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라이프) 도자기로 빵도마 만들기

in #kr6 years ago

제빵학원에서 알게 된 영희 언니는 제주에서 도자기 공방을 운영하고 계신다.
십여년 전에 제주로 이주해 오셔서, 계속 공방 일을 하고 계시는 분이다.
대학에서 도자기를 전공하셨다니 언니의 내공을 물으면 입 아프다.

공방은 제주시의 중심가에서 약간 벗어난 조용한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마당에 귤나무가 많이 있는 아주 멋진 곳이었다.

일부러 주말에 시간을 내서 제빵 동기들과 함께 영희 언니네 공방을 방문했다.

영희 언니의 배려로 공방 사진도 찍을 수 있었다.
언니 땡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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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모양의 병들과 언니가 직접 만든 조각보도 벽에 걸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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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주로 작은 그릇들이 진열되어 있다. 그릇 하나하나가 아이디어가 샘솟는 작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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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거형 화분, 디퓨저까지 없는 게 없다.

우리가 영희 언니네 공방을 찾은 이유는 도자기로 빵도마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영희 언니가 직접 만들어 써보니 아주 좋다고 언제 공방에 와서 만들어들 가라고 하신게 계기가 되어 모인 것이다.

자, 공방 구경도 끝났고, 수다도 어느 정도 떨었으니 작업시작해 보자구요~

우선 도마를 만들기 위한 흙이 필요하다. 흙은 반죽이 되어 있는 상품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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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자토라는 흙으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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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을 벗기면 이렇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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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을 도마 만들 만큼 나누는데, 가는 줄로 스윽하고 자른다. 사진을 잘 보면 줄이 지나간 자리에 금이 가 있다.

이렇게 자른 흙을 작업 테이블에 놓고 밀대로 밀어준다.
도마의 두께를 일정하게 하기 위해 밀대가 지나가는 양 옆에 나무판을 댄다. 아이디어가 좋은 것 같다. 뭐든 직접 가서 배워야 팁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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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반죽을 부드럽게 밀고 뒤집어 밀고 돌려 밀고 하면서 도마 모양을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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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어째 제빵학원 수업의 연장 같다. 반죽을 밀대로 밀어펴다니ㅋㅋㅋ

이렇게 밀어펴기를 해서 어느 정도 도마 사이즈가 나오면 도자기 공방의 마스코트 물레(이게 물레 맞나?)가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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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글빙글 돌아가는 물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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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반 모양의 나무 판에 민 흙을 올리고 물레에 얹어준다. 꽤 얇아진 흙반죽을 영희 언니는 능숙하게 다루신다. 우린 뭉개질까 갈라질까 떨어질까 조마조마해 손 떨며 겨우겨우 만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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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로 도마 테두리와 손잡이 부분의 테두리를 그린다. 혹시 그리다 잘못되면 간단히 손으로 슬슬 지우면 된다. 원래는 테두리를 그리고 그린 모양대로 잘라낸다는데, 우리는 제빵사 지망생들이라 반죽을 잘 밀었는지 잘라낼 부분이 별로 없어서, 밀린 모양을 살려 그냥 도마를 만들기로 했다. 손잡이 부분만 모양을 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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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두리를 스폰지에 물을 묻혔다가 쪽 짠 후, 살살 문질러주어 부드럽게 다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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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각종 모양이 있는 도구로 무늬를 찍어준다. 과감히 찍어야 모양도 깔끔히 나오고 예쁘다는데, 우리는 힘조절에 약간 실패했다.

이렇게 앞뒤로 무늬를 찍어준 후, 손잡이 부문에 구멍을 동그란 깍지를 이용해 내준다. 사진이 없는데, 간단하게 구움과자를 찍어내듯 동그랗게 찍어내면 된다.

우리들은 어린 아이가 된양 다양한 모양을 도마에 음각, 양각으로 찍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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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도마 - 난 물고기가 도마 위에 헤엄쳐 다니는 것처럼 양각으로 찍었다. 원래 물고기만 찍고 싶었는데, 힘조절에 실패해 옆에 룰러 자국이 조금 나서 영희 언니가 나뭇잎 모양을 찍어 보정해 주셨다. 심플한 모양을 만들려고 했던 내 의도는 산산히 부서졌다.ㅜ 손잡이는 전체적으로 파렛트 모양으로 잡아서 구멍만 내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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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아씨 도마 - 하트하트한 도마를 만들었다. 손잡이는 흙을 덧대서 만들었다. 정아씨는 그 손잡이가 혹시 똑 떨어져버릴까봐 계속 노심초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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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화씨 도마 - 고사리잎이 잔잔히 들어간 모양을 찍었다. 고사리 모양이 너무 예쁘다고 투머치하게 찍었다며 너무 재밌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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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현씨 도마 - 언제나 얌전하고 소녀같은 가현씨는 역시 소녀소녀하게 무늬를 찍었다. 작고 귀여운 모양도 군데군데 찍어주어 더욱 아기자기하다.

내 평생 도자기를 만들어 볼 줄은 몰랐다.
'사랑과 영혼'에서 나오는 것처럼 물레를 돌리는 작업은 아니었지만 흙을 다루고 모양을 만드는 과정이 어릴 때 찰흙으로 조물딱거리던 기억도 소환되고, 왠지 그릇을 만드는 장인 체험도 한 것 같고 아주 뜻깊은 시간이었다.
각자 자기의 도마에 입힐 색을 선택해 언니에게 알려주고 이제 완성품만 기다리면 된다.

아무튼 도마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쉬웠다. 한시간 남짓에 작업은 끝났으니까.

이제 영희 언니가 가마에 초벌구이들을 넣는 날 우리 도마를 구워주신다고 했다.
가마에 불을 지피는 것은 어느 정도 작품이 있어야 한다니 좀 시간을 두고 기다려야 한다.

구워져 나온 날 우린 다시 만나 그때는 고기도 구워먹으며 놀기로 했다.
얼른 도마가 구워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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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방 옆 가마가 있는 곳에는 초벌구이를 끝낸 예쁜 작품들이 다음 작업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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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잔~ 영희 언니가 우리에게 하나씩 선물한 비누받침이다. 너무 예뻐서 어떻게 비누받침으로 써~ㅠㅠ
난 이 아이를 구운김을 놓고 먹는 반찬 그릇으로 쓰기로 했다. 구운 김이 아주 호강을 한다^^

빵 만들기로 이어진 나의 제주도 친구들과 빵도마를 만들어 갖게 되어 너무 조~~ 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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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운김을 올리기엔..
김가루가 맘에 걸리는군요..ㅎ
열정적으로 열일하시는 모습이
넘 이쁜거 아실런지요.^^
응원합니다.^^20180401_142817.png

아, 그릇 바닥에 있는 구멍 때문에요?ㅋㅋ
그렇게 김가루가 떨어지진 않더라구요.ㅋ

올해 이것저것하면서 새로운 일을 찾아보려다 보니 열일을 하게 되네요.
예쁘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gghite님 도자기공방다녀오셨군요 ^^
하나같이 다 예술작품이네요 제빵배우고 도자기
배우셔도 될텐데요

반죽을 다루는 것이나, 밀대로 밀어펴는 것이나, 예쁘게 성형하는 것이나, 꽤 제빵과 비슷하더라구요.
가마에 굽는 건 직접 못 봤지만, 오븐에 빵 굽는 느낌도 들 거 같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아주 재미있더라구요.^^

너무 좋은 글이라서 momoggo님 이벤트에 추천했어요.
좋은 글 다 같이 보시면 좋을 것 같아서요^^ https://steemit.com/kr/@momoggo/4namjn

우와~ 감사합니다.
어떤 이벤트인지 잘 모르는데, 저도 가서 보고 와야겠네요^^

추천 감사합니다.^^
그런데요. '혼차일기'는 제가 연재하는 것이 아닙니다.ㅜㅜ '혼차일기'는 @fast.rabbit님의 연재입니다.

헛! 제가 착각했네요. 얼른 가서 수정하고 오겠습니다!!!
두 분 느낌이 비슷해서요. 용서하셔요 ㅠㅠ

아니에요. 요즘 열심히 소통하시느라 착각하신 건데요, 뭐.
정말 열심히 여러 분과 소통하시는 게, 피드 돌다 보면 다 알겠더라구요.
괜찮습니다.^^

ㅎㅎㅎ 그쵸~ 저는 스팀 라이프가 정말 재밌습니다. 자꾸 빠져들게 되요!!
이러다 시간도둑 될까봐 주의하고 있는 중입니다.
봄인데~ 나가 놀아야 되는데 ㅠㅠ

사랑과 영혼이라는 영화를 본 이후 도자기에 대한 관심이 생겼는데... 포스팅을 보고 참으로 멋지다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니 예전에 어떤 외국인이 올레길 걸으러 제주에 내려왔다가 영어 선생님하면서 여기 저기 제주를 여행 다니고, 특히 도자기 배우러 다닌다는 이야기를 하던 것이 생각나네요. 그 친구도 제주도에 이렇게 생긴 도자기 공방에서 배우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일반인이 업(業)으로 도자기를 만드는 것은 힘들겠지만 주말에 취미로 공방에 가서 만들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번에는 제빵하시는 분들과 도마를 만들러 가신 것이겠지만요. ^^

네, 제주에는 작은 공방들이 많이 있어요. 저도 도자기 공방을 몇군데 본 적이 있는데, 이렇게 잘 아는 언니가 근처에서 공방을 하고 계셔서 언제든 배울 수 있을 거 같아요.
아직은 배우는 것이 많아서 시작은 못하지만, 언제든 시간만 되면..ㅋㅋ

역시 사람들도 좀 만나고 다니고 친목활동을 해야 인맥이 넓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 나중에 @gghite님의 작품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캘리그래피와 더불어서요. ㅎㅎㅎ

도마가 잘 구워진 날, 언니네 공방에서 고기파티를 하기로 했거든요. 고기 맛있게 구워 멋진 플레이팅을 해서 올려보겠습니다. 비록 빵도마지만요..ㅋ

네, 늦게라도 해당 포스팅 찾아서 보겠습니다. 플레이팅 된 모습이 궁금하거든요. ^^

와...도마 너무 예뻐요!! 공방도 예쁘고~~
깨지는 것만 조심하면 스달로 구매하고 싶을 정도로!!! 맘에 드네요~

저도 그 깨지는 게 걱정돼서 다 만들고
“언니 이거 떨어지면 깨지죠??”라는 질문을 했답니다.
너무 당연한 질문이지만 그게 꽤나 걱정됐던 가봐요.ㅋㅋ

넘넘 이뻐요.. 조금의 수고로움이 작품을 만드네요..
정말 이뿐도마가 나올거 같아요

저도 너무 기대하고 잇어요. 우선은 정성껏 만들어 봤는데, 가마에 구우면 또 다른 색과 빛을 띠게 될테니까요. 엄청 기대기대^^

저도 도자기 공예를 배울 걸 그랬습니다.ㅎㅎ
왠지 너무 재미있고 저랑 맞을것 같습니다.ㅋ

재미는 엄청나답니다.
손으로 흙을 만지는 것이 특별한 재미가 있더라구요.
요즘은 생활공예라고 공방에만 가면 할 수 있다니 한번 체험해 보세요~~

빵을 만들때에 사용하는 도마인가보군요. 무늬 새기는 모습이 아주 예술적이에요. ㅎ

빵을 만들 때보다는 다 만들고 썰 때 사용해요.
빵은 빵칼로 써는데, 빵칼이라는 게 톱날처럼 되어 있거든요.
그래서 나무 도마는 계속 파인다고 하더라구요.

요즘은 빵을 도마에 멋지게 플레이팅을 하기도 해서 이런 도자기 도마는 더 멋스럽지 않을까 기대한답니다.

이런거 볼 때마다 느끼지만 초벌구이 저 상태 색깔도 이뻐요. ㅎㅎ

맞아요. 우리도 그것들도 다 완성된 건줄 알고, "예쁘다." "멋져요." 그러면서 감탄하고 호들갑 떨고 그랬답니다.^^

그냥 저대로 말려서 쓰면 안 되나 싶은데...말리면 또 색이 좀 다른거 같더라구요.

아마도 그릇인데, 유약을 안 바르면 물을 너무 흡수해서 무겁고, 깨지고, 이그러지고 그러지 않을까요??
나중에 언니 만나면 물어봐야겠네요. 그 상태로 그냥 쓰면 어떻게 되는지요.ㅋㅋ

투명이라도 발라야 된다고 할거에요. 저도 그래서 아쉬웠던 듯...만들어본 것은 아니지만 저 상태로 쓸 수 있다면 사고 싶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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