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자영농노의 삶-장사일기> 손님들

in kr •  14 days ago  (edited)

오전 6시 20분 출근 오후 4시 40분 퇴근

53인분 판매 무난했던 화요일

가게가 작다보니 한 열 명만 앉아 있어도 만석같은 착시효과..
(사실 18인석 규모)
항상 잘 되는 집처럼 보이는데 사실 그런것은 아니다.
오늘은 12시 30분까지도 너무 한가해서 심심해서 좀이 쑤시는 지경이었다.
어제 월요일, 앙귈라에서 축제가 시작된다고 했던 날은 예상보다 손님이 많이와서
준비한 재료를 다 소진하고 8명 정도를 그냥 돌려 보냈어야 했다.
그것도 오후 1시 경에.. 영업시간이 아직 1시간 반이나 남았는데 ㅜ
작년에 같은 날, 29인분을 팔았다고 적어뒀길래 그거보다 조금 더 오거나 더 적게오겠거니 하고
평소준비 하는거 보다 적게 준비 했더니 꼭 이렇다.
웬만한건 당일 생산 당일 판매 하는 식으로 장사를 하고 있다.
장사 3년차인데도 객수 예상하는 것은 점점 미궁으로 빠진다.
그도 그럴 것이, 1년차 손님이 다르고 2년차 손님이 다르다.

1년차엔

‘뭐야 한국음식? 중국음식 일본음식이랑 뭐가 달라?’
‘한국 어디에 있어?’
“북한? 남한?’
실제로 우리 가게 옆 네일샵 주인은 나보고 누가 너를 어떻게 여기로 데리고 올 수가 있었냐고 물었다.
내가 북한에서 왔는줄 알았나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그 때 가게 인테리어 셀프로 작업한다고 맨날 영 수수하고 츄리하게 하고 다녀서 그랬나? )
그 뒤로 그 여자랑 말을 잘 안섞었다. ㅋㅋㅋㅋㅋ
암튼 그런 사람들을 상대로 한국음식을 팔다보니 여러 우여곡절이 많았다.
대표적인 예로 비빔밥 안 섞어 먹는 사람들 때문에 진짜 속앓이 했음.
원래 유럽사람들, 특히 프랑스 사람들한테 뭔가 강요하는 것은 예의가 아닌데 (아니 사실 모든 사람들에게 그렇긴 하지..)
실례를 무릅쓰고 나는 항상 잘 비벼서 먹기를 푸쉬했다.
왜냐하면 처음 먹어보는 음식인데 비빔밥을 비벼 먹은 사람과 비벼 먹지 않은 사람들의 재방문율 차이가 확실히 나기 때문에.
어후 그 때는 진짜 일일이 모든 사람들에게 이건 이렇게 먹는거야 저건 저렇게 먹는거야
(남편이)설명 해야만 해서 손님은 지금보다 훨씬 적었는데도 피로도는 더 했다.
또 장사 쌩초짜이기도 하니까 더 힘들었다.
어후 진짜 그 시간들을 어떻게 견뎠는지 지금도 의문.
그 때는 재료준비하고 뒷정리하고 모든것에 요령이 없어서 지금보다 훨~~~~씬 늦게 끝나는 날이 많았다.
메뉴에 대한 이야기도 언젠가는 하겠지만 그 때는 약간 허세끼가 있어서 반찬도 예쁘고 영 손 많이 가는 것들로 준비해서
메인 메뉴보다 손 더 많이 가고 시간 오래걸리는 진짜 아무짝에 쓸모없는 것들도 많이 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바보

2년차에는 훨씬 수월했다.

단골들도 진짜 많이 생기고 이제 비빔밥 같은 것은 어떻게 먹는지도 알고 심지어 김까지 야무지게 싸서 먹고 가는 사람들 보며
보통 사람들 보다 조금 더, 그리고 매사에 critical 한 프랑스 사람들을 상대로 이 정도면 선방했다 싶었다.
아직도 비빔밥을 빔빔밤이라고 발음하는건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사실 빔빔밤 주문하는거 보면 귀여움

3년차인 2019년 지금은

여전히 꾸준하게 오는 단골들이 많은데 이 사람들이 우리 가게에 주당 오는 횟수가 많이 줄은게 보인다.
그도 그럴것이 작년에는 메뉴가 3가지인 대신 월,화,수 오늘의 메뉴를 매일 바꿨는데
올해부터는 메뉴를 5가지로 늘리는 대신 아예 고정했다.
장사를 하다보니 사람들이 꾸준하게 항상 찾는 메뉴가 눈에 보였고 그것들로만 엄선해서(?)
지금 메뉴로 정착시켰다.
이렇게 메뉴가 항상 똑같다보니 초단골들은 이제 일주일에 한 번이나 두 번 정도만 오는것 같다.
그 전에는 우리 가게를 구내식당처럼 이용해서 내가 부담이 너무 많았다.
어쨌든 내가 할 수 있는 메뉴 가짓수는 제한적인데 이 사람들은 계속해서 뭔가 새로운 것을 먹어보고 싶어해서.
(회사, 학교, 영양사분들이 하는 고민도 이런거 아니었을까)
가게가 작다는 말은 주방도 냉장고도 냉동고도 모든 것이 작다는 말과 같아서 식재료 관리 하는 것도 타이트 했는데
그렇게 하고서 단골들 방문횟수는 줄었지만 동시에 일도 줄어들은것도 사실.
예전과 비하면 진짜 일은 편한 수준이다.
장 보기도 쉽고, 재료 단가도 줄었고, 그렇게 해서 매출과 마진 유지를 하고 있지만
또 계속해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하는 ㅜㅜ
그래서 우리가 생각한 것이 좀 더 큰 시장으로 가는 것인데
일단 여기서 exit 부터..

하 허리케인 오기 전에 하고 싶은데
올해는 글렀다..

+객수 예상하는게 왜 미궁으로 빠졌는가가 주제 였는데 또 산으로 갔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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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프랑스에서 식당운영 하시는건가요? 짱이신데용~~~ ^^

프랑스 본토는 아니고, 중미에 있는 작은 프랑스령 섬에서 운영하고 있어요. 다른 한국 식당들이 없는 곳으로 찾아서 오다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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