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미러로 보는 스팀잇의 미래. 평판 관리와 댓글 테러, 그 사이 어디쯤엔가.

in #kr4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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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잇 전용 앱 브라우저를 만들고 있는 @hanyeol입니다.

디지털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보기를 권하는 드라마가 바로 블랙미러입니다. 블랙미러는 디지털 기술이 발전한 미래의 모습을 영국 특유의 디스토피아적인 상상으로 그려냈다는 평이 따라 붙는 드라마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끔찍한 미래를 자극적으로 보여주는 게 목적은 아닙니다. 디지털 기술로 인해 미래 사회가 겪게 될 딜레마에 대해 미리 성찰해보고자 하는 의도가 엿보이는 고품질 드라마죠. 다소 무거운 의도와는 다르게 드라마 자체는 매우 흥미롭고 볼거리가 많으며, 특히 재미가 있습니다.

이 드라마를 보다보면 생각이 많아집니다. 특히 스팀잇의 미래에 대한 다양한 전망 글이나 미투 운동을 둘러싼 격렬한 SNS 논쟁들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블랙미러의 에피소드들이 다뤘던 딜레마가 떠올라서 머릿 속이 더 복잡해지곤 합니다. 그 중에서도 디지털 기술을 매개로 전개되는 사람들 간의 소통 양상과 행위로 인해 발생하는 딜레마를 매우 흥미롭게 다룬 2편의 에피소드가 머릿 속에서 쉽게 떠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네요. 이 참에 스팀잇의 미래를 고민하는 분들께 영감을 제공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이 2편의 에피소드를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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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Nosedive), 시즌 3, 1화

시즌 3의 첫번째 에피소드인 추락(Nosedive)은 타인과의 인터랙션을 포함한 자신의 모든 행위가 평판이라는 점수로 환산되어 누구에게나 공개되는 미래를 형상화했습니다. 자신의 평판에 따라 누릴 수 있는 권리와 혜택이 달라지는 까닭에 평판의 등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대방에 대한 가식적인 예의가 기본이 된 사회입니다. 평판 점수가 낮은 사람들은 기피대상이 되는 사회에서 하루 아침에 평판 점수가 추락한 주인공이 처하게 되는 상황은 정말이지 지켜보고 있기 힘들었습니다. 요즘 스팀잇에서 비밀번호를 탈취당해 의도치않게 스팸 계정으로 분류된 후 수많은 다운보팅으로 평판이 추락하여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례들이 떠오르는데요, 개인의 다양한 행위와 그 행위의 의도, 그로 인한 결과가 오로지 평판 점수라는 숫자로 단순화될 때 발생하는 컨텍스트의 실종이 어떤 딜레마를 가져오는지를 고민해볼 수 있는 에피소드입니다.

미움 받는 자(Hated In the Nation), 시즌 3, 6화

제가 제일 애정하는 시즌 3의 마지막 에피소드인 미움 받는 자(Hated In the Nation)는 어느날 갑자기 혐오의 대상으로 지목된 사람에게 SNS나 댓글을 통해 저질러지는 일종의 테러를 소재로 삼았습니다.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더 자세한 얘기는 할 수 없지만 인터넷 상에서 너무나 쉽게 저질러지는 혐오의 언어를 극단으로 끌고가면 어떤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지를 매우 흥미롭게 그려낸 에피소드입니다. 제가 제일 싫어하는 단어 중 하나가 극혐인데요, 혐이 얼마나 크면 극으로 치달았을까 싶으면서도 그 정도로 혐오의 대상이 될 만한 사람이 그렇게나 많을까 싶어서 듣기 싫은 단어입니다. 이 에피소드는 극혐의 언어가 가져오는 파국을 놀라운 상상력으로 그려낸 명작입니다. 저는 2번이나 봤는데도, 다시 보고 싶은 에피소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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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소개한 2개의 에피소드는 디지털 미래의 양 극단을 각각 다뤘습니다. 하나는 평판에 얽매이게 되어 타인과의 관여도가 매우 높아진 사회의 모습이고, 또 하나는 나와 별 관계가 없는 타인에 대해 즉자적인 판단과 단죄가 이뤄지는 개인주의 사회의 미래 모습입니다. 스팀잇은 커뮤니티와 신용협동조합 모델이라는 고관여 사회를 기반으로, 업보팅과 다운보팅이라는 무기가 각자의 책임 하에 사용할 수 있도록 주어져 있다는 점에서 2개의 에피소드를 통해 여러가지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스팀잇을 비롯한 디지털 기술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요? 아직 저의 결론은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물론 우리의 발목을 잡아채서 디스토피아라는 구렁텅이로 끌고가려는 다양한 딜레마가 난관처럼 우리 앞에 놓이겠죠. 그래도 언제나 그랬듯이 우리는 더 나은 길을 찾아 가지 않을까요? 스팀잇이라는 플랫폼 역시 많은 난관에 시달릴 게 분명합니다. 그러면 좀 어떤가요. 이제 막 두 살이 된 플랫폼이 아무도 가지 않았던 새로운 길을 찾아가려고 발버둥 치는 과정이겠죠. 그 발버둥 끝에 도달한 곳이 디스토피아만은 아닐 것이라는 게 저의 근거없는 낙관입니다. 그나저나, 블랙미러, 꼭 한번 보세요. 초창기 스팀잇에 발을 들일 정도의 디지털 감수성을 갖고 계신 분들이라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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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겠습니다. 영국적인 블랙코메디성이 있어서 몇개 보고 안보았는데 님의 추천작들은 보죠

넵, 몇몇 에피소드들은 그냥 기분만 우울해지는 게 있는데요, 생각할 거리와 대중성을 절묘하게 결합한 주옥같은 에피소드들도 있어 보입니다~

이런 드라마가 있겠군요. 평판화폐에 대해 구체적으로 시물레이션할 수 있겠군요. 감사합니다.

평판화폐라는 단어가 확 와닿는데요?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스팀잇에서도 평판 높아지고 주된 돈벌이가 되어버린다면... 많은 연예인들이 그러하듯 민감한 사회적 발언을 하는 데에 있어서 굉장히 움츠러들것 같습니다.

넵, 시스템만으로는 해결하지 못할 것 같고, 문화가 따라와야 할 것 같습니다.

저도 넷플릭스에서 블랙미러를 보았는데, 다소 무거운 의도와 충격적인 구상 때문에 한동안 보질 못했네요..; 스팀잇에 발을 담가본 사람으로서 그래도 말씀하신 에피드소를 조만간 봐야겠습니다^^

이 글에서 소개한 시즌3 6화나 시즌2 스페셜인 화이트크리스마스 먼저 보세요. 실망하지 않으실거예요. :)

블랙 미러 저도 재밌게 봤는데, 특히 시즌3 1화는 소오름 그 자체였죠.

그 외에도 여러 편 있죠~ 제 취향에는 딱 맞는 드라마였습니다. ㅎㅎㅎ

저는 블랙미러의 첫 시청 에피소드가 추락이었어요. 어릴 땐 환상특급이나 트윈픽스 좋았지만 나이가 드니 우울해지고 싫어지더라구요. 근데 첫번째 시청작이 추락인 바람에 완전 우울해졌죠. 그후 몇 편 더 봤지만 기억에 남지 않았어요. 추락에 대한 충격이 강했던 모양이에요.

추락편은 사실 끝까지 보기 힘든 내용인 듯 합니다. 저도 중간에 한번 포기하고, 며칠 뒤에 다시 봤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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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잇 전용 브라우저라니 어떤모습일지 궁금하네요 어느정도 개발되셨나요? 팔로우 및 업보트 드립니다

댓글을 이제 봤습니다. ㅠㅠ 개발은 많이 진행되었구요, 5월 중에 런칭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어제 오기자님 모임에서 잠깐 뵙고 엄청 질문을 던졌던! 사람이에요^^ 크리에이터로서 스팀 입문 망설여졌는데 @hanyeol님 만드실 앱을 보니 좀 더 명확하게 그림이 그려졌어요! 비번도 잃어버렸었는데 @ludorum님 도움으로 가입 성공했습니다! 앱 기대할게요! 잘부탁드려요^^

앗, 이제 댓글을 봤습니다. 조만간 앱 런칭할테니, 기대해주세요~!

블랙미러가 나올 때마다해도 이런류의 소재가 많지 않았는데 넷플릭스만해도 엄청 나오더라구요 ㅎㅎ

아, 넷플릭스! 계속 피해다니고 있는데, 결국 질러야 할까요? ㅠㅠ

아직 안지르셨어요? ㅋㅋ

결국 그렇게 되겠죠?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