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님의 멸치 김치찌개

in #kr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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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전 울 어머니가 대한민국 최고의 요리사라고 믿었지만 중학교때 그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와~! 울 어머니보다 더 요리를 잘하는 사람이 있더군요. 누구냐면...
바로 울 어머니의 언니, 이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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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한번 멀리 사시던 이모집에 들렀다가 끓여주신 김치찌개... 경상도식의 그냥 멸치만 넣고 푸욱 끓이는 김치찌개인데 엄마가 끓여주시는것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는 맛이었어요.

이모님의 김치찌개를 소개할게요.

재료

굵은 멸치 10-15 마리
묵은지 한포기
들기름 2 작은술
포도씨유 2 작은술
김치국물 1/3 컵
물 적당히
꿀 1 숟갈 (필요하다면)
두부 반모
고춧가루 0.5 큰술
국간장 약간
잔파 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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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치는 대가리를 떼고...
(죄송, 어릴적 다들 대가리라고 불렀던 기억이 있어서... 머리라고 표현해야하겠지요? )
똥도 제거해놓아야 쓴맛이 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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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볶아서 비린맛도 날려 보내버립시다. 1-2 분 정도 볶으시면 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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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찌개는 묵은지가 최고~! 요맘때쯤이면 집집마다 묵은지 많을것 같아요.
이거 작년 10월에 담근 김친데... 한국 마트에서 얼떨결에 배추 10통들이 박스채 사서 김장을 했더니 아직도 많이 남아있어요. ㅠㅠ

여기서 질문...

김치 "찌개" 인가요 아님 "찌게" 인가요?
한국 떠난지 27년째라 표기법도 가물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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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속이 있다면 털어내고 썰어주세요. 전 그냥 길쭉하게... 토속적인 느낌이어서 좋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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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둘이 포인트입니다, 들기름과 포도씨유.
그당시에는 식용유 (콩기름)을 쓰셨는데 콩기름이 그리 좋지가 않지요. 포도씨유로 대신합니다.
반반씩 넣어서 조물조물 무쳐주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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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국물이 들어가야 감칠맛 나는 찌개맛이 완성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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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가 억수로 시다면 꿀도 한숟갈 넣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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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김치가 잠길 정도로 붓고, 요거보다 조금 더 넣어주심이 좋을듯 합니다. 냄비에 따라서 수분증발양도 조금 달라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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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을 닫고 살짝 끓으면 약불로 낮추고 1시간 뭉근히 졸여주는게 전부에요.
아주 간단한 김치찌개인데 이게 죽여주게 맛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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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 큼직하게 썰어넣고 고춧가루도 좀 넣고 간이 필요하다... 싶으면 국간장 조금 넣어주고 10분 정도 더 끓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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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오래 우린 멸치에서 나오는 깊은맛과 묵은지의 어울림은 한국의 맛 그자체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전 사실 돼지고기가 들어간 김치찌개는 어릴적 먹어본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멸치로 유명한 제 고향의 김치찌개는 멸치가 진리였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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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치 김치찌개는 구운 김이랑 같이 드셔야해요. 뜨신밥, 김으로 감싸서 한입에 넣고, 김치찌개 한숟갈 떠먹고.
지금 침이 돕니다, 입안에서...



저의 어머니보다 9살이 많으셨던 이모님은 요리솜씨뿐만 아니라 바느질, 자수, 뜨게질, 공예등등 손재주가 남다르셨어요. 한복도 직접 지어서 입으셨으니까요. 이모네 집은 항상 손수 만드신 물건들로 가득했습니다.
집도 이쁘게 단장해 놓으시고... 그시대 경상도 마사 스튜어트 여사셨어요. ^ ^

우리 예삐는 내가 업어서 키웠다아이가...(저의 어머니 어릴적 별명이 "예삐")
내가 시집갈때 너거 엄마 코 질~질 흘리고 있었는데 야도 시집을 가서 애를 다섯씩이나 낳고...
김치찌개 맛이 어떻노? 맛있제?
너거 엄마 요리솜씨?
하이고~! 나한테 따라 올라카모 십수년은 더 걸릴끼다...

이모님의 밥상머리 수다가 기억이 납니다. 울 어머니는 옆에서 조용히 미소만 짖고 계셨지요.

이모님 돌아가신지 20년이 되었네요. 이모부가 넘 일찍 돌아가시는 바람에 고생도 참 많이 하셨는데... 이모님마저 일찍 돌아가셨어요. 보고싶다, 울이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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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김치를 너무너무 좋아하는데요~~
오늘 음식사진~ 요즘 표현으로 "쩌는 데요?" ^^

사진 속의 김치찌개를 보니 어머니 생각이 나네요. 오늘은 어머니께 전화를 드려야 겠네요.^^

가끔 어렸을적 즐겨먹었던 음식을 다시 맛보게되면 부모님 생각이 나더군요. 전화드리시면 어머님이 정말 행복해하실거에요.

설탕대신 꿀을 넣어도 되나요?!

그럼요, 설탕이나 꿀로 신맛을 중화시켜보세요.

정제된 설탕보다 꿀이 아무래도 건강에도 좋겠네요 ㅎㅎ
그리고 제가 이벤트 차한잔합시다~♪ 를 진행중이에요 ㅎㅎ
https://steemit.com/kr-event/@ssung/event
앞으로 여러번 진행될 예정이니 한번 참여해보시는거 어떠신가요?

초대해주셔서 넘 감사한데 제가 외국에 사는지라... ㅠㅠ
거기다 커피를 안마시거든요. 다음 기회에 다른 이벤트하시면 알려주세요. 냉큼 달려갈게요.

ㅎㅎ ‘찌개’ 랍니다~ 김치찌개의 맛은 김치가 8할이죠 ㅋㅋ

맞아요. 김치가 맛있으면 뭘해도 다 맛있다는거... ^^

와,와,와, 정말 멋진 김치찌개 레서피를 공유해 주셨네요. 아내에게도 포워딩 해줘야 겠어요. 정말 맛있는 음식을 먹고 살 수 있다는 것은 삶의 큰 즐거움인 것 같습니다. 특히 @hello-sunshine 님이나 저처럼 해외거주하는 사람에게는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사진이 너무 좋아서 침이 꼴깍 꼴깍 넘어가네요. 오늘 저녁은 김치찌개를 먹고 싶지만 아쉽게도 오늘은 힘들겠지만 말입니다.

아이구 맛나겠어요^^~~
이제 곧 한국에선 '기장' 이나 '대변' 쪽에 멸치가 나니
멸치회도 좋고 이렇게 찌게를 해도 좋겠네요^^~
역시 먹는 행복이 최고여요~~^^

짱짱맨 태그 사용에 감사드립니다^^
존버앤캘리 이번편은 왠지 찡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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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김치찌게는 멸치가 들어가야
감칠 맛이 나더라구요.보팅 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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