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희, "여행이라는 참 이상한 일", 결국 여행은 자신을 찾아가는 길..

in #kr6 years ago

여행이라는 참 이상한 일…

부제로 "어이없고 황당하고 늘 후회하면서도 또 떠나고야마는"이라는 긴 부제를 달고 있고 더 가관인 건, "그 개고생을 해놓고, 왜 또 짐을 꾸리고 있는걸까?"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책은 점점 더 가관이다. 저자는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단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은 여행하는 자신이란다. 그게 뭐가 다른 거지…? 나를 주체로 삼는가, 아니면 객체로 삼는가 그 차이고 결국 여행을 하는 것은 바로 본인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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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이야기를 조금 더 들어보자.

"사실 일을 하는 것보다는 그 일을 하는 나를 상상하는 것이 더 즐겁고, 실제의 연애보다는 추억 속의 연애가 더 아름다운 법이다. 마찬가지로 여행을 하는 것보다는 여행지에서 보고 듣고 느끼게 될 것을 상상하거나 전에 했던 여행의 기억을 떠올리는 쪽이 훨씬 더 낭만적인 일이다."

그녀의 말을 그대로 해석하자면 우리는 시간이 훨씬 더 지나서 소환하기 위한 추억을 만들기 위해서 여행을 떠나는 것이고 그걸 위해서 좋아하지도 않는 여행을 하는 거라는 말인데.. 약간은 인정을 하면서도 전체 수긍을 할 수는 없다. 추억은 나만의 필터로 걸러져서 다른 색상이 입혀진다. 그리고 그 필터를 통과하지 못한 추억 조각들은 아스라이 사라진다. 하지만 여행 속에 있는 각각의 기억은 그 하나하나가 아름다운 보석처럼 반짝거리며 나름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 거다. 그리고 추억은 바로 그 현장에서 살아 숨쉬는 어쩌면 살아있는 것의 비릿한 신선함을 줄 수 없다. 그녀의 이야기를 이제 막 읽기 시작했으니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더 풀어놓을지 따라가 볼 생각이다.

그러므로 내게 여행이란 건 '가장 먼 곳에서 나를 발견하는 일'이다. 좋든 싫든 그것이 나다. 그게 '진정한 나'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나 자신의 일부인 것은 확실하다. 그리하여 여행이 끝날 때마다 나는 같은 사람인 채 다른 사람이 되어 돌아온다. 그건 미처 기대하지 못했던 보너스같은 것이다.

78년 생 여성이 쓴 책이다. 지금은 직장을 다니고 있는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28살에 26살의 남편과 결혼을 했고, 두 명의 아이가 있고, 자신과는 다른 성향의 남편과 잘 살아가고 있는 사람. 젊은 시절 방황하듯이 다닌 여행에 대해서 이렇게나 한참의 시간이 지난 시점에 이런 글을 썼다는 것에 감탄을 했다.

여행에 대한 책이지만 여행책이라기 보다는 여행을 빌미로 자신의 삶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여기에 소개된 많은 여행이야기는 결혼 전 여행이다. 결혼 후의 여행은 아이들과 함께 간 태국 피피섬 여행 이야기 정도가 있을 뿐이다. 아님 내 기억에 남아 있지 않던가.

여행이란 말도 안되는 짓거리라고 한참 이야기하고 있지만 결국 여행을 사랑하는 그녀의 모습을 발견한다. 본격적으로 여행에 대해 푹 빠져서 이야기를 하다가, 그리고 마지막에는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다. 타고난 이야기꾼인지, 아니면 생각나는대로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여행을 주제로 책을 썼으니 여행에 대한 이야기가 빠져서는 안될거다.

그녀가 다닌 여행은 콜롬비아 출장(이 이야기에서는 함께 출장간 사람과 그렇게 긴 시간을 함께 있었음에도 절대 가까워질 수 없었다는 걸로 끝낸 걸 보면 이 분의 성격도 어지간한 것같기는 하다.), 라오스 방비엥을 엉덩이가 떨어져나갈 정도의 험악한 교통편으로 이동한 이야기, 인도에서 4시간 연착으로 벌어진 그 다음 일정의 완전 바뀐 이야기, 인도에서 만났던 티벳 승려와의 인연, 가평에서 입소하는 별로 친하지 않은 친구를 찾아갔던 이야기 등등. 살아가면서 겪지 않았어도 될 일들에 대해서 시시콜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렇게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쭉 끌어가다가 마지막 부분에서는 이렇게 마감을 하고 있다.

"그러다 나는 문득 깨닫는다. 나는 그 모든 익숙한 것들로부터 떠나고 싶어서 떠난 것이고, 낯선 나라에서 죽도록 고생을 한 후에 이제 그 모든 익숙한 것들에게로 다시 돌아가려는 것이구나. 어쩌면 그것이 바로 여행이라는 것이겠구나."

여행은 떠날 때를 준비하면서 한 번 행복하고, 그리고 다시 돌아오면서 느끼는 안도감으로 두 번의 즐거움을 준다고 하더니, 바로 이 느낌인가 보다.

새롭고 낯선 것을 찾아가는 두려움이 섞인 기대감와 그리고 그 여행을 끝내고 익숙하고 약간은 고루한 것들로 돌아오면서 느끼는 안도감. 이 두 가지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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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고나면 늘 집의 소중함을 느끼게되더라구요ㅎㅎ

떠나자마자 집에 있는 김치가 생각납니다..^^

성장판 글쓰기 보고 찾아왔습니다 ~
"글, 책, 코칭, 사람, 행복" 제가 좋아하는 것들이 다있네요 ㅎ
여행은 멀리 떠나지만
가장가까운 자신으로 향해 떠나는 것이
여행인 것 같습니다. 먼곳으로 가서
가장 가까운 나를 만나는 일이죠.

보팅하고 팔로우하고 가겠습니다 :)

아하~! 제가 좋아하는 것을 좋아해 주신다니 반갑습니다.
종종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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