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기념으로 수능 100일 전에 있었던 흑역사 풀어볼게요~

in #kr7 years ago (edited)

안녕하세요.
기린아입니다.
오늘은 수능날이었죠...
그래서 제가 수능 100일전에 있었던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합니다.
예전에 @happadai 님의 라디오 사연에 체택되었던 글이네요.
늘 그렇듯이 아무 생각없이 봐주시길 바랍니다...

images (3).jpg

때는 바야흐로 20여 년 전 제가 고등학교 3학년일 때의 일입니다.
저에게는 3명의 친구가 있었는데... 수능이 정확히 100일이 남은 날에 친구 중 한 명이 이런 제안을 했습니다.
오늘 같은 날 제대로 놀고 남은 99일을 정말 열심히 공부하면 된다고 ...
하지만 매일매일이 일탈이었는 던 우리에게는 시큰둥했죠... 저는 친구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그냥 야자 튀고 술이나 먹자..." 그랬더니 친구가 하는 말이...
"하.. 그렇게 놀 거면 내가 왜 이런 얘기를 했겠니..."라고 하며 한심스럽다는 듯이 저를 쳐다보더군요.
그리고는 "우리 여자 꼬시러 가자" 이러는 것이었습니다.
남중 남고 테크를 탄 우리들은 여자를 꼬신다는 그 말 한마디에 과감히 야자를 째고 영등포역에 사복을 입고 뭉쳤습니다.
친구가 여자애들은 데려와서 같이 놀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친구가 정말 비장한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우리는 오늘 나이트를 갈 것이다..!!"

IMG_20150326_1.png

그때 제 친구의 표정은 영화 300에 나오던 레이니다스 왕과같은 같은 비장한 표정이었습니다.
저희들은 그 친구의 말에 압도되어 영등포에서 가장 핫하다는 호박 나이트에 입성하게 됩니다.

1438929503360.jpg

천안에 둠 나이트, 수원의 터널, 강동구의 백악관...
각 지역을 대표하는 나이트가 하나씩 있었는데 그 당시 영등포의 얼굴은 호박이었죠.

연애를 한 번도 안 해본 저에게 나이트는 환상의 던전 같은 곳이었습니다.
노안이었던 저희들은 무사히 호박 나이트 안으로 무혈입성하게 되었고 정중앙의 스테이지 맞은편 가장 핫한 자리에 앉게 되었습니다.
나이트 안은 그야말로 새로운 세계였습니다. 시끄러운 음악이 퍼져 나오고 뿌연 공기에 남녀들이 서로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며 "오늘 내 모쏠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어야겠다"라고 굳은 다짐을 하게 됐습니다.

images (2).jpg

일단 자리에 앉은 저희는 거만하게 웨이터를 불러 양주를 시켰습니다... 학생들이 무슨 돈이 있겠냐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으시겠지만 그 당시 저희는 각종 수학여행비와 교재비 금액을 위조해서 수중에 돈이 조금 있었습니다.
글을 쓰면서 점점 되돌아오지 못하는 강을 건너고 있는 생각이 듭니다;;
양주와 과일이 세팅되고 소주만 먹어봤던 저희는 스트레이트 잔으로 양주를 연거푸 들이부었습니다.
나이트 안에서 빵빵 터지는 음악소리와 처음 맞이하고...


몸을 흔들며 부킹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부킹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모두가 아시겠지만 4인 파티는 부킹이 잘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술이 3분이 1 정도가 남을 무렵 친구가 웨이터를 불러 주머니에서 꺼낸 꾸깃꾸깃한 2만 원을 주더군요.
나이트의 생리를 몰랐던 저는 친구를 보며 저게 뭐 하는 짓인가 싶었는데... 10분이 체 지나지 않아 3분의 여성분이 자리에 오시게 된 것을 보고 친구를 바라보며 쌍따봉과 윙크를 날려주었습니다.
운 좋게 여성분이 제 옆에 앉으셨는데 그때는 뭐가 그렇게 좋았는지 심장이 바운스 바운스 되면서 얼굴도 못 쳐다보겠더라고요...

여성분은 간호사라고 본인을 소개하시면서 제 직업을 물으시더라고요.
저는 연세대 토목과를 다니는 학생이라고 얘기하면서 어색하게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생판 처음 보는 여자와 말을 하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처음 알게 되었네요.
친구가 옆자리에서 상대방 여자에게 삐삐 번호를 주고받는 것도 부럽게 바라보고 있었고요.
그때 나이트에서 "두둠칫" 거리는 소리와 함께 터보의 "나어릴 적 꿈"이 울려 퍼졌습니다.
저와 열심히 작업하던 제 친구와는 달리 2명의 친구는 음악이 나오자마자 여자분들을 자리에 두고 스테이지로 뛰쳐나가더라고요... 이런 미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자분들이 눈이 땡그랗게 커지고 참 무안한 표정을 지으셨어요.
어떻게든 이 뻘쭘한 상황을 정리하며 넘어가고 싶었던 저는 옆자리 여자분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었습니다.
이때는 저도 취해있어서 무슨 말이 나오는지도 인지를 못하고 있었을 때였습니다 ㅋㅋㅋ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다 우연히 튀어나온 한마디
"내일은 야자 안 하세요?"
여자분은 동공이 커지며 흠칫 놀라는 표정을 지으시며 저에게 되물었습니다.
" 뭐라고요?"
저의 개념과 이성은 안드로메다로 여행 중이었기 때문에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다시 물었어요.
"내일은 야간 자율학습 안 하시냐고요? ^^"
그때 그 여자분 표정을 다 보셨어야 하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짜증 나는 표정으로 자기 친구들에게 귓속말을 하고 셋 다 쌩하고 일어나서 자리를 뜨시드라구요...
사태 파악이 안된 저는 스테이지에서 미친 듯이 허우적 되며 춤을 췄고요... 그렇게 아침까지 광란의 춤판을 벌이고 나이트를 나왔습니다...ㅋㅋㅋㅋ

삐삐 번호를 딴 친구만 죽을 상이었는데 나중에 옆에 여자분이랑 연락을 이어가드라구요.
그리고 알게 된 충격적인 사실은

20150904145109090.jpeg

그분들도 다 고등학생이었다는 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러분... 대한민국의 미래가 어두운 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수능 보신 고등학생 분들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Sort:  

Cheer Up!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건 진짜 미쳤닼ㅋㅋㅋㅋㅋㅋ 야자 안 하세욬ㅋㅋㅋㅋㅋ

엄킨님...수원의 자존심 터널 가보셨나요..ㅋㅋㅋㅋㅋㅋㅋㅋ
인계동 살때 터널 찬스 코리아가 주 활동 무대였는데...ㅋㅋㅋㅋㅋㅋㅋ

터널이 지금도 유명하긴 한데.. 저는 나이트 세대가 아닌지라ㅎㅎ (외면)

앟ㅋㅋㅋㅋ대박.ㅋㅋㅋㅋㅋㅋㅋㅋ
야자안하세요?에 한번 놀래고 마지막에 그 여자분들도 고등학생이 였다는거에 두번놀랬답니당ㅋㅋㅋㅋㅋㅋㅋㅋ
앟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기전 재밌늘 읽고 갑니당~~~헤헿
굿밤하세용^^

나중에 그 사실을 알고 얼마나 웃겼던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분이 스팀을 하신다면 이 글을 읽어보실텐데...아쉽네요 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앜ㅋㅋㅋ
빵터지고 갑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정말 재밌는 추억인 것 같아요!!ㅋㅋㅋㅋㅋ

흑역사는 많이 만들수록 나중에 빵빵 터진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재미있는 이야기 잘 보고 갑니다. ^^ 여자분들도 흠찟 하셨겠네요. ㅎ

얼마나 놀라셨을까요...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야자라고 말해놓고 스스로 얼마나 놀랬는지 ㅎㅎㅎㅎㅎ

기린아님 재미있는 수능 100일 추억이 있었네요^^ 저도 친구 셋과 백일때 일탈 추억이 떠오릅니다. 그런 추억들이 진정한 인생의 재산이 아닐까 싶습니다 ㅋ

역시 수능 100일전에는 무조건 일탈을 해야하나 봅니다...
로키님도 수능 망치셨나요?...저는 그랬는데...ㅠ,ㅠ

저도 수능 망쳤어요 ㅜㅜ

ㅋㅋㅋㅋ 시트콤 만들어도 될듯요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인생이 시트콤입니다 ㅠ,ㅠ

ㅋㅋㅋ 완전 빵 터졌습니다.

그 여고생분들도 얼마나 놀라셨을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
괜시리 미안해집니다 ㅠ,ㅠ

헉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런거 블록체인에 박제하셔도 괜찮으신가요ㅋㅋㅋㅋㅋㅋ아 마지막 반전 대박ㅋㅋㅋ

어차피 글 쓰다보면 쭉 묻히겠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리라고 봅니다...ㅡ,,ㅡ;;

이곳에는 언제든 찾아서 공개(?)할 능력자분들이 많습니다ㅋㅋㅋㅋ아..그리고 이거 비슷한 이야기 기억났는데..대학생이라고 속이고 헌팅하다가 무슨과에요 물었는데 "이과요"라고 했다는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분들도 내일 원래 야자를 해야했어서 기린아님의 질문에 동공 확장이 되었던 것이였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과장님께는 비밀로 해주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in Marketplace

STEEM 0.16
TRX 0.16
JST 0.031
BTC 58999.04
ETH 2518.40
USDT 1.00
SBD 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