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라이프)제주 사람의 흔하디 흔한 주말

in #kr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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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다 보니 집을 나서면 언제나 오늘 보게 될 꽃에 대한 기대치가 마구 상승한다.

주말이라 동문시장에 장을 보러 가면서도 나는 오늘 볼 수 있을 꽃에 대해 이런 저런 기대를 하고 집을 나섰다.

동문시장 옆에 개나리가 예쁘게 피었다는 남편의 얘기를 듣고 일부러 돌아서 장을 보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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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보이는 담벼락에 개나리를 줄지어 심어 놓은 것이 보인다.
아직 생각처럼 노랗지 않아서 아마도 덜 피었으려니 하는 생각을 하며 한참을 돌아서 가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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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나의 꽃에 대한 기대치가 다른가 보다.
개나리는 심은지 2년 정도밖에 안 되어 보였다.
개나리는 회초리 같은 가지만 심어놓아도 옆으로 번지면서 군락을 이루는데, 이곳 개나리는 아직도 회초리 모양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었다.
풍성하게 노란 개나리 군락을 상상했던 내가 보기에는 초라한 개나리였다.

개나리 구경은 물 건너 가고, 장이나 보러 가야겠다.
동문시장은 제주도에 여행오는 사람들에게 꽤 인기가 높은 시장이다.
수산시장, 농산물 시장이 주를 이루는데, 관광객을 위한 먹거리 장도 많이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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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동문시장에도 야시장이 생기는 것 같다.
육지에서는 죽어가는 재래시장을 살리기 위해 청년들을 중심으로 야시장이 열린다고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야시장이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 재래시장도 함께 덕을 보는 경우가 몇군데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동문시장은 죽어가는 재래시장이 아니다.
주말이 되면 관광객으로 북적북적하고 평일에도 꽤 많은 사람이 시장을 구경한다.
중국인 관광객이 줄고 타격을 전혀 안 받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꽤 활기찬 시장이다.
그래서 이 야시장이 얼마나 크게 자리를 잡을지, 얼마나 오래동안 유지될 지는 잘 모르겠다.

우선 조림해 먹을 고등어를 사고, 양념 게장도 사고, 잡채할 시금치도 사고, 고추장도 사고... 시장 구경하며 장을 다 보고 집으로 돌아오려는데, 할머니가 길에서 상추 모종을 팔고 계셨다.
모종 8개에 천원. 적상추 4개와 청상추 4개를 샀다. 제주도는 날씨가 좋아서 이렇게 몇개만 사다 심어도 가을까지 상추를 끊임없이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시골 살 때 상추 모종을 50개씩 사다가 심어 놓으면 고라니가 와서 다 뜯어먹던 생각도 난다. 그 고라니들은 잘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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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옆에 작은 아파트가 있는데, 그 아파트 담에 예쁜 수선화가 피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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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할머니가 심으신 수선화란다. 봄이 왔는데도 아직 너무 춥다면서 아파트 정원을 손보고 계셨다.

할머니는 정원에 꽃을 심는데, 나는 정원에 상추를 심다니..ㅋㅋ
할머니가 보시면 야단을 치시려나?

시골에 살때는 앞마당에 꽃을 사다가 심었다고 동네 할머니들한테 많이 혼났었다.

"못 먹는 걸 왜그리 갖다 심어?"하시면서...ㅋ

몇년 간의 시골 생활로 나도 시골 사람이 됐나보다. 마당에 내가 심고 싶은 목록은 상추, 고추, 호박, 오이 같은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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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추를 심겠다고 준비하고 있으니, 우리집에 매일 오는 길고양이가 제일 먼저 관심을 보인다.

그거 먹는 거 아니야!

이 고양이 처음에는 낯을 가리는지 우리가 나타나기만 하면 후다닥 도망가더니, 이제는 좀 친해졌다고 매일 현관문 앞에서 졸고 있고, 배 고프면 와서 먹을 것 달라고 소리치고, 마당에서 뭐좀 할라치면 이렇게 눈 똑바로 뜨고 와서 호기심을 보인다.
내가 이뻐서 봐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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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피면 요 정도는 예쁜 화단이지만, 겨울을 나면서 생명력 강한 박하만 퍼져 있어서 싹 걷어내고 상추를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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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상추 ㅋ

우리집 근처에 있는 '전농로'라는 거리는 매년 봄 벚꽃이 필 때면 '벚꽃축제'를 한다.
벌써 올해 있을 축제를 위해 조명을 새로 달고, 보도블럭을 정비하고 아주 분주하다.
벚꽃도 50프로 이상은 핀거 같다.
다음 주쯤 축제를 하면 흐드러지게 핀 벚꽃 사진을 왕창 찍어 스티미언들에게 선보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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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hite님의 제주도 일상을 보면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거 같아서 좋아요.
읽으면서 저도 조금이나마 여유를 느끼게되거든요ㅎㅎ

여행하듯 살고 싶어서 제주로 이사왔기 때문에 저도 느리게 느리게 시간이 갔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느리게 살아도 세월 참 빠르네요...
벌써 두번째 맞는 제주의 봄이라니...

빠른 시간은 먼저 보내고 느리게 뒤쳐져서 갈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고양이의 간택을 받았다고 보통 그러죠, 저런 경우를. ㅎㅎ 수선화 너무 이쁘고...오래 마당 꾸미면서 살다가 너무 집 관리가 힘들어져서 옮겼는데, 그리워지네요.

아, 이런 걸 고양이의 간택이라고 하는 건가요? 재밌네요.
마당 꾸미며 살기는 여간 부지런해야 하는 게 아니더라구요.
그래서 작은 화단인 것이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제주도는 역시 봄이 빠르네요~^_^ 상추가 잘 자랐으면 좋겠네요~ㅎㅎ

저도 상추에 대한 기대는 크답니다. 상추를 엄청 좋아하거든요.ㅋㅋ

장소가 많은 변화를 주지 않는다는 말이 있는데
보면 볼수록 제주가 아니더라도
이런 조용하고 편안한 생활을 하셨을 것 같습니다.
그 정도 모종이면 상추는 실컷 드기지 않을까 합니다.

제대로 보셨네요.^^
살면서 환경을 많이 바꿔왔었던 지라 이제 특별히 사는 곳에 제 생활 패턴이 크게 지장을 안 받네요.

1000원 어치의 모종이지만 몇 만원 어치는 충분히 먹을 듯합니다.^^

제주에 살고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많습니다.
아내는 영 별로라면서 절대로 동의하지 않지만서도...
뭔가 멀리 동떨어져 사는 기분은 어떨까 늘 동경하는 마음입니다.
생각보다는 더 외롭겠지요 ...

제 의견은 아내분이 아마도 제주 살이를 더 좋아할 거에요.
여긴 풍경도 멋지고, 예쁘고 아기자기한 것도 많고, 크게 번잡하지도 않는 곳이거든요.

동떨어진 느낌이 들기는 하는데, 워낙 육지로 가는 비행기가 많아서요. 게다가 요즘은 저가항공이 많아져서 오히려 서울에서 지방에 내려가는 것보다 제주도에서 육지가는 것이 싸고 빠르답니다.
그래서 생각보다는 덜 외롭습니다.^^

사진마다 봄이왔다고 노래하네요
행복이 한가득입니다 ^ㅡ^

언젠가부터 봄이 짧아졌잖아요?
하지만 제주는 봄이 매우 길게 느껴질 정도에요.
따뜻하고 꽃도 많고 하늘도 맑은 날이 꽤 오래 있거든요.

이제 저희는 추운 겨울은 말하지 않습니다. ㅋ

벌써 개나리가 ㅎㅎㅎㅎ 제주도 너무 가보고 싶은데요. 우리 애들 한번도 안 가봐서요.. 요즘 제주도 한달살기 이런거 참 좋다하던데... 언제 기회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제가 다니는 제빵 학원에 제주도 한달살기를 하러 와서 제빵학원에 다니는 서울 처자가 있답니다.
개인적인 사정상 겨울에 한달살기를 와서 많이는 못 돌아다니고 좀 춥게도 지냈다고 하더라구요.ㅋ
그래도 제주도 사투리로 수업하는 선생님과 수강생 중에 제주도 분도 있고 해서 나름 재밌게 다니더라구요.^^

벚꽃이 50프로 이상 폈다니!! 사실 서울도 날은 풀렸는데 하늘이 뿌옇고 흐려서 봄같지가 않아요 ㅠㅠ

화단이 참 부럽네요 :) 물론 막상 있으면 잘 관리도 못 하겠지만 ㅋㅋㅋ

그 전 집주인이 예쁘게 꾸며놓은 화단인데, 우리가 이사오고 일년만에 텃밭으로 변하고 있어요.ㅜ
저도 화단 관리를 잘 못해서...

일상 이야기가 참 읽기 좋네요 ㅎㅎ 꽃보다 상추도 격하게 공감되구요 ㅎㅎ 저도 나중에 텃밭이 생기면 깻잎이랑 토마토 꼭 심고싶어요 ㅎㅎ 벌써 벚꽃도 피고 ... 제가있는 곳은 아직 나무에 이파리도 안달렸답니다 ㅠㅠ 벚꽃사진 기다리고있을게요 ^^

캐나다에 사신다고 하셨지요?
거기도 벚나무가 있나요?
캐나다.. 하면 단풍나무가 제일 유명해서.ㅋ

그쵸 ㅎㅎ 그런데 꽤 있답니다 ㅎㅎ 한국에서나 여기서나 벚꽃 구경을 제대로 가본 적이 없네요 생각해보니.. 언젠가 날이 오겠죠?^^

제주도에 사신다는 것만도 부러운데 개나리며 화단에 꽃들이며 동문야시장등 풍경이 정말 힐링되네요.
효리네민박집 보면서 제주도삶을 대리만족하고 있어요.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사진 기대하겠습니다.

제주도는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많아, 효리만큼은 아니어도 꽤 낭만적으로 살 수 있는 곳인 듯합니다.

빵 배우러 가는 길에 벚꽃길이 있어서, 매일매일 기다렸는데 이번주 갑자기 활짝 피기 시작하더라구요.
사진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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