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일기] 전역을 해도 마냥 기쁘진 않은, 힘들었어도 가끔은 그리운 군대

in #kr6 years ago (edited)

안녕하세요 여행을 좋아하는 @hopeingyu입니다^^ 오늘부터 지금까지 대학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점을 포스팅해볼까 합니다.




첫 번째로는 남자라면 대학생활동안 피할 수 없는 군대얘기를 해보겠습니다. 부대내에서는 최악의 군번이다, 불쌍하다 라는 말을 자주 들었는데요, 절대 생각나지 않을 것 같던 군대가 아직도 가끔은 그립네요

제가 입대한 시기는 2016년 1월 5일인데, 시기상으로는 부조리가 계속적으로 사라지고 있는 시기였습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제 맞선임은 소위말하는 양아치였고 제가 전입을 했을 때 이미 징계를 4번받고 영창을 2번을 갔다와 마음의 편지( 부조리 고발용 편지)를 두려워하지 않는 선임이었습니다. 그런 사람에게 저는 참 좋은 먹있감이었습니다.

저는 입대할 때만 하더라도 팔굽혀펴기를 5~6개를 할까말까하고 키가 175에 몸무게가 85kg였던 군대 이미지와는 안어울렸던 사람이었습니다. 게다가 손재주 까지도 별로 였었는데요, 운동을 좋아하고 손재주가 좋았던 그분께 초반의 저는 폭발 유도자였습니다. 그래서 툭하면 공개적으로 욕을 먹고 부조리를 당했습니다. 아직도 강렬하게 기억나는 부조리가 3개 정도가 있습니다.

강제로 운동 운동 운동 운동 운동

군대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아무래도 강인한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분과 별로 활동을 할 때 힘이 없으면 혼자 낙오를 하곤 하지요. 초반에 제가 그랬는데요, 그때부터 강제 운동을 시작하게되었습니다. 위에서 팔굽혀펴기 5~6개만 봐도 아시겠지만 저는 헬스장은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었습니다. 운동에는 1도 관심이 없었던 것이죠. 하지만 이때부터는 고작 2시간 밖에없는 개인정비시간 동안 그 선임과 계속적으로 운동을 하게되었습니다.

운동을 시작해보니 제가 얼마나 약했는지 알겠더군요 턱걸이는 1개는 커녕 1cm 올라갈까 말까하고 딥스나 벤치 프레스는 가벼운 무게도 1개를 못하고.. 처음에는 너무 너무 힘들고 남들은 거뜬히 해내는 모습을 보며 부끄러워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분의 강제성 덕분에 계속적으로 하게 되었고 상병을 달 즈음에는 몸무게가 65kg정도가 되고 팔굽, 윗몸, 뜀걸음 등을 특급전사 기준까지 맞추게 되었습니다. 정말 힘들었던 시간이었죠..

앞뒤가 똑같은 전화번호 1577

처음부터 무시무시했던 이 분에게는 어떻게든 찍히지 않을려고 기분에 맞춰 가식적인 말을 자주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저에게 가장 좋아하는 연예인이 누구냐고 물어봤는데 저는 사실 한효주지만 이 분이 박민명을 가장 좋아한다는 것을 알아 박민영입니다 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잘 넘어가나 했다가 제가 야간 경계근무 시간 때 다른 선임이 한 똑같은 질문에는 한효주라고 했는데요, 이 말이 그 분의 귀에 들어가게되 저는 강제 호출을 당해 호되게 욕을 먹었고 끝으로 너는 앞뒤가 똑같아 져야되! 라는 말을 하며 전포대원이 보는 앞에서 앞뒤가 똑같은 전화번호 1577이라는 광고노래를 크게 부르게했습니다. 지금이야 생각하면 피식 웃지만 그때 당시에는 너무 쪽팔리고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 노래가 2절이 있는지는 그때 처음으로 알았습니다 ㅋㅋ

전투화로 썩어버린 발 살을 도려내는 수술을 하다

본래 제가 몸에 약간의 아토피와 무좀이 있어서 공기가 안통하는 전투화는 제겐 고통스러운 신발이었습니다. 봄, 가을, 겨울 때는 괜찮았지만 여름에는 발 상태가 이상해지는 것이 느껴지 더군요 하지만 이 선임에게는 발 상태가 안 좋아서 활동화로 바꿔 신어도 되겠냐는 말은 도저히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결과 점점 발 상태는 심해졌고 엄지발가락의 일정부분이 썩어서 도려내야하는 수준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군의관이 바로 보는 앞에서 마취를 하고 살을 잘라냈는데 마취가 되지 않아서 극한의 고통을 느껴봤습니다. 너무 아파서 소리조차 나오지 않더군요.. 칼에 찔리면 무슨 느낌일까 조금은 이해를 해본 순간이었습니다. 그 후에는 환자 신발을 신게 되었습니다. 모든 간부들은 일과를 쉬라고 말했지만 그 선임의 눈치 때문에 울며겨자먹기로 일과를 계속했습니다.

그리곤 결정적으로 그 기간에 화스트페이스라는 훈련을 했습니다. 전쟁이 났다는 가정 하에 빠르게 전장 상황에 투입을 위해 부대 내에 있는 모든 물자를 차량에 옮기는 훈련인데요, 즉 겁나게 뛰어야 하는 훈련이었지요. 이때도 저는 간부들의 휴식 권유에도 불구하고 훈련을 참여했습니다. 그런데...! 그 선임은 제게 왜 안뛰냐고 화를 내더군요 그래서 어떻게든 뛰어봤는데 순간 제 자신이 너무 초라하고 화가 심하게 났습니다. 솔직히 이건 시간이 지나도 웃고 넘길 수가 없더군요. 아직도 이 부분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이외에도 정말 많이 당해서 저는 이 선임이 끝까지 싫을 줄 알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이 사람 덕분에 그래도 제가 달라졌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당할 때는 힘들었지만 그 사람이 전역한 후에는 군대에서는 어느 정도의 부조리가 필요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부조리라는 것이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당할 수 있는 것이지만 좋게 생각하면 정당한 이유로는 더더욱 혼난다는 것이니까요. 덕분에 제 잘못된 점을 많이 바꿀 수 있었습니다. 강제로 시작했던 운동도 이제는 습관이 되어 꾸준히 하고 있지요

짤려버린 20일의 포상 휴가. 복학 계획도 망치다

여성분들도 말년 휴가라 하면 대부분 무슨 의미인지 아실 겁니다. 전역하기 20~30일 정도를 앞서 지금까지 모아둔 휴가를 모두 사용해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한다는 것이죠. 저 역시 이 선임을 계기로 병장까지 군 생활을 정말 열심히 해 많은 포상휴가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10월 4일날 전역인데 모아둔 40일의 휴가를 모두 사용하여 전역 전에 학교를 다녀보려 했습니다.

하지만 군대가 저의 계획을 망쳐버리더군요 원래는 제가 전역을 한 뒤에 하게 될 전술훈련(20일간 외부에서 가상 전쟁하는 훈련)이 갑자기 전역 40일을 앞두고 9월 초로 앞당겨 졌습니다 ㅎㅎ. 덕분에 바로 다음날 강제출타를 당하고 20일의 포상휴가를 짤리게 되었습니다. 그때 심정은 아직도 잊지를 못 하겠네요 ㅋㅋ 정말 힘든 순간이었습니다.


전역하는 그 순간까지 너무 힘든 일정에 떠나면 이곳 생각이 안날 줄 알았지만 위병소를 지나자마자 바로 아쉬웠습니다. 이런 생활을 할 수 있는 날이 또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루하루를 무의미한 일과로 끝내고 병사에 대한 대우가 좋지는 않지만 항상 내 옆에 누군가가 있어 심심하지 않고 탁구나 축구를 하고 싶으면 언제든 실컷 할 수 있다는 점이 참 즐거웠던 경험이었습니다. 사회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부분이죠

수많은 사람들과 언제든 함께한다는 것이 단점일 수도 있지만 장점 역시 많았던 것 같습니다. 2년간 끈끈해지는 남자들의 우정은 생각보다 대단했습니다. 물론 다시 돌아가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제게 있어 군 생활은 힘들면서도 잊지 못할 추억이 참 많은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군대, 참 미묘한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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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군대에 대한 추억이 하나쯤은 가지고 있죠 ㅎ
힘들수록 기억에 남기도 하구요 일이든 사람이든!
저는 군대 사람들을 아직까지 만나요 05년 군번인데^^
보팅하고 갑니다!

커헛... 05시라니 사진으로는 11~12군번이신줄 알았는데! 힘든만큼 즐거움도 있는 것 같습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군복무 시절의 사진을 찾아보고 싶은데,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네요.ㅎㅎ

저도 몇년지나면 다 사라져있을거같네요ㅋㅋ 아직 전역한지 별로 안되서 남아있나봅니다 ㅎㅎㅎ

그 선임 때문에 고생하는 가운데도
좋은 면을 생각했다니 정말 긍정적이시네요^^👍🏻

그때 당시에는 정말 힘들었지만.. 돌이켜보면 군대를 통해 달라지게 해준 것 역시 그 분이더군요 싫어할 수가 없는 사람입니다 ㅋㅋ

괴롭히신 선임분 덕에 운동을 하시게 된 점 하나는 이득이네요.ㅎㅎ
그리고 너무 참을성이 많으시네요. 발이 그 정도까지 될 때까지 참으시다니...
군대 생활 재밌게 보고 갑니다.~

운동을 시작한 것 만큼은 정말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ㅋㅋ 안할 때는 몰랐지만 하고나니 보이는 가치가 많더군요

말년 때로 2주일만 휴가 다녀오고 싶다..

이글에는 안썼지만 휴가 역시 군대의 묘미죠 ㅋㅋㅋ 언제 군대 휴가처럼 아무런 생각없이 즐기고 올 수 있을지 ㅋㅋㅋ 저도 말년 때의 휴가기분은 계속 느끼고 싶네요

고생많으셨습니다. 그래도 부조리는 부조리, 옳지 않은 일을 견뎌야하는 것은 물려져서는 안 되고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군대가 참 미묘하죠. 누가 좋다고 하면 한 없이 밉다가도, 미워하려하면 어쩐지 그리운 기분이 드는.

맞습니다 부조리는 어쨋든 무슨 이유로든 허용될 수 없는 것이지요. 그 선임이 나간후에는 부조리라는 단어가 아예 삭제가 되었답니다 ㅎㅎ 솔직히 잘해준 선임은 기억이 잘안나는데 강렬한건 그분 생각뿐이네요

군대에 대해 잘은 알지 못하지만,
2년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
글이 술술 읽히는게 글쓰시는 솜씨가 장난 아니신데요?
배워가야겠어요....ㅋㅋㅋ

하핫.. 감사합니다 글솜씨를 칭찬해주시다니 영광입니다....! 글쓰는 걸 항상 두려워했던 제가 스팀잇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신기했는데 좋게 봐주시니 정말 감사하네요!!

군대에 대한 추억이 많으시군요..
저는 전혀 돌아가고 싶지 않은 곳이라 ㅎㅎ

ㅋㅋㅋㅋㅋ 뭔가 이해가됩니다. 제가 만약 10년전에 갔다면 생각도 하기 싫은 곳 일듯합니다. 제가 갔을 때는 운이없긴 했지만 어느 정도 학교의 느낌도 있어서 후임이든 선임이든 거리낌없이 재밌게 논 것 같습니다 군대자체는 안그리워도 사람은 그립습니다 ㅎㅎ..

군대...... 생각해보니 벌써 한참 전이네요 ㅋㅋㅋㅋㅋ

몸도 마음도 단련되서 나오셨군요. 당시엔 엄청난 고통의 연속인데 지나고나면 다 추억이 되더군요.

제가 있던 부대는 훈련담당 부대라서 1년 내내 훈련,훈련,훈련,훈련...ㅋㅋㅋㅋㅋㅋㅋㅋ KCTC 갔다오고 나니 몸이 어찌나 가볍던지 선임들이랑 장난으로 지구 중력이 줄어든거 같다고 했었는뎈ㅋㅋㅋㅋㅋㅋ

고생 많으셨어요!! 군대에서 겪은 경험들이 살아가는데 큰 도움이 될겁니닷 :)

저희 부대도 정말 훈련이 많았습니다 ㅋㅋㅋ 그때에는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텐트에서 이것저것 얘기한 것도 좋은 추억이었던 것 같습니다 ㅎㅎ 호국훈련때문에 30일간 샤워를 못한건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정말.... 가끔씩 그리울때가 있어요

맞습니다 ㅋㅋ 그때 아니면 느낄 수 없는 분위기가 있지요 남자들의 우정이란 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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