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영화 리뷰_체실 비치에서

in #kr6 years ago (edited)

체실 비치에서 - 영화 리뷰

첫사랑을 기억하는가.
처음 손잡았을 때의 두근거림.
첫 입맞춤과 처음으로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의 첫 관계.
얼마나 미숙하고 서툴렀는지...
영화를 보는 내내 어린날의 서툴렀던 나의 지난날들이 떠올랐다.

이 영화는 아주 가볍고 밝은 음악으로 시작한다.
영화 끝에서 나오는 웅장하고 어두운 음악과 상당히 대비된다.
남자주인공 에드워드는 옥스포드 대학에서 역사학을 수석으로 졸업한 똑똑한 청년이고, 여자주인공인 플로렌스는 바이올린을 전공하고 자신이 이끄는 4중주 그룹이 언젠가 큰 음악홀에서 연주하게 될 날을 꿈꾸는 소녀이다.

사실 이 둘은 사랑에 빠졌다는 것 말고는 그렇게 공통점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에드워드는 락음악을 좋아하고, 플로렌스는 클래식을 고집한다.
에드워드는 지극히 평범한 집안의 아들이고, 플로렌스는 잘 사는 집의 딸이다.

하지만 둘 다 각자의 가정에서의 아픔이 있다.
에드워드의 아픔은 그의 엄마이다.
그의 엄마는 뇌를 다쳐 치매와 같은 증상을 보인다.
그리고 때때로 옷을 다 벗고 그림작품을 그리곤 한다.
에드워드는 두명의 여동생이 있지만 그에게 별로 관심이 없고, 아버지 또한 좋은 성적 외에는 관심이 없다.

플로렌스는 지극히 고지식한 집안에서 자랐다.
아빠는 사업을 하셔서 엄하고 독선적이며, 어머니 또한 자신만의 생각이 너무 강한 고지식한 여성이다.
또한 이 영화에서는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플로렌스는 아버지로부터 어렸을 때 성추행을 당한 아픔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섹스에 대한 거부감과 트라우마가 생겼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런 서로의 집안에서의 아픔의 치유제가 되주는 것이 처음 느껴보는 사랑이라는 감정일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특히 처음 사랑에 빠지게 되면 - 현실에서 벗어난 것과 같은 느낌이 든다.

에드워드는 플로렌스가 어머니 앞에서도 현명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고
여동생들이 플로렌스를 좋아하고 인정하는 모습을 보며 자신의 트라우마를 치유할 수 있었다.
플로렌스 또한 여동생에게 자신이 왜 에드워드를 사랑하는지, 어떻게 에드워드가 다른 남자들(아버지와 같은)과 다른지에 대해 설명하며 자신이 가진 아픔을 조금이나마 치유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제는 결혼식을 마치고 첫날밤에서 일어났다.
둘 다 섹스는 처음이었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몰랐다.
특히, 플로렌스 같은 경우에는 과거의 성추행 상처도 있었기 때문에 섹스에 대한 거부감이 컸다.
하지만 에드워드에게 차마 자신의 성추행 사실을 고백할 수는 없었다.
2018년을 사는 지금도 쉬운 결정이 아닌데, 보수적인 분위기였던 1960년대 영국을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에서는 더욱더 불가능 했을 것이다.

결국, 미숙한 시도와 참담한 결과...
그리고 당황하는 마음과 더러워 하는 마음.
그 마음이 너무나도 잘 이해가 되었다.

처음은 그런 것 같다.
너무나도 잘 해보고 싶지만, 생각처럼 안되는 것.

여자는 남자를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고, 남자는 그것을 이해할 만큼 성숙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둘은 자신의 상황을 어른스럽게 말할 수 있는 대화능력을 갖추고 있지 못했다.

결국 서로는 서로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내뱉았고, 결국 그들의 진심과는 다르게 관계는 파멸하고 말았다.

이 영화에서 플로렌스는 울지 않는다.
딱 한번, 마지막에 공연장에서 에드워드와 눈이 맞는 순간 눈물을 한방울 흘린다.

사실 그 둘은 서로를 사랑했었지만...
너무나 어렸기에 그 사랑을 담을 그릇이 되지 못했다.

어쩌면 우리의 지난날의 첫사랑들도 그렇지 않았을까.
우리의 터져버릴만큼 컸던 사랑을 담을 그릇이 우리는 되지 못했던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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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진짜 잘쓰시네요. 이런거 자주 써주세요.

감사합니다~ 한동안 스티밋에 못들어왔네요! 보헤미안 랩소디 리뷰도 썼으니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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