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를 둘러싼 세계 각국의 엇갈리는 대응

2009년 ‘사토시 나카모토’로부터 시작된 비트코인(bitcoin)이 글로벌 금융, 비즈니스 시장에서 새로운 현상을 불러일으키고있다. 한사람 또는 그룹이 시작한 블록체인(blockchain) 분산원장(distributed ledger)기술 기반의 암호화폐(cryptocurrency) 프로젝트는 8년 남짓의 기간동안 전 세계로 확대되며 시가총액이 한때 세계 1위 기업 ‘애플’의 자산규모(9000억 달러)에 근접하기도 했다.

세계 경제질서에 일대 혁신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되는 블록체인 기술 기반 암호화폐를 대하는 세계 각국 정부의 태도는 엇갈린다. 세계 최대 비트코인 채굴국이기도한 중국은 암호화폐를 가장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다. 국내 암호화폐 시장에 50%에 달하는 프리미엄이 붙은 한국도 ‘거래소 폐쇄’를 언급하며 규제의 칼을 빼들었다. 반면 일찍부터 시장이 형성된 미국과 유럽, 아시아 일부 국가는 적극적으로 제도권 편입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톰슨로이터 관련 기사에서 한국은 암호화폐를 규제하지 않는 것으로 표기 됐다.>
미국, 스위스, 일본, 러시아, 독일 등 합법화
금융정보뉴스통신사 톰슨로이터(Thomson Reuters)에 따르면 미국, 일본, 스위스 등이 제도권에서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관련 금융 거래를 인정하고 법안과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암호화폐 사용자와 비트코인 자동화기기(ATM), 거래량에서 전 세계 1위인 미국은 암호화폐 거래를 선도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 암호화폐를 증권법 규제대상으로 적용해 암호화폐공개(ICO) 및 가상통화 거래를 허용했다. 세계 최대 상품 거래소인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등은 지난달부터 비트코인 선물 거래를 시작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 이어 세계 최대 증권거래소인 뉴욕증권거래소(NYSE)도 거래를 위한 준비 중이다.

미국 내에서 주별로 암호화폐를 대하는 온도차는 존재한다. 텍사스, 캔자스, 테네시, 사우스 캐롤라이나 및 몬타나는 주정부 규제측면에서 우호적인 것으로 보인다. 반면 뉴욕, 뉴햄프셔, 코네티컷, 코네티컷, 하와이, 조지아, 노스 캐롤라이나, 워싱턴 및 뉴 멕시코는 암호화폐에 호의적이지 않다. 다른 30여 개 주는 현재 분명한 입장을 정하지 않았다.

아시아 국가 중 일본은 암호화폐 합법화에 가장 적극적이다. 일본은 지난해 4월 비트코인 등 일부 암호화폐을 결제 수단으로 허용했다. 7월에는 암호화폐에 부과했던 소비세 8%를 폐지하고 취급업소 등록제를 실시했다. 이어 9월에는 11개 가상화폐 거래소를 사업 승인(인가)했다.

일부 금융기관은 직접 암호화폐 발행 계획도 세우고 있다. 일본 중앙은행과 금융감독청 감독을 받아 일본 내 상품결제 및 스마트폰 송금 등 금융서비스에 이용할 예정이다.

EU 회원국 중에는 일찍부터 금융산업이 발달한 스위스가 암호화폐에 호의적이다. 금융감독기관은 비트코인 자산관리를 위한 은행을 승인해 다른 글로벌 은행들도 암호화폐 상품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선례를 마련했다. 지난해 8월 스위스는 팔콘은행을 시작으로 쿼트은행과 IG은행이 비트코인, 이더리움, 라이트코인, 비트코인 캐시 등 암호화폐 거래를 허용했다.

스위스와 함께 EU 회원국 중 주목해야할 또다른 국가는 스페인이다. 스페인 정부가 암호화폐를 부가가치세(VAT)대상에서 제외하면서 스페인 거리에는 비트코인 친화적(Bitcoin-friendly)인 매장들로 가득 찼다. 또한 많은 비트코인 회사들이 스페인에 근거를 두고 있다. 스페인 은행 BBVA와 Bankinter는 현재 비트코인 회사에도 투자를 하고 있다.

과세 방안 마련 후 제도권 수용

독일은 2015년에 비트코인을 지급결제 수단으로 승인한 독일은 일찍부터 암호화폐 관련 법안을 마련해왔다. 독일은 2013년 8월 비트코인을 1년이상 보유하지 않는 한 거래활동으로 간주해 양도소득세가 부과된다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독일 연방 재무부 (Department of Federal Ministry of Finance)는 비트코인을 계산화폐(unit of account)와 사채(private money)로 취급해야 하며 판매세와 부가가치세(sales taxes and VAT)를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5월에는 은행법상 금융상품으로 인정했다.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 은행(BoE, The Bank of England)은 비트코인 기술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영국은 비트코인을 부가가치세(VAT)가 적용되고 손익(P & L)과 관련해서 자본 소득세의 적용을 받는 사채로 분류 중이다.

이밖에 암호화폐 거래를 불법으로 규정했던 러시아는 승인된 거래소에서 거래를 합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거래 한도, ICO 관련 규제도 3월까지 정비할 계획이다. 호주는 비트코인을 합법화하고 화폐와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중과세 정책도 제거했다. 베트남 정부는 2014 년 비트코인을 금지하는 입장에서 선회해 현재 소위 부정적 영향을 제거하고 모니터링해 과세할 수 있도록 업계를 정비하고 있다.

네델란드,싱가포르…상품 분류

네델란드는 비트코인을 상품으로 분류 중이다. 2013 년 6 월 네덜란드 재무 장관은 비트코인에 특정 라이센스 또는 규정 준수 요구 사항이 필요하지 않은 물물 교환 지위를 부여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는 "비트코인은 법으로 정의 된 금융 상품이 아니다. 비트코인의 구매 또는 판매는 금융 서비스가 아니기 때문에 금융 서비스 행위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싱가포르는 2014 년 초 정부 Bitcoin을 상품(goods) 구매를 위해 구매한 상품(good )으로 선언하고 관련 세금을 부과했다. 싱가포르 통화 당국은 외환 및 ATM 공급자에게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는 규제대상이 아니라고 선언하는 동시에 사용자의 익명성을 가능케했다.

노르웨이 세무 당국은 2013 년 말에 "비트코인이 통상적인 양도 소득세 법의 적용을 받는 돈이나 통화의 일반적인 정의에 미치지 못한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노르웨이에서 가장 큰 온라인 전용 은행인 Skandiabanken은 고객이 일반 은행 계좌를 암호화폐 거래소(Coinbase) 계좌에 연결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했다.

중국, 거래 채굴 금지

반면에 중국은 ICO 전면금지,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등 강력한 규제책을 펴고있다. 중국은 지난해 9월 비트코인 거래와 가상화폐공개(ICO)를 전면 금지했다. 중국 내 가상화폐 거래소도 폐쇄했다. 최근에는 채굴업체 업체 폐쇄를 명령하고 단속을 강화하면서 전기 공급을 중단하는 조치를 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ICO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올해 10월 중국 내 가상화폐거래소 'BTCC' 거래를 중단시켰다. 가상화폐를 이용한 투기와 자본유출 확산을 우려한 조치였다. 베트남중앙은행(SBV)도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 통화의 발행과 공급, 사용은 불법이라며 이를 어기면 1억5000만∼2억동 벌금을 물게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밖에 아이슬란드는 역외 자금 유출을 우려해 비트코인을 금지하고 있다. 비트코인이 널리 사용되고 있는 인도는 암호화폐가 인도에서 합법적인지 여부를 명시하는 명확한 법률이 없다.

프랑스, ‘경제혼란 막자’ 국제 공조 목소리

프랑스 정부는 기술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암호화폐로 인한 경제 혼란을 더 우려하는 양상이다. 최근 로이터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브뤼노 르 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4월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 정상회담에서 각국 정상들에게 비트코인으로 인한 세계경제 혼란을 막을 공동의 대응책 마련을 정식 안건으로 제안했다.

이처럼 각국의 대응이 엇갈리는 것과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암호화폐 거래 중단, 채굴 금지로 관련 기업와 투자자가 해외로 눈을 돌리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국내는 투기가 과열된 양상이 있고 과도한 프리미엄으로 투자자 피해가 우려되는 만큼 적절한 규제가 필요한 측면이 있다. 상황에 맞춰 적절히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지 출처=톰슨로이터 블로그
(https://blogs.thomsonreuters.com/answerson/world-cryptocurrencies-count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