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빨래방과 로맨스

in #kr8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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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방과 로맨스



겨울 이불을 빨래방에 가져갈 참이다. 오래전 두세 번 이용했던 기억으로 충분히 겨울 이불이 들어갈 것 같아서 요 두 장을 추가로 차에 실었다. 명절 다음날 빨래하러 오는 사람이 나 말고 누가 있을까. 밀린 빨래 대신 밀린 친구들을 만나고 있는 게 지극히 정상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그 공간을 떠올리면 연상되는 헐리우드 영화나 미드의 장면들 때문에 근사한 누군가가 있어줘야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한다. 집에서 빨래방까지의 짧은 거리만큼 상상은 이내 쪼그라들고 코끝을 자극하는 세제냄새가 반기는 빨래방 현관문을 밀치고 들어서면 둥근 입을 쩍 벌리고 하품하는 세탁기 몇 놈만이 간판에 써진 24시간이란 약속을 지키는 중이다.

제일 먼저 빨래통 안을 확인한다. 아뿔싸, 빨래통이 너무 작다. 집에선 왜 이게 컸다고 생각했을까? 옆에 있는 우주선 캡슐 같은 건조기를 보고서야 이놈을 보고 착각한 게 분명하다. 어쩐다. 올 겨울 내내 집안에서 공구고, 끼고, 안고, 침 흘렸던 이놈을 이삿날 한데 나온 정처없는 가재도구처럼 바깥바람 맞혀가며 이 낯선 곳까지 모셔 왔는데 다시 들고 가야한다고 생각하니 작심하고 목욕탕 갔다 정기 휴일 팻말 보고 물러날 수 없는 때 낀 내 몸처럼 난감하다.

하지만 목욕탕처럼 선택지가 많지 않다. 정확히 없다. 이 곳은 다음 검색으로 찾아낸 인구유입이 갈수록 줄어드는 그렇고 그런 중소도시의 유일한 넘버원 빨래방이다. 일단 침착하게 두 요를 탁자 위에 올려놓고 두툼한 솜이 팍팍 손끝으로 느껴지는 묵직한 겨울 이불을 움켜쥐고 쪼그만 입을 벌리고 있는 아무 죄 없는 드럼 세탁기 속으로 구겨 넣기 시도한다. 구겨 넣으면서 채 마르지 않은 세탁기 통 속의 물기까지 확인하면서 이젠 물러설 곳도 없다. 만일 들어가지 않으면 이 더럽혀진 이불놈을 오늘밤 다시 껴안고 잘 생각에 손끝은 지하철 푸시맨마냥 우악스럽다. 휴우, 다행이다 문을 닫을 수는 있을 만큼 밀어 넣고 떠넘기듯 세제를 집어넣고는 문을 닫는다. 오백 원짜리 동전을 밀어 넣으면서 생각한다. 물이 묻으면 분명 숨은 죽을 것이고 집 세탁기보다 힘이 센 이놈이 물먹은 솜뭉치 덩어리를 충분히 메다꽂을 수 있으리라. 암, 그렇고말고.

궁금하신 분은 아래 동영상 꾹!

이후 두 세탁기에서 나온 세 친구는 한 건조대에서 30분 동안 70도의 열기로 서로를 뜨겁게 부벼됐지만 지금 두 놈은 베란다에 한 놈은 고온의 전기장판에서 뽀송뽀송해지기를 기다리는 중이다. 참 로맨스가 빠져버렸네. 어쩔 수 없이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는 대합실, 기차 안, 버스 안, 비행기 안처럼 기대했는데 기실 우리나라 빨래방은 요란한 티브이 소리가 그나마 감사하게 느껴지는 어색한 장소인 듯. 타인을 맘껏 관찰하다간 잡혀가기 딱 좋은 곳이다. 아, 여행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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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트는 셀프보팅된 포스트입니다.
더해서 보팅봇들을 이용해서 제 스스로 가격을 매긴 포스트입니다.
혹 포스트 내용에 비해 지나친 보팅 금액을 보시고 언짢거나 의아하게 생각할 분이 계실 것 같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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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도 빨래빵 퀘스트 완료했습니다.
ㅎㅎ

아하^^/댓글 감사합니다.

gonair님의 담담한 느낌의 글이 참 좋네요 저는 :)
저도 빨래방 가야하는데 자꾸 미루게되네요..! 얼른 책한권들고 가야겠어요 ㅎ

혹 멋진 남자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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