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벌고 하루 살기] 반말

cctv 설치기사의 보조일이다. 작은 읍내 농협 리모델링 현장이다. 건물 외관에 대리석을 덧씌우고 내부의 천장 텍스 등을 교체하면서 cctv도 그 위치와 노후 전선을 교체하는 것이다. 설치기사을 따라 트럭 조수석에 올라타 고속도로를 달린지 채 5분도 안되어 고개를 돌려 그가 묻는다.

"올해 몇입니까?"

늘 받는 질문이다. 왜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이 몇 살인지가 그렇게 궁금한 걸까? 지금 바로 자신의 눈앞에 있는 사람의 생물학적 나이가 누군가의 분석처럼 정말 서열과 위계를 안정적 질서라 착각하는 이 나라의 구습 때문일까? 아니면 초면에 대화를 시작할 마중물 같은 말들이 그리 생각보다 많지 않아서일까?

아무튼 난 업자든 함께 일하는 누구든 나이에 별로 관심이 없다. 물론 상대적이라 나를 기준으로 어리겠구나, 비슷하겠구나, 많구나 정도의 느낌들이 빛의 속도로 지나가겠지만 어차피 하루 종일 존댓말을 쓰면서 보내기는 매한가지인데 굳이 정확한 나이가 무슨 소용인가?

그럼 일을 시키고 함께 해야 하는 사람의 입장은 어떨까? 나와 같은 입장일까?
그렇지는 않은 모양이다. 분명 나보다 연배가 높긴 하지만 그가 말을 놓는 대목은 딱히 지적하기 힘든 어떤 부분에서였다.

이미 텍스가 마무리 된 천장을 조금 열어서 플라스틱 cd관을 고정하고 요비선을 통해 utp 통신선 가닥 묶음을 한 쪽은 밀고 한 쪽은 당겨서 밀어 넣는 작업을 사다리 위 천장에서 할 때였다.

"대기"(간결하다. 한국어 같지 않다. 존댓말이 없는 영어나 중국어처럼 한국말도 이런 느낌이었으면)
"놓고"(그럴 수 있어)
"당겨!"(어, 반말이네)
"빼!"(에라이)

전기나 텍스 작업자들이 지금 이 현장에 함께 있다는 것을 자각하자 더욱 민감해지려는 찰나 이렇게 롤러코스트처럼 쭉 내린걸 쓱 올린다.

"됐습니다, 다음 꺼."

그러면서 점점 반말이 존댓말을 집어 삼키기 시작한다.

"이거 치우고"
"이거 갔다 놓고"

이젠 차라리 내가 편히 말을 놓으라고 말해야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 마무리는 다시 올린다.
"하루 고생했습니다."

참 피곤한 한국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