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내 정치질 이제 우리도 좀 해보자!

in #kr7 years ago (edited)

술자리에서 아니면 커피 한 잔할 때, 하다 못해 블라인드 같은 게시판에서 심심치 않게 소환되는 아주 애절한 단골 메뉴가 있으니 그것은..
'우리 회사는 실력보다 정치질로 굴러간다. 그러니 이모냥이지, 회사의 미래를 생각하자~ 쫌!!'
일견 맞는 주장일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아는 한 아주 많은 경우의 직장인에겐 해당하지 않으니, 선동당하지 않도록 잘가려 읽고 앞으로는 불행한 직장생활로 한걸음 더 빠져들지 않길 바란다.

정치질이란 과연 무엇인가? 말 그대로 직장의 설립 목적과 연관이 없는 역량, 특히 그 중에서도 윗사람에게 간, 쓸개, 내외장까지 다 빼주는 역량을 말하며, 아랫사람을 개무시한다면 금상첨화 완전체적 정치인이다. 정치질을 하러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은 누가 봐도 비호감에 회사를 무너뜨리는 암적인 존재로 여겨진다. 하지만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분명히 있다. 우리는 왜 직장을 다니는가? 이 질문이 조금 추상적이라면 질문을 순차적으로 진행해보자. 이 질문들에도 당신이 살아남는 다면 앞서 말한 대다수에 속하지 않는 훌륭한 인재로 저와 함께 창업을...

첫번째 관문, 내가 천억이 있어도 직장을 다닐 것인가?
이 질문에 쉽게 'yes'라고 대답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같은 배를 탄 동지일 확률이 높다. 우리의 직장이 직업 그 자체가 목적이 되진 못하는 상황이며 그것은 결국 돈 때문에 직장을 다니고 있다는 반증이다. 물론 100% 돈 때문에 직장을 다닌다고 매도하는 흑백논리는 좀 억울한 면이 있다. 돈과 하는 일, 특히 워라벨 같은 것을 포함한 여러가지 요소들을 고려했을 때 가장 합리적인 수준에서 선택한 직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극단적인 예로 직장을 안다니면 24시간 매일 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열일과 과로를 불사하는 우리가 돈 천억에 쉽게 그만둘 수 있는 확신이 생긴다는 것은, 직장을 다니는 최고 목표가 돈이기 때문일 것이다.(사실상 자본주의 시대에 워라벨 조차 자본에서 자유롭지 않으니까)

그렇다면 돈 때문에 다니는 우리에게 패자부활의 기회를 주는 두번째 질문으로 넘어가보자.
돈이 필요한 것은 생존의 문제기 때문에 돈을 제외하고 직장을 다니는 이유는 무엇인가? 바꿔 질문한다면 승진인가 아니면 업무 전문성 확보로 인한 자아실현인가? 물론 다른 이유도 종종 있겠으나, 이 두 case를 제외하고는 정치질보다 아름다워 보이지 않으므로 논외로 둔다.
역시나 위 질문에 무자르듯 자를 답할 수는 없지만 아무래도 더 많은 직장인들이 택하는 것은 승진이라고 생각된다. 바꿔말하면 승진에 따르는 임금인상과 영향력, 그에 따르는 입지확보. 이런 것들이 우리를 때로는 헬게이트 같은 직장에 붙잡아 놓는 최고의 동기가 아닐까? 아니라고 생각되는 사람이 거의 없겠으나 혹시나 패자부활전을 통해 이 배에서 뛰쳐나가려는 사람은 다음 질문에 대답하고 최후 1인의 선량한 생존자가 되어도 좋다.
'평생 기술을 안알려주지만 빠른 승진과 권력이 보장된 직장 생활' vs '차곡차곡~ 맡은 업무에 대한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지만 승진은 거의 없고 언제 짤릴지 모르는 회사'

우리는 종종 직장을 두가지 부류로 나누어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하나는 '인재를 알아봐주는 미래가 밝은 직장', 또 다른 하나는 '인재를 못 알아보고 정치질만 가득해서 경쟁력이 1도 없는 직장'. 그러나 특별한 유산을 물려받지 않은 이상 대다수의 우리는 사실상 이런 분류가 그렇게 중요한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왜냐면 우리는 본능적으로 직장의 미래보다는 자기 자신의 미래에 비교할 수 없는 큰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은 조금 다를 수 있겠지만(꼭 덜하다는 뜻은 아님;;) 일반 기업에 다니는 직장인의 경우, 오너나 그 회사에 자신의 재산을 크게 투자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지속가능하고 경쟁력있는 회사를 만들어가기 보다는 본인이 지속가능하고 경쟁력있는 직장인이 되길 원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정치질만으로 승승장구하는 사람을 보면 깎아내리기 바쁜데, 그 이유는 선량한 직장인의 자존심과 양심상 회사를 위해 충성을 다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태까지의 설문을 통해 우리는 실제로 꽤나 나를 위해 회사를 다니는 것이었을 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 수 밖에 없다. 왜냐면 정치질에 못견디고 퇴사를 하게 되는 경우에도, 결국 회사를 위해서라기 보다는 나를, 특별히 그런 지저분한 상황을 견디지 못하는 양심을 가진 나를 위한 결심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우리가 흔히 겪는 인지부조화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게 아니라면 회사가 망가지는 꼴을 보다 못해 분개하며 퇴사한다는 것은 누구나 납득이 가지 않는 연역적 오류다.

왠지 직장에서는 일을 잘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겠지만, 알고 보면 그런 느낌은 허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심하게 말하면 미신 수준일지도 모른다. 직장을 활용해 가장 효율적으로 행복에 한걸음 더 다가가고 싶다면, 우리가 다니는 목적과 수단을 일치시켜야 한다. 목적이 돈을 버는 것이라면, 또는 안정적인 직장생활이라면 그 수단이 되는 우리의 역량 또한 그것에 맞게 길러야 할 것이다. 결국 돈벌기 위해 정치가 필요한 곳에서 정치력이 없다면 그것 또한 인정하고 갈고 닦아야 한다. 법적으로도 문제가 거의 없는 정치질에 대한 직업 양심을 지키는 것과 회사에서 승승장구하는 것, 이 두가지의 가치를 비교하는 것은 하루하루 힘겹게 사는 우리들에게는 어쩌면 사치스러운 걱정일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직장보다 자기 스스로를 위하는 사람에게는 더욱 그렇다.

결론적으로 '나는 정치질 보다 실력을 알아주는 회사를 가고 싶다'라고 말하는 것은 타당하다. 그렇다면 가라! 가면된다. 하지만 만약 여러가지 여건상 갈 수가 없다면, 그래서 정치질이 가득한 직장을 다녀야 한다면, 오너가 아닌 이상은 본인을 위해, 가족을 위해 정치질 해라! 괜히 어줍잖게 회사를 위하는 척 해봤자 본심이 아니라는 것은 너무나도 뻔하다. 정치질이 더 중요한 곳에서 일 할 수 밖에 없다면 업무보다 정치질에 매진해라. 그것이 지금 당신이 그 회사를 다니는 가장 중요한 목적을 달성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3천만 개미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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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가는 글입니다. 제가 미국이랑 한국에서 직장생활 해봤는데... 특히 한국직장이 좀 심했던 것 같네요...

맞보팅 하고 갑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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