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요?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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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최고인민회의 외교위원회 의원인 이선권이 평양의 옥류관에서 냉면을 먹고 있던 대기업 총수들에게 했던 말입니다. 무슨 저의로 한 말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다만, 손님 자격으로 초청받은 대기업 총수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는 것은 엄청난 결례가 아닌가 하고 북한이 우리를 어떤 식으로 생각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있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리선권이의 개인적인 일탈일까?

일각에서는 리선권의 개인적인 일탈이다. 리선권의 개인적인 실수일 것이다. 당시 상황 분위기도 들어봐야하지 않겠느냐는 식으로 오히려 리선권을 두둔하기도 하는데, 굉장히 나이브한 생각이라고 봅니다. 북한은 다른 분야에서는 세계 최하위를 달리고 있지만, 외교에 있어서 만큼은 굉장히 치밀한 나라이며 세계 최고 수준인 나라입니다.

쥐뿔도 없이, 단순히 운이 좋아서, 소련 붕괴 그리고 중국 개방 후 20년 동안 여러 차례의 외부로 부터의 북폭 위기를 무사히 넘기며 혈혈단신으로 버틴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적어도 외교에 있어서 만큼은 다른 나라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의 세계 최고 수준의 인재와 외교 전략을 가지고 있고, 역대 북한 지도자(김일성,김정일)들의 외교에 대한 관심, 그들의 국제 정세 지식 또한 세계의 어떤 지도자들보다 뛰어납니다. 그들의 최우선 1순위가 핵무기라고 한다면 2순위는 외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외교를 중시하는 나라가 북한입니다.

그렇게 외교를 중시하다보니 김정은의 선대인 김정일은 외교에 관한 사안이라면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본인이 직접 듣고 판단했고 결정했습니다. 그의 아들인 김정은도 김정일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봅니다. 그런데 외교적으로 이렇게 치밀한 나라에서 북한의 최고위급 외교 인사가 단순히 개인적인 실수로 저런 발언을 했다? 정말 말도 안되는 순진한 생각이라고 봅니다.

앞에서는 냉면도 같이 먹어주고 문 대통령 앞에서 허허허 웃던 사람 좋아보이는 우리 귀요미 김정은이가 직접적으로 혹은 암묵적으로나마 지시하지 않았으면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언론에서 리선권이를 따로 주목해서 김정은과 분리시켜 '북한의 거친입' 정도로 표현하고 리선권 개인의 인격문제로 한정 짓는것이 정말 답답합니다. 북한의 모든 외교 인사가 하는 말들은 김정은이 뱉는 말이랑 똑같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한 마디로 말하면 이번 리선권의 발언은 김정은이가 겉으로는 허허허 웃으면서 얼마나 대한민국을 가소롭고 개무시하고 우습게 보고 있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그러한 발언이였다고 생각합니다.

김정은이는 왜 그런 말을 하게 시켰을까?

그럼 김정은이 왜 그런말을 하게 시켰을까요? 이제부터는 지극히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실질적인 남북 협상의 실무자인 통일부 장관까지 있는 자리에서 그런 개무시 막말을 함으로써, 상대방에게 우리가 협상의 완전한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것을 명백히 확인시켜줘서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려고 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어차피 우리나라가 현재 을의 위치에 있는 걸 상대편에서도 아니깐 찍소리도 못할 건 당연할 것이라고 생각했을 거구요. 사실 지금 북한과의 협상이 급하고 북한한테 아쉬운 것이 많은 쪽은 북한이라기 보다는 남한..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 정부입니다.

아쉬울 것 없는 북한, 너무나도 급한 문정권

북한은 사실 협상이 늦어진다고 해도 아쉬울게 없습니다. 북한의 경제 시스템이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당장이라도 협상을 하고 개방을 하지 않으면 북한이 당장이라도 붕괴할 것처럼 말씀들 하시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북한의 배급 시스템은 진작에 무너진지 오래고, 북한 주민들은 장마당을 통해 알아서 자급자족을 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경제 상황이 많이 열악한 것은 사실이지만 90년대의 고난의 행군처럼 지금 당장 협상을 하지 않아서 쌀을 못 타내면 당장 망한다 이 정도는 아니란 소리죠. 협상이 지연되면 지연될수록 남측의 소극적인 태도를 명분으로 시간을 끌며 핵개발에 필요한 시간도 벌어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그게 되지 않습니다. 지금 우리나라 정부는 비유를 하자면 한과목만 올인하고 나머지 과목은 죄다 버리는 그런 수능 수험생과 같습니다. 저는 이것이 전적으로 문정권에 원인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지금 코스피 지수는 연중 최저를 찍고 있고, 다른 경제 지표들도 시원치 않은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경기 침체속에서도 불구하고, 남북관계에 부는 훈풍 덕분에 문정권의 지지율은 50% 중후반이라는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지금 현 정권은 이러한 것을 보면서 깨달았을 겁니다. 나머지 부분을 전부 다 못해도 남북 관계에서 무언가 성과를 내면 무난하게 임기를 마칠 수 있고 다음 정권도 무난하게 민주당이 이어받을 수 있다는 것 말입니다. 그런데 이를 반대로 생각해보면 이런 해석도 가능합니다. 지금 남북 사이에 불고 있는 훈풍이 깨지는 순간 지금의 견고한 지지율은 와르르 무너져버린다는 것 말입니다. 이 부분 역시 현 정권에서 잘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다보니 이 정권에서는 북한에 필연적으로 저자세로 나오고 매달릴 수 밖에 없습니다. 대한민국 경제 상황이 더 안 좋아져서 문정권에 대한 여론이 안좋아질수록 문정부는 북한에 더더욱 매달릴 수 밖에 없게 될 겁니다. 북한도 이러한 상황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을거고, 현 정부가 국내 경제 상황등으로 인해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리면 몰릴수록 북한은 점점 더 무례한 태도로 나올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이런 북한의 비위를 어떻게든 맞춰주기 위해 우리 정부는 더더욱 저자세가 되지 않을까 염려도 되고요. 이러한 상황에서 협상을 하더라도 북한과 동등한 조건으로 대한민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는 협상이 가능할지 걱정이 되네요. 북한과의 평화도 좋지만 경제 문제를 어느정도 안정시키는 것이 우선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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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북한스러운 짓이죠. 외교라는것이 최소한의 품위는 지켜야 하는것인데 북한은 그런것을 지킬수 있는 능력이 없습니다. 국가가 인격이 있다면 북한은 소시오패스이죠.

소시오패스라 나쁘다고 말하는게 아니라 북한의 기득권층을 다룰때에는 소시오패스를 다루는 방식으로 다뤄야 하는데 문재인은 그것을 전혀 못하고 있습니다.

내년과 내후년에 세계경제가 좋아진다고 예상하는 전문가는 거의 없는것 같습니다. 세계경제에 완전히 의존적이면서도 대비는 거의 안한 우리는 더 엄혹한 상황을 맞을 가능성이 높구요.

그러면 heterodox님 말대로 지금정권은 북한문제의 성과만을 더 절실하게 추구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성과없는 쑈를 할 때마다 지지율이 10%씩 오르는 마약을 경험했으니 그 타성을 버리기 힘들겁니다. 마약은 효능이 체감하는법이니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실질적인 성과가 없다면 그 효과도 점점 줄어들것이고...

내년과 내후년은 한국사회가 더 처절하게 분열되고 방향을 잃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아예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면야
차라리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1,2차 북핵위기때처럼
북핵 문제를 적당하게
봉합시키는 선에서의
미온적인 성과는 분명히
나올 것이라 생각되서 더욱 걱정이 됩니다.

북핵문제는 후임자에게 밀어두고
아무도 지키지 않을 종이 몇장 사인하고
정치적 성과는 일단 누리자는 식의
북핵 돌려막기가 재현될 것 같습니다.
한미북 3자 정치지도자들 누구에게도
전혀 아쉬울 것이 없구요.

국민들이 바보가 아니기 때문에
알아서 판단을 잘 하겠지만은요~

과연 문정권이 오년을 넘길까요??

현 상태로만 보자면
탄핵은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이야기라고
저는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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