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근로자와 노동자
휴일 잘 보내고 계십니까?
달력에 빨간 날은 일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반기고 기다리는 날입니다.
여러분이 근로자이든 노동자이든 말입니다.
오늘은 일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호칭에 관한 이야기를 한 번 해 볼까 합니다.
이틀 전 부산의 초고층 아파트 공사장인 해운대 엘시티 공사장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고층에서 유리 장착작업을 하던 분들과 밑에서 작업하던 분까지 네분이 사망한 안타까운 사고였습니다.
좀 더 구체적인 세부사항이 알고 싶어 다른 언론사의 기사를 검색하다가 여전히 근로자와 노동자란 호칭이 혼용되거나 언론사의 색깔에 따라 명확히 구분되어 사용되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대표적인 진보와 보수 언론매체들의 관련사고 보도 속에서 그분들의 호칭을 살펴 봤습니다.
- 노동자
한겨레/부산 엘시티 공사장 55층서 추락…노동자 4명 사망
경향신문/부산 엘시티 공사장서 작업구조물 추락…4명 사망
오마이뉴스/부산 해운대 엘시티 57층에서 작업대 떨어져 4명 사망
- 근로자
연합뉴스/해운대 엘시티 공사장 55층 추락사고…근로자 4명 숨져
ytn/해운대 엘시티 공사장 추락사고...근로자 4명 사망
조선일보/해운대 엘시티 공사장 추락 사고…근로자 4명 사망
중앙일보/[속보] 해운대 엘시티 공사장 54층서 3명 추락…"4명 사망"
동아일보/해운대 엘시티 구조물 추락 사고로 4명 사망…“비리 얼룩진 현장서 무고한 희생”
한국일보/해운대 엘시티 공사장 57층서 추락 사고… “4명 사망
*jtbc/해운대 '엘시티' 공사장서 작업 구조물 추락…4명 사망
근로자와 노동자를 혼용합니다.(기자는 근로자로 멘트하고 자막은 노동자로 나가는군요)
역시 언론사들의 정치적 성향과 색깔에 따라 노동자와 근로자로 그 호칭이 확연히 구분됩니다.
그럼 기본적인 사전적 정의를 살펴 보겠습니다.(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인용)
- 노동자
- 근로자
어떻습니까? 여러분은 어떤 호칭이 적합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노동자란 의미 속엔 자본가에 대비되는 계급적 의미가 내포되어 있고
근로자란 의미에는 부지런함을 장려하는 암묵적 의미가 들어 있습니다.
그럼 저 단어들에 대응하는 영어 단어는 어떨까요?(구글사전 인용)
노동자를 worker
, laborer
로 바꾸어 쓸 수 있다면
근로자란 단어는 짐작하시겠지만 단순 명사로는 찾을 수가 없습니다.
굳이 의역하자면 hard worker
나 hard working person
쯤이 될겁니다.
worker
laborer
두 영어 단어 모두에서 근로를 강조하는 흔적을 어디에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과연 어떤 호칭이 일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데 적합하고 가치중립적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물론 여기엔 우리나라만의 특수한 상황이 있습니다.
지금도 근로자란 호칭을 선호하시는 분들은 노동자란 말 속에 포함된 계급적 의미와 노조와 북한이 이미 선점한 ‘노동’이란 단어 자체의 이미지를 싫어하시는 분들이 많은 줄 압니다. 또한 근로의 의미 자체가 부정적이 않고 오래전부터 널리 사용되어 왔음을 강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사회가 계급사회인 것은 이 곳이 자본주의 사회임을 부정할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또한 계급이라는 사회학적 용어가 모두 마르크스와 북한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여전히 레드 컴플렉스에서 벗어나지 못한 우리 사회를 말해주는 듯도 합니다.
최근 사회 곳곳에 만연한 갑질문화를 비판하고 개선하려는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예전 같으면 으레 당연한 일로만 여겨지던 일들도 ‘갑질’이란 신조어 속에서 다시 한번 스스로 점검해 보게도 됩니다. 하물며 일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저 ‘근로자’란 단어는 고용주나 사장들이 좋아할 완벽한 갑질 문화의 상징 같아 보이는데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지요?
거꾸로 돈 잘주는 사장, 휴가 잘 보내주는 사장을 우리가 사장을 가리키는 중립적인 단어로 쓴다고 그것이 가치중립적일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이 포스팅을 위해 검색하다 보니 법률 용어에도 여전히 근로란 단어가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비근한 예로 근로기준법이란 용어자체부터가 그러합니다. 참 아리송합니다.
우리가 고용인과 계약을 할 때 노동을 조건으로 임금을 받는 것이지 근로를 전제로 한다면 그 가치는 누가 어떻게 판단할 수 있는 것인지, 이런 모호한 단어를 여전히 법률적 용어로 사용하는 것이 합당한지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셀프 보팅되었습니다.
근로, 근로자라는 말은 박정희 시대가 낳은 산물이죠. 이때부터 5월 1일 메이데이(노동절)도 근로자의 날로 바꾼것이고요. 당연히 노동이라는 말을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불편하게 만드는 단어죠. 근로자...
가치평가가 들어간 단어가 법률용어로는 맞지 않다고 봅니다. 중립적이지도 않구요.
좋은 글, 지적 감사합니다
같이 공감해 주시니 기쁩니다. 그렇게 보면 웃긴게 한두개가 아닙다. 근로기준법, 근로 복지공단...
언론사에 따라 단어가 명확하게 다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득권 세력에게 근로자는 노동자여서는 안되기 때문이 아닐까요.
쉿^^/좀 더 마시고 놀러 가겠습니다!
동의합니다.
놀러 가겠습니다...오호...테슬라!
평소에 생각치 못했던 것을 생각하게 하는 좋은 글이었습니다. 노동자라는 단어에 괜한 거부감이 없지 않았는데, 노동자라는 단어에 대해서 인식을 제고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기쁜 일입니다/교통정체 중에 저런 글을 포스팅하시다니 대단하십니다. 저도 오직 일일일포만 보고 갑니다. 전 그것도 힘들다는...
근로자와 노동자의 의미가 이렇게 차이가 있었군요~보팅하고 갑니다
이제는 바뀌어야 될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너무 많은 보팅을 주신 게 아닌지... 감사합니다.
근로기준법 명칭 바꿔야겠네요 ㅡ
여리한 포스팅입니다
제 어휘력영역을 살짝넓히셨습니다 감사해요
하하하/유쾌하시네요...제가 감사하지요...좀 있다 놀러 가겠습니다.
노동자와 근로자.. 양면이 있지요. ㅎㅎ 생각해봐야하는 문제인듯합니다
네, 저는 노동자로 불리고 싶습니다/재밌는 이벤트를 하시네요.
명칭이라는게 내포하는 것이 참 많습니다
어떻게 불려지냐는 중요한 문제 같습니다.
저도 부산인지라 가까운곳에서 사고가 난 뉴스를 보고
굉장히 마음이 아팠습니다.
글 덕분에 노동자와 근로자의 단어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게되네요
좋은글 덕분에 많은분들이 볼 수 있게 기획한
작은 이벤트 '오늘의 스티미언' 에 당첨되셨습니다!
풀보팅 완료★ 팔로우하고갑니다
네, 사고는 한 순간입니다/이런 행운과 거리가 먼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