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 - 그때는 맞았고, 지금은 틀리다.

in #kr6 years ago

짜장면 - 그때는 맞았고, 지금은 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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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도 적었지만, 지금부터 나는 짜장면이라는 음식에 대해서 말할 거다. 이 음식에 대한 내 이야기는 그다지 특별한 건 아니다. 그저 한 음식을 사랑했다가, 지금은 저리 밀어낸 사유를 말하려는 것일 뿐이다. 다들 그런 경험들 하나씩은 가지고 있으니까. 그런데도 사람들 대다수가 좋아하는 짜장면을 싫어하게 되었다는 사실은 그나마 흥미로울지도 모르겠다.

각설하고, 지금 나는 짜장면을 너무 느끼하고, 기름지고, 금방 질려 한다. 중국집에 가도 이제 짜장면은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짜장밥도 안 먹는다. 굳이 먹는다고 하더라도 (짜장면으로 봐야 하느냐는 의문이 있겠지만) 짜파게티 정도뿐이다. 원래는 그렇지 않았다. 나에게는 오직 짜장면이었다. 짬뽕이냐 짜장이냐는 물음은 의미가 없었다. 당연히 짜장면이었다. 남은 짜장 소스에 밥을 비벼서 먹을 정도로 열심히 먹었다. 내 그릇은 항상 깨끗했다. 그것을 먹을 때는 천국에 있는 듯했다. 그리하여 나는 짜장면을 ‘한국인의 소울푸드다.’라고 멋대로 적어놓고는, 찬양하기에 바빴다.

군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신병이던 시절에 목사님이 나를 이끌고 중국집에 가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다른 음식들도 당연히 그럴 가치가 있었지만, 내가 있던 부대는 격오지여서, 그런 것들을 바라기에는 너무 사치였다. 그나마 중국집들이 제일 저렴하고, 갈 만했으며, 모두를 만족시켰기 때문에, 맛있는 걸 먹으러 밖으로 간다고 하면 대부분 중국집이었다. 나는 늘 짜장면 곱빼기를 시켜먹었다. 부대에서 외출을 나올 때나, 혼자서 휴가를 갈 때나, 늘 흡입했다. 짜장면을 먹을 때면 항상 스트레스가 풀렸고, 심신이 그나마 안정되는 것 같았다.

내 군 생활은 그리 좋은 성적을 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나는 군대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고, 여러 가지 병들이 악화하였다. 그리하여 이래저래 눈치를 볼 곳이 많아졌다. 부모님도 그때, 내 편이 아니었다. 이야기를 들어주던 사람들도 점점 나를 질려 하는 분위기였다. 그런 곳에서 탈출하고 싶었지만, 무리였다. 인터넷으로 내 감정의 일부를 풀어보기도 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더욱이, 시간이 지나면서, 나를 지지하던 사람들은 부대를 모두 떠나버리고 없었다. 나는 점점 더 지쳐갔다. 전역 절차를 밟자고 최종 결정인 나기 전까지 견뎌야 할 시간은 견디기 어려웠다. 사람들은 작업에서 열외당하고 매일 인터넷만 한다고 나에 관해서 이야기 할 뿐이었다. 어떤 이야기를 해도 그저 징징거리는 사람에 지나지 않았다. 분명 겉으로 보기에는 문제가 없었으니, 당연히 그런 이야기가 나올 수 있었다. 그들을 원망하고 싶지는 않지만, 해명해도 그런 게 가라앉지 않으면 너무 고통스러웠다. 그런 상황에서 내게 오직 구원은 먹는 것뿐이었다. 나는 먹을 수 있을 때마다 먹었다. 마구 반찬을 퍼먹고, 밥을 수시로 떠먹었다. 급양병이 말릴 정도로 많이 먹었다. 자연스럽게, 밖에 나갈 때마다, 짜장면도 계속해서 먹기 시작했다. 먹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짜장면은 내 감정의 제물이 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대출일 뿐이었다. 그리하여 나는 언젠가 그것을 갚아야 했다. 짜장면은 자비롭지 않았다. 후일 내가 여러 과정을 거쳐서 군대에서 나왔을 때, 짜장면을 먹으려고 할 때 나는 이상한 감정을 느꼈다. 이상하게도 그 글자를 볼 때부터 기분이 좋지 않았었다. 오히려 먹구름이 끼면서 군대에서 좋지 않았던 일화들이 한꺼번에 생각나게 되었다. 제대한 지 얼마 안 되었으니 일어나는 당연한 현상이라고 생각하고 좋아했던 짜장면을 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짜장면을 먹을 때도 계속 그런 기억들이 생각났다. 맛도 없어졌다. 평소에 자주 가던 중국집이었으니, 맛에는 문제가 없었을 텐데도 그랬다. 그때야 나는 그 잊고 싶은 기억과 감정이 음식에 소스 중 하나로 들어갔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얼마나 슬픈 일인가. 짜장면은 내가 짜장면에서 끌어온 행복한 감정만큼 불행한 것들을 요구했다. 계산을 마치고 중국집을 나설 때, 느꼈던 허망함이란 결코 잊을 수 없다.

그리하여 나는 여전히 짜장면을 제대로 먹지 못한다. 이틀 전에 중국요리를 먹을 기회가 있었는데, 혹여 조금이라도 괜찮아지지 않았느냐는 생각에 반은 짜장면이 나오는 메뉴를 주문했다. 글자를 보고서 여전히 역겨운 기분이 들었지만, 그래도 가끔은 먹어볼 만 하다고 생각했었다. 그것은 실수였음이 밝혀졌다. 짜장면이라는 도화선은 지금도 유효하게 작동하고 있었다. 얻은 것은 하나였다. 이제 나는 더는 짜장면을 먹지 못하게 되었다는 사실 말이다. 정말이지, 짜장면, 그때는 맞았고, 지금은 틀리다. 그렇게 우리가 갈라져야만 했을까. 다시 만날 수 있을 날을 기대해보지만, 단언하건대, 오지 않을 거로 생각한다. 그 점이 나를 더 힘들게 한다. 내가 평생 지고 가야 할 마음의 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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