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무드 비유의 미학. 그리고 비유의 지혜

in #kr7 years ago


 탈무드를 한 번 쯤 읽은 사람은 탈무드의 전체적 내용이 생활이나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예화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탈무드는 흔히 유태인의 지혜로움의 집대성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어렸을 때 부터 탈무드를 읽고, 가족과 그 이야기를 나누며 성장한다고 생각하고 특히 개신교인의 탈무드 사랑은 남다르다.

 탈무드는 모세가 전하였다는 또 다른 율법이며 구전하는 율법을 담은 문서집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랍비라고 불리는 선생이 그런 탈무드를 읽고 그 의미를 해석해서 알려주며, 유태인들에게 랍비는 정신적 지주이자, 존경의 대상이다. 꼭 유태인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생활 속에서 비유는 사용하고 있고, 선생들이 학생에게 어떤 개념을 전달하기 위해 흔히 쓰이는 방식이다.

 나는 공부를 할 때, 해당 개념이나 지식이 완전히 내 것이 되었나 확인하기 위해 비유를 자주 사용한다. 어떤 개념에 대해 다른 사람이 이해 할 수 있도록 비유 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지식이 내 것이 되었다는 의미로 이해한다. 앞서 적은 글에서 사람의 기억은 명사보다 동사에 특화되어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탈무드는 이런 사람의 기억 시스템에 알맞는 교육법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기억은 언제나 기존의 지식과 경험에 의거하여 새로운 사실이나 정보를 받아들인다. 예를 들어 아래 단어를 외운다면? 어떨까?

Pneumonoultramicroscopicsilicovolcanoconiosis

위 단어는 진폐증의 영어 단어이며, 실제로 가장 긴 영어단어이기도 하다. 저 긴 단어는 라틴어를 이미 알고 있는 사람에게 훨씬 유리하다. 저 단어 자체가 진폐증이라는 병이 생긴 원인과 결과를 이어놓은 단어이기 때문이다.

Pneumono /  ultra  / microscopic /  silico / volcano / coni / osis
      허파        / 극심한 /    아주 작은    /  규소    /    화산    / 티끌  / 병, 증상

바로 위의 단어들의 연결이 바로 진폐증이다. 진폐증을 알고 라틴어를 잘 아는 사람에게는 이 긴 단어를 외우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닌 셈이다. 우리 식대로 이야기하자면, "허파에 극심하게 작은 규소가 화산을 통해 티끌이 되어 들어와 생기는 병"이 진폐증이 되는 셈이다. 사실 한자어 진폐증의 말을 풀어보면 "塵肺症" 티끌이 허파에 들어와서 생기는 병이다. 이처럼 새로운 지식이 이전에 가진 지식과 접점이 많으면 익히는데 매우 수월해 진다.

 비유가 가지는 힘이 바로 이에 있다. 사람은 일상이나 보편적인 비유를 들으면 곧잘 자신의 경험에 접목하여 생각하고 그런 경험과 연결된 해당 기억은 잘 사라지지 않게된다. 그래서 예전 학생들을 가르칠 때 항상 내던 숙제가 "오늘 공부한 것을 다른 것에 비유하여 설명해 보기"였다. 직접적 상관관계가 없는 두 지식을 엮으며 꽤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이 비유가 적절한가?" 혹은 "내가 생각한 것이 옳은가?" 그리고 무엇보다 장점은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공부한 지식은 점차 자신의 것이 되는 것이다.

 나는 친구나 학생들에게 공부란 어떤 길을 걷는 것과 비슷하다고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새로운 곳에 처음 가는 길이 있다고 할 때, 우리는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면서 걸어갈 것이다. 혹시나 길을 잘못들진 않을까? 고민하며 주변 지형지물을 자세히 볼 것이다. 하지만, 그 길을 두번, 세번....... 여러번 다니게 되면 그렇게 두리번 거리지 않아도 심지어 휴대폰으로 게임을 하면서도 원하는 목적지에 찾아 갈 수 있다. 우리가 어떤 것을 알아가는 것도 이와 같다고 할 수 있다.  

  만약 가게로 둘러쌓인 상업지를 처음 걸어갈 때 길을 기억하는데 있어 브랜드나 가게의 이름을 많이 아는 사람에게 유리하다. 그리고, 숲길을 걸어 갈 때는 나무나 식물에 대해 많이 아는 사람이 유리하다. 이처럼 어떤 것을 공부하느냐에 따라 기존지식이 어떤 것이 있는가하는 것이 큰 영향을 미친다. 

 자신이 가진 기존의 지식과 새로운 지식을 엮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비유이다. 얼마 전 프로그래밍을 공부하면서 나름 개념을 잡을 수 있도록 도움이 된 것은 언어학과 철학이였고, 최근 딥러닝을 공부하면서 나름 도움이 된 것은 예전에 공부한 인지심리학과 뇌신경학 그리고 수학이였다. 그것들을 공부하면서 드는 생각은 새로운 지식이라기보다는 기존의 지식의 색다른 조합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공부한 것을 오랫동안 기억에 남기는 법. 그리고 그것을 내것으로 만드는 아주 좋은 방법은 바로 그것을 자신의 경험이나 지식으로 비유해 보는 것이다.


블로그 : https://blog.naver.com/fvgoz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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