 상담, 상담 한 것이 오히려 유가족들을 자극하고 화를 내게 하는 꼴이 된 겁니다."

"초기에 정부에서 안산 트라우마 센터를 만들겠다며 정신과 의사, 심리상담사들을 안산으로 파견했는데, 이들이 유가족들을 가가호호 찾아 다니면서 심리검사지를 나눠줬습니다. 문항만 거의 사백, 오백여개가 되는 심리검사지예요. '잠을 못 잔 적이 있습니까?',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까? 이런 질문들을 보면서 유가족들이 또 분노하기 시작했습니다.

상처를 치유하려다가 상처를 받는 역설적인 상황.
그 상황에서 저자는 유가족들에게 상담받으라고 권하는 대신, 지금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알 수 있게 도와주고, 그 상황에서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는 힘이 자신에게 여전히 남아 있다는 걸 자각하도록 도왔다고 한다.
저자는 모든 인간은 치유적 존재라고 하면서, 치유란 그 사람이 지닌 온전함을 자극하는 것, 그것을 스스로 감각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고 규정한다.
지식, 힘, 명민함, 분석과 계몽, 치유 기법 등만으로 사람이 구해지지 않는다는 것.

이 책으로 교조적이고 기능적인 태도가 우리가 공부하는 목적을 놓치게 하는 건 아닌지 되짚을 수 있었다.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라고 생각된다.
꼭 읽어보시길.

공부 : 1. 세상의 겉과 안을 동시에 바라보는 일. 2. 더불어 나의 바깥을 이해하는 일. 3. 타인과 함께 사회를 고민하는 일. 4. 읽고 쓰고 말함으로써 참여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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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독서모임에 나갔을 때 외쳤던 구호가 생각나요 "공부해서 남주자"라는 ㅎㅎ

그 구호는 여전히 유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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