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기억할 만한 장례식에 갔는가?

in #kr8 years ago (edited)


생각을 달리는 @gilma입니다.

마크 빅터 한센과 잭 캔필드가 집필한 『죽기 전에 답해야 할 101가지 질문』의 40번째!!

Q.40 - 기억할 만한 장례식에 갔는가?

오래도록 같이 지내던 정든이가 맞이한 죽음의 시간 옆에 처음 앉았던 것은 대학교 1학년 마지막 기말고사를 치루고 있을 때였다. 부모님께서는 내가 나름 공부를 잘한다고 여기셨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건강이 부쩍 안 좋아지신 할아버지께서 곧 우리 곁을 떠나실 것 같다는 말씀을 기말고사가 끝나고 나면 해주시려 했다고 한다.

대학을 다닌 3년 반(지금은 누구보다 멍청하기 짝이없는 삶을 살고 있지만, 그 당시에는 조기졸업까지 했으니 부모님 눈에는 훌륭한 아들이었으리라)동안 학교에 가져다 준 등록금은 통틀어 70만원정도 되는 것 같다. 그나마도 학생회비나 행정처리 비용 명목으로 냈던 것이고, 딱 한번 전액장학금을 받지 못해 일정부분의 등록금을 냈던 기억이 있다.
자랑을 하려는게 아니고, 집에서 이렇게 등록금을 안 가져간 아들이기에 나의 기말고사를 망치고 싶지 않으셨던... 아니 졸업 후 내가 가지고 있던 목표를 응원하기 위한 최소한의 배려였는지도 모르겠다.

기말고사 첫날 아침, 기분이 좋지 않았다. 어른들이 말씀하시는 꿈자리가 좋지 않다는 이야기가 이런 것인가.. 무언가 기억나지는 않지만 아주 힘들고 어렵게.. 억지로 침대에 붙어 있다가 아침을 맞이한 기분이었다. 팽팽 놀다가 시험을 본다고 하니 시험 스트레스에 그런가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고, 그날 시험도 잘 봤다. 저녁을 먹고 도서관으로 가기 전 혹시.. 하는 마음이 들어 집에 전화 걸었고, 막 장례절차가 진행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장례절차 준비에 정신없는 가족들을 대신해 옆집 아주머니가 전화를 받으셨고, 담담하게 그 이야기를 해주셨다. 속이 상하고 눈물이 났다. 나는 우리집 장남이다. 그동안 나는 가족에게까지 얼마나 내 것이 소중하고 엄격한 사람이었던가. 아픔을 함께 나누고 같이 어려워야할 이 시간에 나에게 이 알림이 오지 않았다는 것은...

장례준비가 마쳐지면 연락을 주려 하셨다고 한다. 조금 더 내 시간을 쓰라고...

의미 1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는지 모르겠다. 할머니를 부둥켜안고 할머니의 입장에서... 어머니를 부둥켜안고 어머니의 입장에서... 또 나의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해도 눈물이 주룩주룩 너무 슬프고 마음이 아팠다.

세상에 둘도 없는 무서운 할아버지였다. 태어나서부터 대학에 다닐 나이까지 같이 살았으니 20년을 같이 지냈다. 이렇다할 대화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약주를 많이 하시던 할아버지는 어린 내게 아주 무서운 존재였다. 술에 취하면 화도 내고 작은 잘못도 엄하게 꾸짖으셨다.
그의 장례식장에서 주저앉아 목 놓아 우는 나를 바라보는 형제들은 나를 이상하다 여겼다고 한다. 무엇이 그렇게 슬펐느냐고...

안타까움이었던 것 같다. 가족에게 무서운 존재로 인식되어 평생을 사시던 할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이 기억난다. 앙상하게 말라서 까만 눈동자로 나의 행동을 쫓으시던 그 모습... 그 무섭던 어른도 죽음 앞에서는 한없이 두렵고 무서우셨으리라... 또 따뜻하고 포근한 사이로 남아야할 가족들에게 그렇지 못한 부분에 대한 스스로의 안타까움과 후회도...

상황이 달라지만 의미도 달라지는 것 같다. 어른 나에게 할아버지는 항상 무섭고 마주하기 두려운 존재였다. 그러나 할아버지의 마지막 시간에 나는 다양한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할아버지가 가지셨을 안타까움과 두려움부터 내가 삶에 임하면서 가져가야할 새로운 자세까지...

나는 할아버지가 보고 싶다. 무섭지도 원망스럽지도 않다. 그립다.

의미 2

가족에게 난...
할아버지가 맞이한 죽음의 시간은 나에게 가족의 의미를 배우게 한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그토록 나는 나를 중심으로 살았던가... 소중한 내 것을 지키기 위해서 양보하지 않는 그런 인간이었던가... 가족 구성원들에게도 그런 사람으로 평가되는 것인가...

물론, 이 생각은 나 혼자 가지는 자격지심일수도 있겠다. 할아버지의 마지막을 함께해드리지 못하고 가족들이 혼란스럽고 힘들었을 시간에 나를 위한 시간을 활용하고 있었다는 것에 대한...

그것이 자격지심에서 만들어진 생각이라고 하더라도, 그 시간 그런 의미를 부여했다는 것에 나는 다행이라고,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은 가족 구성원 하나하나에 최대한 소중함을 느끼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억할 만한 장례식

소제목을 처음 봤을 때는 저자 마크 빅터 한센과 잭 캔필드를 한심하게 생각했었다.
기억하지 못할 장례식은 무엇인가......

평생 기억에 남을만큼 소중한 이를 잃은 경험은 삶에 있어서 소중한 양분이 될 것이고,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다는... 있었다는 것은 그만큼 의미있는 삶을 살고 있다는 이야기일 것! 저자가 질문을 이 질문을 던지는 이유는 그런 것일 듯!


『죽기 전에 답해야 할 101가지 질문』 (원제 : Chicken soup for the soul : find your happiness)의 내용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포스팅입니다.


나의 죽음에 많은 이들이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나름의 소감을 가질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


열심히 달릴 수 있는 운동복을 걸쳐주신 @cheongpyeongyull님께 감사드립니다.

Sort:  

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여러분들의 꾸준한 포스팅을 응원합니다.

저는 아직 죽음? 이란거에 대해서는 학습이 부족한거 같습니다. 글을 읽으면서도 장면이 머리속으로는 그려지나 감정이 움직이지 않네요..아직 먼 이야기 같은? 조부모님도 제가 태어나기 전에 돌아가시고...친척들과 크게 왕래가 없는 성장이라...언제쯤 어른이 될까요 라는 질문이 드네요^^

그런 경험이 있어야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겠지요.
저는 오히려 사랑스럽고 가까운분들과 헤어지지 않고 행복하게 지내고 계시는 지금의 삶이 부럽게도 느껴집니다. 오래도록 소중한 분들과 행복하시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어른이 안된다고해도 말이에요~ㅎ

저는 장례식에 모인 사람들이 서로 놀라는 장면을 꿈꿉니다. 알고보니 모두 저를 통해 연결되어있다는 사실을 장례식장에 와서야 알게되는.. 그것이 인생의 성적표인 것 같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멋진 꿈이시네요.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상...
그것이 내가 떠난뒤에 밝혀져도 좋겠지만, 내가 살아있는 동안 그들과 더 많이 어울리고 서로서로 알아가는 자리가 더 많으면 더 좋겠네요! 행복한 꿈을 꾸시는 mmerlin님~~ 멋진 댓글에 감사드립니다!

기억될만한 장례식 소중한 사람을 잃다는건 정말 슬픈일인거같아요. 저도 아빠의 장례식이 지금도 너무나도 선명하고 비현실적이었던 그때가 생각납니다. 너무 어려서 비현실적은 현실에 눈물도 흘릴줄 몰랐는데... 나중에 장례가 다 끝나고 나서 집에서 엉엉 울었던 기억이 나네요 다시 집으로 아빠가 올수 없다는게 슬퍼서.... 마지막 문장에 마음이 콕 박혀서 주저리 말이 많아 졌네요. ㅠ

인정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에 많이 놀라고 많이 슬프셨을 것 같네요.
저는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고통이라 어떻게 위로와 공감을 드려야할지는 모르겠지만...
두고두고 누군가에게 기억되는 사람이고 싶은 마음은 아버님도 같으셨을 것 같아요. ㅠㅠ

준비없이 갑자기 맞닥들이게된 아버지의 장례식..
평생 잊지 못하죠...

지금이야 웃으면서 얘기하지만, 참 힘들었습니다.

저는 겪어보지 못한 경험이라 어떻게 공감해드려야할지 모르겠습니다.
너무 슬프고 또 슬플 것 같습니다. 후회되는 일들도 참 많으셨을테구요. ㅠㅠ

정말 나~~~~~~~~~중에 어쩔수 없을때 겪으셨으면 좋겠네요... ^^
같이 여행한번 제대로 못가본게 너무나 아쉽죠.
고생만 하시다가 가셨네요..

ㅎㅎㅎㅎ 8년이 다되가지만.. 역시나 또 눈시울이 뜨거워지는군요....^^
뭐.. 아마 평생 이렇겠죠?.^^

참 쉬우면서 어려운 말이지만, 계실때 잘해라.. 라는 말이 정말 진리인것같습니다..^^
옆에 계실때 한번 더 두번 더 세번 더 잘해드리시고 챙겨드리세요!!

감사합니다. 안그래도 "저녁에 퇴근길에 아버지께 전화한번 드려야겠습니다.." 라고 덧글 달았다가...지웠었거든요.
따뜻한 말씀에 가슴이 따뜻해지는 저녁입니다. zamini님도 행복하고 편안한 저녁시간되세요!!

^_^ 넵!! 편안한 밤 되세요!!! 전화 꼭 드리시구요 ㅋㅋ

나의 죽음에 많은 이들이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나름의 소감을 가질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
저도 그렇게 되고 싶네요. 이 말이 가슴에 와닿습니다.

작은 부분이라도 누군가에게 의미가되어 도움이 되면 좋으니까요.. 감사합니다. ㅎ

기억할만한 장례식이 따로있을까요! 나와 인연이었던 모든 사람들이 다 기억에 남고... 또 슬픔이 되어 마음속에 있는것을!
아버지 생각이 나네요....ㅠㅠ 길마님 책임져요~ ㅠ

토닥토닥 어서오세요 소주사겠습니다.
책임은 제가 또 확실하게 집니다!!

친한친구의 죽음을 뒤늦게 알게되어 장례식은 가지못하고 납골당에만 갔던 기억이 납니다. 친구인데 마지막으로 통화후 얼마 있다 목숨을 끊었더군요... 장례식은 아니지만.. 그때의 순간은 제인생에서 잊을수 없는 날이 될거같습니다.
마지막가는길을 볼수 없었기에 개인적으로도 참 마음이 무겁습니다.
힘든만큼 저에게 연락 못한 사정이 있었을 그친구에게 저는 어떤 존재 였는지도 궁금해지구요...

겪지 않아도 되는 정말 안타까운 일을 당하셨군요.
떠나고 만나는 것에는 정해진 순서가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또래끼리의 헤어짐.. 그것도 죽음을 통한 헤어짐은 너무나 놀랍고 가슴아플 것 같습니다.
저도 중학생때 동급생이 먼저 떠난 경험이 있습니다. 많이 친한 친구는 아니었지만 그 친구의 마지막은 얼마나 외로웠을지를 생각하면서 몇날 몇일을 힘들었던 기억이 있네요.
언제 어떻게 떠나더라도 남겨진 이들이 미소지을 수 있는 그런 헤어짐이 제게도 허락되면 좋겠네요.
가슴아픈 이야기 들려주셨네요. 편하지 않은 이야기이실텐데요.. 감사합니다.
따뜻하고 편안한 밤되세요!

마지막 말이 참 가슴에 와닿네요.
저도 왠지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내 삶을 누군가가 되돌아보면서 의미있는 무언가를 찾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행복한 저녁시간되세요!!

가까운 이의 죽음이 상당한 성장의 밑거름이 된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아직 그런 경험은 없어요. 사실 이런 글을 읽을 떄마다 아직 먼 미래이지만 두렵기만 합니다. 저는 제 주윗 분들의 죽음에 많은 의미를 받는 그런 사람이 되고싶네요^^ 길마님 글 정말 잘읽었습니다! 따봉!

꼭 그런 경험이 중요한 성장의 밑거름이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차라리 소중한 분들과 오래도록 어울리고 잘 지내면서 그분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또 말씀하신 것과 조금 다르게.. 내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분들의 죽음의 순간에 나를 기억해주고, 내가 중요한 한 사람으로 기억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저한테 따봉이라고 하셨는데.. 저는 오히려 댓글을 통해서 더 많이 배우고 느끼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행복하고 평안한 밤 되세요!!

Coin Marketplace

STEEM 0.05
TRX 0.32
JST 0.078
BTC 62391.00
ETH 1661.81
USDT 1.00
SBD 0.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