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청을 설립하자는 국민 청원이...

in #kr7 years ago (edited)

청와댄지 어딘지에 올라와 있다고 한다. 한숨부터 나온다. 번역을 한답시고 최저 임금 밑의 소득으로 버틴 생활이 이제 12년인가 13년인가 되는 듯하다.

사람들 사고방식을 보면 거의 모든 문제에서 "A가 중요한데 안 된다. 정부가 나서야 한다" 뭐 이런 식이다. 이른바 톱다운(하향식) 변화 내지 거버넌스가 시행되면 다 될 것인 양 여긴다.

이런 사고방식은 수직적 위계(하이어라키), 즉 권위에 의존한 집행을 하면 된다는 추정이지만, 그게 그렇게 간단치가 않다. 현대 사회에선 거의 모든 문제가 사람들의 동기와 행동 양식이 재생산되는 생태계의 문제고, 네트워크의 문제다. 예를 들어, 번역청을 설립하자고 할 만큼, 그것도 수십 년 묵은 문제를 개선코자 한다면 그 바닥의 생태계를 잘 들여다봐야 한다. 그 생태계의 각종 네트워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각 행위자들의 동기와 고충은 뭔지, 왜 그런 동기와 고충이 수십 년 동안 개선되지 않는지, ... 특히 그 생태계의 여러 시장에서 힘의 불균형과 정보 비대칭은 어떤 양상으로 재생산되는지 등을 분석해야 한다.

한국의 어느 분야가 톱다운 사고방식에 주눅들어 있지 않을까만은... 그렇다고 번역청 설치에 반대한다며 불만을 제기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 (혹시) 번역청을 설립해서 해봤더니 역시 안 되더라는 경험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 나는 의미를 둔다.

아무 관련이 없는 것 같아도 우리 스팀잇 사용자들이 하기에 따라서는 번역이라는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어쩌면!) 획기적인 경험과 패턴이 생겨날 수 있다고 나는 기대한다. 앞에서 영역 이동(domain shift)이란 말을 했는데, 무언가의 의미 있는 패턴이 나타나면, 그걸 응용해서 다른 데 적용하는 행태가 머리라는 걸 어깨 위에 달고 다니는 사람들이 저지르는 호기심에서 나오기 마련이니까. 적어도 그럴 가능성이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