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참정권을 지지하며

in #kr6 years ago

청소년 참정권을 지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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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는 선거권이 있습니다. 저는 제20대 총선에서 첫 투표권을 행사했고, 이어 제19대 대선에서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다가 올 지방선거에서도 그러겠죠. 하지만 저는 아직 온전한 시민이 아닙니다. 저는 반쪽 짜리 시민입니다. 피선거권이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누군가를 선출할 수 있지만, 스스로는 선출되지 못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정치권력에 대한 불신, 좌절 그리고 분노가 큽니다. 하물며 청소년은 어떻겠습니까.

그들의 최소한의 의견을 조금이라도 반영할만한 수단이 거의 없습니다. 누군가는 청원 같은 걸 써보겠냐고 말하지만, 그렇게 해서 청소년들의 이해가 적극 반영 되었다면, 그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삭발할 이유도 없었을 겁니다. 그들에게도 강력한 한 발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바로 투표권입니다.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습니다. 특정인에게만 기대어서는 청소년들의 의사를 반영할 수 없습니다. 그들 스스로가 결정하도록 열쇠를 쥐어 주어야 합니다. 어떤 계층의 이익을 실현하기를 바란다면, 그들에게 권력을 직접 주면 됩니다.

누군가는 선동을 당할 수 있다고, 교실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깨부셔야 하는 생각입니다. 정치란 선동의 연속입니다. 선동은 누구나 하고, 누구나 당합니다. 그 많은 예들을 열거하면 도서관을 하나 채우고도 모자랄 겁니다. 그들의 정신이 미숙하다고 선동을 걱정하지 마십시오. 미숙은 당신이 판단할 수도 있는 그런 부류가 아닙니다. 선동이 두려우면 철인을 왕으로 등극시키자고 차라리 당당히 선언하십시오. 민주주의를 버리자고 주장하십시오.

지금까지 민주주의의 성립과 확대를 방해한 그 모든 반동적인 세력들과 주장을 같이 할 거라면 저 멀리 과거로 돌아가십시오. 또한 교실은 더 정치적이 되어야 합니다. 학생들은 학교 안에서나 학교 밖에서나 더 활발히 정치에 대해 토론해야 합니다. 그들의 삶을 바꾸기 위해서,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민주시민으로서 참여하고자 하는 건전한 시민상을 원한다면 교실은 정치적 중립성에 묶여 있으면 안 됩니다. 쇠사슬을 박살내고 입에 있는 지퍼를 풀어주어야 합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고, 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그것을 검토하고, 더 좋은 제도들을 만들며, 책임을 집니다. 설사 그 의견 중 하나가 그저 아기의 울음소리라고 하더라도 당장에는 그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진지하게 사회가 고민해야 합니다.

다음은 교육감 선거권만 주자는 주장에 대해서 말씀드립니다. 세상은 넓고 복잡해서 모든 사안이 이리저리 연결되어있습니다. 그런 사회에서 청소년들의 이해관계가 오로지 교육에만 있다고 단언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또한 교육을 그런 식으로 이해하는 것은 교육의 대상을 극히 한정시킵니다. 청소년들은 세계 모든 것에 대해 이해관계가 있습니다. 그 사회를 구성하고 있고 영향을 받는 사람들은 어른만 있는 게 아닙니다. 청소년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청소년들도 당연히 투표하고 선거에 나가야 합니다. 청소년들에게 스스로 미래를 만들라고 말하면서 어째서 투표로 미래를 바꿀 가능성은 주지 않는 겁니까?

청소년 선거권은 그 어떤 진영을 위한 게 아닙니다. 어떤 당을 찍든 그건 그들에게 주어져야 하는 당연한 권리입니다. 자신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하다고 그것을 기피하거나 받아들이면 안 됩니다. 오직 청소년 선거권이 수용되어야 하는 이유는, 그들이 시민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정치권에 경고합니다. 이용 할 생각도, 거부 할 생각도 하지말고 조속히 국회에서 청소년 선권을 보장하는 입법을 통과시키십시오.

18세 선거권으로, 이 나라의 청소년들은 해방을 위한 첫 걸음을 비로소 하나 내딛게 될 것입니다. 더 많은 청소년들이 더 넓은 자유를 누리려면 이것에서 멈추지 말고 계속해서 투쟁해가야 합니다. 그들의 권리는 성인이 결정하는 게 아니라 청소년들 스스로가 행사하는 겁니다. 미숙함도, 정치적 이용도, 중립성도, 그 어떤 것도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누를 수 없습니다. 그 동안 성인에 짓눌려 살아온 청소년들에게 이제 겨우 숨구멍 하나 틔워주자는 겁니다. 이런 요구조차 거부한다는 것은, 실존하는 시민을 거부하겠다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청소년들도 바로 옆에 있는 우리의 시민입니다. 그들을 무시하지 마십시오. 절대로 무시하지 마십시오. 청소년은 사람입니다. 분명한 사람입니다. 1/4짜리 시민권을 가진 예비시민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거부하실 분들은 들으십시오. 민주주의의 역사는 참정권 쟁취의 역사였습니다. 당신들이 소위 말하는 합리적인 인간의 범위 확대가 곧 민주주의의 역사였습니다. 남성 부르주아에서, 남성 노동자, 여성, 흑인 등등. 이제 그 대상이 청소년일 뿐입니다. 민주주의의 새로운 역사를 쓸 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마십시오. 당신들의 그 외면과 조롱은 평생 역사책에 남아 무식한 자들로 지칭될 겁니다. 청소년들은 이제 권리를 얻을 겁니다. 민주시민이 될 겁니다. 그들은 자유를 되찾을겁니다. 오직 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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