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메스의 음악생활] 블루스 기타를 공부해보자 (1. 아~~멘~~이 블루스의 기원이라고? 레알?)

in #kr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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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메스의 기타 공부, 이제 시즌 2에 접어듭니다. 시즌 1 "우리 모두 기타리스트가 되어볼까?"에서는 블루스, 재즈, 록 등 거의 모든 대중음악의 기본이 되는 마이너 블루스에 대해 열 다섯 차례에 걸쳐 공부했구요. 시즌 2에서는 본격적으로 블루스다운 블루스, 리얼(?) 블루스에 대해 공부할 생각으로 제목을 (덩달아서 대문까지^^) 바꾸어 보았습니다.

블루스가 원래 미국 땅에 노예로 붙잡혀 온 아프리카 인들의 민속음악에서 비롯되었다는 정도는 아실 겁니다. 그런데 세계 많은 민속음악들이 그러하듯 (우리나라의 '궁상각치우'도 예외는 아닙니다) 이들의 음악 역시 5음계에 기반한 것이었죠.

라 도 레 미 솔... 이것이 그들이 사용한 음계였습니다. 이를 '5'라는 뜻의 접두사 '펜타penta-'에 '음조'라는 뜻의 'tone', 그리고 형용사형 접미사 '-ic'를 붙여 펜타토닉 스케일이라 부르게 되었죠.

여기서 잠깐 복습. 우리가 흔히 쓰는 '도레미파솔라시'는 장음계 즉 메이저 스케일이라 부르고, 으뜸음을 '라'로 한 '라시도레미파솔'은 단음계 즉 마이너 스케일이라 부른다는 건 음악 시간에 배워서 알고 계실 겁니다. 장음계는 밝고 경쾌한 반면, 단음계는 어둡고 차분한 느낌을 준다는 정도도 아실 테구요.

그런데 '라 도 레 미 솔', 즉 '라'를 으뜸음으로 하는 단음계 펜타토닉에 익숙해 있던 아프리카 계 노예들이 노예주들의 손에 이끌려 예배를 보거나, 선교사들에게 복음성가(가스펠)를 배우게 됩니다. 서양의 낯선 음악을 처음 접한 그들도 이것 하나만은 금세, 그리고 확실히 몸에 익혔을 텐데요. 모든 성가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아~~~멘~~~~이 바로 그것입니다. 교회나 성당 다닌 경험 있으신 분들 익숙하시죠? 혹시 익숙하지 않으신 분들은 아래 동영상을 보시길...

어떤 곡의 끝을 맺는 방식을 케이던스cadence, 한자로는 '종지'라고 하는데요. 이처럼 성가의 맨 마지막을 아~~~멘~~~으로 끝맺을 때는 항상 4도 화음 - 1도 화음(위 동영상에서는 F 코드 - C 코드)의 진행을 따릅니다. 그래서 이 종지법을 '아멘 종지'라고 부르기도 하고 '삐딱한' 혹은 '에두른' 끝 맺음이라는 의미로 변격 종지(plagal cadence)라고 부르기도 한답니다.

모든 성가의 마지막 부분을 장식하는 '아~~~멘~~~'덕분에 노예들의 의식 속에는 4도-1도의 코드 진행이 각인되고 그리하여 초기 형태의 단순한 블루스 코드 진행이 만들어집니다. 이렇게요.

C / C / C / C
F / F / C / C
F / F / C / C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일이 벌어집니다. 아~~~멘~~~때문에 노예들에게 새로 각인(세뇌?)된 코드는 으뜸음을 '도'로 잡는 장음계 코드인데, 그들이 고향에서 사용하던 음계는 으뜸음을 '라'로 잡는 단음계라는 거죠. '배경 따로, 선율 따로' 식의 이론적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건데요. 우리에게 익숙한 다장조 즉 C메이저 키를 기준으로 사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서양식 코드에서는 C가 '도'이므로...
1도 즉 C코드의 구성음은 도 미 솔, 즉 C E G
4도 즉 F코드의 구성음은 파 라 도, 즉 F A C

아프리카 식 선율에서는 C가 '라'이므로...
펜타토닉 구성음은 라 도 레 미 솔, 즉 C Eb F G B

문제는 C코드에도 없고 F코드에도 없는 Eb과 B를 어떻게 할 것이냐! 그 해답으로 나온 것이 아예 각 코드에 7음을 추가해서 연주하는 것이었습니다. B는 C에서 출발했을 때 일곱번째 음, Eb은 F에서 출발했을 때 일곱번째 음이니까요. 여기에다 전체 흐름에 극적 효과를 주는 5도 화음을 한 마디 추가함으로써 12마디 블루스의 전형적인 코드 진행이 탄생하게 됩니다.

C7 / C7 / C7 / C7
F7 / F7 / C7 / C7
G7 / F7 / C7 / C7
(반복turn around할 때는 마지막 마디를 G7으로 연주)

이를 음계 면에서 보자면 서양의 아~~~멘~~~ 종지에서 기원한 메이저 코드(1도, 4도 화음)에 없는 단음계 펜타토닉의 구성음 두 개(플랫 3도와 플랫 7도)가 주된 블루 노트로서, 지난 글 7. 짧은 일탈의 매력, b5 블루노트에서 소개해 드린 '양념' 플랫 5 블루노트와 함께 블루스 사운드의 요체를 이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요컨대 장음계 화음을 배경으로 단음계 선율을 연주하는 '부조리한' 형식이 블루스이며, 블루스의 매력은 '블루 노트'로 대표되는 그 '부조리함'에 있다는 겁니다. '노예로 끌려온 자'들이 '노예의 삶을 강요한 자들의 형식'을 빌려 '노예 된 자의 슬픔'을 노래할 수 밖에 없는 부조리함... 이게 바로 글의 서두에서 제가 메이저 블루스를 가리켜 블루스다운 블루스, '리얼' 블루스라고 했던 이유입니다.

밤이 너무 깊었네요. 내일 출근을 위해 이제 잠자리에...^^ 다음 시간부터는 오늘 공부한 내용을 바탕으로 다양한 릭들을 연습해 가며 '리얼 블루스 사운드'가 어떤 원리로 구현되는지를 익혀 가도록 하겠습니다.

끝으로... 제이 클라크 주니어가 어쿠스틱 기타로 들려주는 끈적끈적한 12마디 블루스 잼을 자장가 삼아... 여러분~ 굿밤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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