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물가에 놀란 외국인들
외국인 관광객처럼 '한국여행 필수 코스' 하루 다녀보니
명동은 흡사 커다란 화장품 가게, 광장시장은 일부 바가지, 대중교통은 방향 헷갈리고 불편
K뷰티와 K팝, 보고 즐길 것의 한계, 한국다운 관광 콘텐츠 빈약
외국인 관광객 "한국 생각보다 재미 없어, 두 번 안 올 것 같다" 반응도
[편집자주] 수습기자 때 휠체어를 타고 서울 시내를 다녀 봤습니다. 세상이 처음 불편해졌지요. 직접 체험해 알리는 기사를 써보기로 했습니다. 이름은 '체헐리즘', 체험과 저널리즘을 합친 말입니다. 사서 고생하며 깊숙한 이면을 알리고, 가장자리가 보이도록 힘쓰려합니다.
광장시장에서 먹은 1만원어치 순대. 이게 대(大)자 사이즈다. 독자 226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96%(2165명)가 이 양에 1만원이라면 안 먹겠다고 답했다./사진=양 적은 건 못 참는 남형도 기자
광장시장에서 먹은 1만원어치 순대. 이게 대(大)자 사이즈다. 독자 226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96%(2165명)가 이 양에 1만원이라면 안 먹겠다고 답했다./사진=양 적은 건 못 참는 남형도 기자
"Umm, one Tteokbokki, one Sundae and one Dumplings(떡볶이 하나, 순대 하나, 만두 하나 주세요)."
광장시장 분식집에서 주문하고 있었다. 왼편엔 여행용 초록색 캐리어를 둔 채였다. 한국인이 한국에서 한국 사람에게 굳이 영어로 주문한 이유가 있었다. 한국에 놀러 온 외국인 관광객인듯 보이려고.
이를 위해 중국어에 능통한 두 사람을 섭외했다. 실제 중국인이자, 3년간 한국에서 지냈던 유학생 전련씨(연세대 언론홍보학부 3학년), 그리고 4살 때부터 오래 중국에 살았다던 백재원 인턴기자(머니투데이)였다. 두 사람 없인 불가능했을 취재였다(고맙습니다).
한 독자께서, 어머니가 하시는 분식집의 3500원어치 순대라며 보내준 사진. 단순 비교는 어렵겠으나, 맨 위에 있는 광장시장 1만원어치 순대 3분의 1 가격에 양은 더 푸짐하거나 비슷해보인다./사진=찬희 독자님 제공
한 독자께서, 어머니가 하시는 분식집의 3500원어치 순대라며 보내준 사진. 단순 비교는 어렵겠으나, 맨 위에 있는 광장시장 1만원어치 순대 3분의 1 가격에 양은 더 푸짐하거나 비슷해보인다./사진=찬희 독자님 제공
음식을 기다리며 둘은 중국어로 대화했다. 누가 봐도 중국인 관광객처럼 보였다. 기다란 나무 의자에 앉은 이들 역시 거의 다 외국인 관광객이었다. 광장시장이 주요 한국 여행 필수 코스로 알려져서다.
"자, 여기, 떡볶이요."(주인)
만두 가격은 6개에 6000원. 고기 3개, 김치 3개였다. 독자 2275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86%(1966명)은 이 양에 이 가격이면 먹지 않겠다고 답했다./사진=남형도 기자
만두 가격은 6개에 6000원. 고기 3개, 김치 3개였다. 독자 2275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86%(1966명)은 이 양에 이 가격이면 먹지 않겠다고 답했다./사진=남형도 기자
먹음직스러운 쌀 떡볶이였다. 양은 만족스럽지 않았다. 떡 10개가 들어 있었다. 떡볶이 가격은 4000원. 맛은 보통이었다(판단 기준은 본인이 먹어온 경험). 맛없다는 아니지만 먹을만한 정도. 만두는 6개에 6000원. 한 개에 1000원이었다. 맛은 별로였다.
끝으로 순대도 나왔다. 가격은 1만원. 대(大)자인데 양이 너무 적었다. 간, 허파를 밀어두고 순대를 세어봤다. 14개였다. 많다, 적다는 주관적인 거라서 내 느낌이 맞나 싶었다. 순대 사진을 찍어 내 SNS 독자들에게 물었다. 응답자 2260명 중 96%(2165명)가 "이 가격에 이 양이면 안 먹는다"고 대답했다.
생각이 많아졌다. 한국인 100명 중 96명은 안 먹는단 그 순대를. 그걸 비행기를 타고 멀리서, 한국이 좋다며 애써 와준 이들에게 파는 게 맞나.
바로 오른편에 큰 물통이 놓여 있음에도, 물이 있느냐는 질문에 1000원에 파는 생수를 건넨 광장시장 분식집 주인./사진=남형도 기자
바로 오른편에 큰 물통이 놓여 있음에도, 물이 있느냐는 질문에 1000원에 파는 생수를 건넨 광장시장 분식집 주인./사진
정작 기분 상했던 일은 이런 거였다. 전련씨가 "떡볶이가 매운데 물이 있습니까"라고, 번역기로 물었다. 주인은 태연하게 생수 새 것 한 통을 꺼내어 건넸다. 1000원이라며 가격을 알려줬다.
근처 테이블엔 공짜로 먹을 수 있는 1.5리터짜리 생수통이 놓여 있었다. 종이컵만 있으면 마실 수 있었다. 그러나 컵이 비치돼 있지 않았다. 잠시 뒤 외국인 관광객을 데려온 한국인이 "물 마시려고 하는데 컵 좀 주세요"하자 주인은 안에서 종이컵을 꺼내 주었다.
40년 넘게 한국인이라 잘 보였던 것들. 외국인 관광객이었다면 그런가 보다 했을 일들. 그런 걸 찾아 나서고 있었다.
자기 나라로 돌아간 이들은 말이 없고, 별로였다면 다시 안 오는 것으로 대답할 것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