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2금요일Insight)중국위안(CNY/CNH)의 놀라운 안정성

중국의 주식, 채권, 원자재시장은 아시다시피 고전 중입니다
그런데 의문스러운 현상이 있죠
왜? 위안은 잠잠한 걸까?
한나라의 통화는 그 나라의 총체적인 건전성을 보여주는 바로미터입니다

이 글을 쓰는 현재 위안환율입니다
1$=CNY 6.9003 이네요 오늘 달러대비 0.04%정도 상승한 값입니다

CNY는 중국당국의 고시환율을 말합니다 onshore yuan 이라고도 합니다
PBOC가 매일 달러대비 위안가치의 중간지점을 설정합니다
그리고 그 중간지점 기준 상하 2%범위내에서 환율이 움직이도록 허용하고 있죠 이것이 고시환율입니다

이 지정값 주변으로의 변동성이 최근 상당히 낮아졌습니다
지난주 금요일 위안가치가 0.15% 상승했는데, 이 수치가 4월말이래 최대 변동폭이었을 정도입니다

위의 그래프는 최근 위안화의 달러대비 가치 변화를 보여줍니다
작년 11월 12일에 6.9603으로 최저치를 기록한 후 올해 들어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CNH라는 것이 또 있습니다 홍콩등에서 고시환율과 별개로 거래되는 시장환율입니다 중국은 외환시장이 개방돼 있지 않기 때문에 CNY는 달러에 위안을 연동시키는 일종의 고정환율제입니다

CNH는 홍콩과 같은 역외에서 시장이 매긴 위안의 가치를 말합니다
외국인들이 자유롭게 매매할 수 있는 위안은 보통 이 CNH입니다
offshore yuan 이라고 불리웁니다 보통 CNH의 가치가 낮게 책정됩니다

같은 시각 1$=CNH 6.9038 입니다 역시 CNY보다 절하돼 있죠

이 CNH가 이번 달 동안 미국달러대비 약 0.1%정도만 절하됐습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이 역외시장에서 거래되는 USD/CNH 조합의 환율 변동성 기대치가 2년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사실입니다

올해 같은 기간 동안, 상하이 종합 주가지수는 2.3%나 내렸습니다
그리고, 중국 대련 상품 거래소의 철광석 선물은 13% 폭락했습니다
10년 중국정부채의 금리는 현재 25개월 최고수준에 근접해 있습니다(=국채가격폭락)

2016년 초와 비교했을 때 완전히 달라진 양상입니다
위안이 급락하고(1$=7위안이 될 수 있다는 공포감이 확산되기 시작했습니다), 위안환율의 내재변동성 위험(implied volatility)이 급증합니다
그러면서 중국시장의 대혼돈이 세계경제에 위기를 야기할 수도 있다는 공포감이 높아졌습니다 이것이 2016년 초의 세계시장 현실이었죠

그럼 왜 2016년과 지금이 달라진 걸까요?
우선, 최근의 중국 주식, 채권, 원자재 시장에서의 급락은 중국당국의 정책에 의해 인위적으로 유도된 것입니다 즉, 경제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 중국당국이 부채관리에 사활을 걸듯 단속을 하면서 초래된 현상입니다

서구언론에서 중국시장을 이야기 할 때 가장 자주 접하는 문구가
'crackdown on leverage in the economy'(=막대한 빚을 내서 투자하는 행위를 탄압한다)입니다 그만큼 중국은 버블진압에 혈안입니다

그런데 중국경제의 실력은 어떨까요?
1분기 중국 성장률은 6.9%를 달성했습니다
신흥국경제가 회복되면서 중국 또한 1년 반만에 최대 성장률을 달성한 것입니다

2016년 초의 중국은 말그대로 경제 자체가 문제였습니다 중국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총체적으로 중국자산시장을 침체 시켰습니다

현재 중국당국이 보여주고 있는 '레버리지 투자에 대한 탄압'은 시장의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중국시장을 짓누르는 과도한 빚더미는 언젠가는 당국이 손봐야 할 문제라는 공감대가 있었는데, 중국이 바로 단속에 나서주고 있으니까 시장이 오히려 반색하고 있는 것입니다

중국발 위기론이 전혀 없다는 것, 거기다 앞서 언급드린 매우 안정돼 있는 위안환율이 시장의 반응인 셈이죠

중국도 타이밍을 잘 잡았습니다 계속 포스팅 해드린대로 선진국 시장의 낮은 금리로 인해 현재 신흥국 시장이 선전하고 있습니다
이 때를 맞춰 중국이 자국경제가 무너지지 않는 기반 속에서, 부채단속에 나서고 있으니까 세계가 중국을 한번 믿어보기로 하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giving China the benefit of the doubt)

두번째로, 중국의 정치적 결단입니다
중국은 외환 국외반출을 엄격히 막고 있습니다 의외로 현 시점에서 이런 외화유출 금지 조치가 중국밖으로의 달러유출을 막아줄 뿐만 아니라, 위안 변동성의 기대치를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거기다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해서 중국당국이 위안가치가 약화되는 것을 막고 있습니다 최근 고시환율인 CNY의 달러환율은 6.900 극초반을 강력하게 지지선으로 삼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중국의 정치적 결단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트럼프가 한동안, '위안을 인위적으로 절하시켜서 무역에서 이익을 보고 있다'고 중국을 비난했지만, 오히려 중국 정치권이 위안 약세를 좌시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2016년 초만 하더라도 PBOC의 고시환율 수준은 턱 없이 낮은 수준이었습니다 그래서 중국이 인위적으로 위안을 절하하려 한다는 불만이 쏟아져 나왔고, 미국의 트럼프가 선거유세 때 이슈화해서 득표에 이용하기도 한 것입니다

CNH는 이론상 역외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가능한 통화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당국이 이 홍콩시장의 CNH조차 조정하고 있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예를들면, 1월에 홍콩 위안에 대한 단기차입 금리(=HIBOR, 리보를 본 따 '하이보'라고 부릅니다)가 터무니 없이 치솟았습니다 하루짜리 위안 차입금리가 60%를 넘긴 것입니다 위안 매도세(=숏 베팅)를 진압하기 위해 당연히 중국당국이 개입한 결과입니다

덕분에 위안가치는 지금까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죠
이런 강력한 중국의 위안가치 단속 의지가 오히려 투자자들의 중국시장에 대한 불안을 불식시키는데 효과적이었다는 평가입니다

수요일에 미국 S&P500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미국 주식시장이 지금 잘 나아가고 있는 이면에, 중국이 더 이상 미국시장을 분탕질 할 정도로 무능력하지 않다는 투자자들의 안심이 한몫 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어떻게 보면, 중국지도부의 거시경제관리력은 뛰어나다고 칭찬을 해줘야 할 것도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