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mbler'의 다듬은 말인 '통컵'에 대하여

in #kr9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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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제가 몇 년 전에 썼던 글인데요, 다시 편집하여 스팀잇에 다시 올려 봅니다. 관심이 있으신 분은 한 번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우선 저는 '통컵'이라는 다듬은 말을 제안한 당사자도 아니고 국립국어원에서 일하는 연구원도 아니며, 기타 국립국어원과 직, 간접적으로 어떠한 관련도 없는 사람임을 밝힙니다. 또한 이 글에 제시한 저의 의견은 개인적인 의견이며 순수한 창작물임을 밝힙니다. 그리고 잘못된 내용이나 의문나는 내용, 기타 반론들을 환영하는 입장입니다.

몇 년 전에 '텀블러(tumbler)'의 다듬은 말로 '통컵'이 선정되었다고 비판하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저 또한 텀블러의 순화어로 통컵을 제시한 것은 충분히 비판받을 만하다는 의견입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고 직관적이며 명확한, 그리고 '텀블러'라는 사물의 본질을 보다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말을 제시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국립국어원에서 이번에 제시한 다듬은 말들 중 '가드닝'을 '생활원예'로 바꾼 예와 같이 많은 사람들이 적절하다고 공감할 수 있을 만한(그럴 가능성이 높은) 다듬은 말을 제시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 비판하는 것은 옳으나 그 외에 '통컵'을 다듬은 말로 제시한 것이 일부 사람들의 의견에 따르면, 다듬은 말에 '컵'이 사용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국립국어원의 존재 의의 자체를 부정하고 일을 제대로 하지 않고 예산만 낭비하는 기관인 양 과도하게 비판할 문제인지에 대해서 의문이 들어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우선 '통컵'을 한 번 살펴 보도록 하죠.

국립국어원에서는 '텀블러'의 다듬은 말을 공모를 통해 심사하여 선정한 후 발표했다고 밝혔습니다. 국립국어원에서 말하고 있는 사이트에 들어가 봤지만 '통컵'을 응모하신 분이 어떤 방식으로 단어를 만들어서 응모했는지가 불분명하여 국립국어원의 정확한 입장은 알 수 없으나 두 가지 경우로 한정 지어 파악할 수 있는 부분이므로 두 가지 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먼저, '통컵'을 1. 합성어로 볼 경우에 '통(어근) + 컵(어근)'으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합성어는 '실질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 어근과 어근이 결합하여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내는 '조어법'을 통해 만들어 집니다. 여기에서 '통'의 의미는 '무엇을 담기 위하여 나무나 쇠, 플라스틱 따위로 깊게 만든 그릇'을 의미합니다.'

다음으로 '통컵'을 2. 파생어로 볼 경우에 '통-(접두사) + 컵(어근)'으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파생어는 '의미를 더하거나 품사를 바꾸는 기능'을 가진 접사에 '실질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 어근이 결합하여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내는 '조어법'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여기에서 접사의 의미는 '통째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로 예로는 '통마늘, 통닭, 통나무'가 있습니다.

통컵을 '1과 2의 예'로 살펴보았는데 어느 것이 더 적절해 보이시나요? 1. 합성어로 볼 경우엔 '통모양으로 되어 있는 컵', 2. 파생어로 볼 경우엔 '통째로 온전한 모양인 컵'이 될 것입니다. 저는 합성어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따라서 이 글에서는 '통컵'을 합성어로 생각하고 글을 이어 나가 보겠습니다.

왜 '텀블러'를 '통컵'이라는 말로 다듬었는지 추론해 보는 과정이기에 '도대체 '텀블러'가 정확히 어떤 의미를 갖고 있지?'라는 의문이 듭니다. (제가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영한사전(네이버 사전을 기준으로 작성했습니다.)을 찾아보니 텀블러의 사전적 의미로

'1. 굽이나 손잡이가 없고 바닥이 납작한 큰 잔, 2. 굽 · 손잡이가 없는 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영한사전에서는 '텀블러'라는 사물의 물리적 실체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을 '굽이나 손잡이가 없고 바닥이 납작한 평평한 잔, 또는 컵'으로 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잔, 컵'이라고 했을 때 떠올리는 형체는 무엇인가요? 커피 잔, 술 잔, 물 컵처럼 굽이나 손잡이가 있는 잔 등을 먼저 떠올리실테죠.

그렇다면 여기서 한 가지 더, '잔 또는 컵'을 대체할 만한 고유어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음.. 떠오르시지 않죠? 그럴 겁니다. 고유어 중에 '잔'에 해당하는 말이 '국어사'적으로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유사한 기능을 가진 물체를 가리키는 명사가 있었는지 확실히는 모르지만 있었다고 하더라도 삼국시대 이후 한자어 문화권에 편입되면서 고유어와 한자어와의 싸움에서 고유어가 지게 되어 '사어화'되어 현재까지 전해지지 못했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국어사'적이고 보다 전문적인 영역이며 조사가 필요하기에 '잔'의 고유어 명칭이 무엇이었는지 지금 당장 제시하기엔 곤란하다는 점을 밝힙니다.)

따라서 지금, 현재 '잔 또는 컵'과 동일한 의미를 나타내며 활발하게 쓰이는 고유어는 없다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또한 이 말은 텀블러라는 말을 다듬으려면 '잔 또는 컵'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죠. 고유어가 없으니까요.

그렇다면 '텀블러'라는 단어가 '통컵'이 되는 과정은 어떨까요?

텀블러라는 단어를 다듬으려면 우선 원 개념을 살펴보게 됩니다. 텀블러는 굽 또는 손잡이가 없는 컵이나 잔을 뜻한다고 앞서 살펴보았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텀블러'가, 우리가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잔이나 컵'의 형상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면 그것은 또 아닙니다. 텀블러가 일반적인 잔이나 컵의 모양을 하고 있었으면 우리가 그것을 잔이나 컵으로 부르지 텀블러라고 하지 않을 테니까 말입니다.

그러면 분명 '잔이나 컵'인데 우리가 지시하고자 하는 대상의 본질을 보다 실질적이고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의미를 더해줘야 하겠죠?

텀블러는 어떻게 생겼나요? 분명 잔이나 컵인데 길쭉하고 내부가 깊게 파여있으며 간단히 말하면 길쭉한 '통'모양으로 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서 일단 다듬은 말로 '합성어'를 만들 어근으로 '통'을 하나 선정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통모양으로 된 '무엇'이 필요하겠죠? 그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고민일텐데 여기서 '잔을 선택하느냐 컵을 선택하느냐'하는 문제에 직면하게 됩니다.

잔과 컵은 둘다 고유어 어근은 아닙니다. 이 점에서 공통적으로 약점이 있지만 해당하는 의미를 적절하게 나타낼 고유어가 현재 없으니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앞서 우리는 살펴보았습니다. 따라서 고유어 어근이 아니라는 점은 문제 삼을 수 없게 됩니다.

잔 또는 컵 중에 선택해야 한다면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가 문제인데 여기서 국립국어원 또는 다듬은 말을 제안하신 분의 입장은 아마도 추측건대 'tumbler(텀블러)'가 '서양 문화권에서 들어온 사물'이므로 '컵'을 선택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텀블러'를 다듬은 말인 합성어 '통컵(통으로 된 컵)'이 만들어지지 않았나 추측할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정리하자면

국립국어원에서 다듬은 말을 공모하고 거기에 응모한 분들의 의견을 심사해서 국립국어원에서 발표하는 방식으로 선정된 말이고,
'통컵'이라는 말이 '텀블러'라는 사물의 본질을 실질적이고 명확하게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말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지만
'잔 또는 컵'을 대체할 만한 고유어가 없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단순히 '컵'이라는 어근이 사용된 합성어이기에 비판하기엔 국립국어원도 좀 억울한 측면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다음으로 한 가지 더 곁가지로 이야기하면,

(많은 분들이 지금부터 제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숙지하고 있을 테지만, 사족으로 말해 보겠습니다.)

국립국어원에서는 다듬은 말을 국민의 참여를 통해 공모하여 심사를 통해 발표하고 있습니다. 다듬은 말은 표준어와는 다른 것으로 '규범'으로 제시되는 말이 아닙니다.

'규범'으로 제시되는 말이 아니라는 의미는 '옳다/그르다'의 가치 판단 보다는 '좋다/나쁘다'의 판단이 더 많이 개입되게 되겠죠?

따라서 국립국어원이 순화어로 제시한다고 해서 강제성이나 규범성이 없기에 좀 극단적으로 이야기하면 '내 맘에 들면 쓰고 맘에 안 들고 이상하면 안쓰면 그만' 정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흔히 '나들목'을 많이 예로 들곤 하죠? '인터체인지'의 다듬은 말인 것은 많은 분들이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국립국어원에서 '나들목'을 다듬은 말로 제시하고 국어 언중들의 호응을 얻어 많이 사용되면 '인터체인지'와 같은 외국어의 단어가 우리말로 대체되는 것입니다.

텀블러의 경우 '통컵'으로 다듬은 말이 정착될지 의문이 듭니다만(오히려 통컵의 충격 때문에 많은 분들이 기억하시려나요?)
국립국어원이 다듬은 말을 지속적으로 언중들에게 제시하는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그들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국립국어원에서 일하시는 분들도 다듬은 말을 제시할 때 언중들의 비판은 겸허히 수용하는 태도를 보여야하고 좀 더 적절한 다듬은 말을 제시해야 할 것입니다.

이상으로 글을 마칩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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