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스토리텔링)혹시 된장 담으실 줄 아시는 분 계세요? 그러고 보니 제게 이런 능력이 있네요.ㅋㅋ

in #kr6 years ago

'제주음식스토리텔링'이라는 수업을 들으면서 요즘 우리나라 전통 음식과 그에 대한 이야기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앞으로 '제주음식스토리텔링'이라는 포스팅을 연재를 해볼 생각이다.
그러기 전에 내가 알고 있는 우리 음식에 관한 게 뭐가 있는지 며칠 참 생각이 많았다.

제주로 이사오기 전 남편과 시골에 귀농을 해 농사를 지었었다.
그때 나는 마을 할머니들에게 이것저것 전통음식을 배우려고 했었다.
사실 그때는 학원에 수업도 나가고 취미활동도 열심히 하고 그러느라 농사 일도 바빴지만, 그 외 시간도 꽤 없는 편이었다.
그래서 생각처럼 많은 것을 배우지는 않았지만, 그중 지금 생각해도 잘 한 일이 된장과 고추장 담는 것을 완벽하게 배운 것이다.

그래서 '제주음식스토리텔링'이라는 연재 이전에 '내가 아는 음식 스토리텔링'을 풀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탄은 '된장'이다.

처음 된장을 담았을 때는 자신이 없어서 조금만 담았었다.
그래서 겨우 메주 4덩어리로 했더니 으... 맛은 있었지만 너무 짜게 되었다.

다음 해에는 메주 6덩어리로 된장 담기에 도전해 보았다.

된장을 담기 위해서는 지켜야 할 것이 참 많다.

우선 유기농을 고집하는 남편 때문에 꼭 약 안 친 콩을 구해야 한다.
그런데 그해는 우리 콩 농사가 망해서 앞집 할머니에게 콩을 사서 담았었다.

콩은 꼭 가마솥에 삶아야 한다.
이건 내 고집이다.
그 당시 상주 시장에 가면 전통 있는 가마솥 가게가 있었다. 엄청나게 큰 쇠 가마솥이 9만원밖에 하지 않는다. 30년 전통이 있는 집이라고 해서 어마어마하게 비쌀 줄 알았는데, 의외로 그렇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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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솥을 걸고 부뚜막에 불을 지피면서 콩을 꽤 오래 삶는다.
중간에 끓어 넘치면 안되기 때문에 지키고 앉아 있다가 끓어 오르면 찬물도 한바가지 넣어주어야 한다.
부뚜막에서 생나무를 태워 본 사람을 알 것이다. 눈이 엄청 맵다. 수경을 쓰고 하면 눈이 안 맵다.ㅋㅋ

콩을 삶을 때는 콩이 벌게질 때까지 삶는다.
거의 4, 5시간이 걸린다.

삶은 콩은 큰 볼에 넣고 면장갑 끼고 그 위에 고무장갑을 끼고 신나게 치댄다.
됫박에 보자기를 깔고 치댄 콩을 넣어 예쁘게 메주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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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게 만들어진 메주덩어리. 6개는 띄우고 한개는 부셔서 된장에 넣을 것이다.

이렇게 아랫목에 놓고 메주를 이삼일 말린다.
그런 다음 짚으로 엮어 시원한 마루에 메단다. 꼭 짚으로 엮어야 한다.

장을 담그기 전에 메달았던 메주를 라면 박스에 짚과 함께 메주끼리 서로 닿지 않게 넣고 밀봉한 후 따뜻한 아랫목에 이불까지 덮어서 띄운다. 이렇게 15일 정도 두면(2, 3일에 한번씩 메주를 돌려준다) 메주 냄새가 온집안에 진동을 한다. 이때 짚에서 고초균이 옮겨가 메주 고유의 맛을 낸다고 한다.
우리 것은 잘 안 떠서 심하게 냄새가 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상관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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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잡균으로 매주에 곰팡이가 피었다. 처음에 난 이게 잘못된 건 줄 알았는데, 이게 맞다니... 의아하기는 하다.

이때 난 메주 6개를 기준으로 배웠다.
시골 할매들의 주먹구구 계산과 경험의 결과물이다.
물 1말(20리터다 ㅋㅋ)에 천일염 됫박에 고봉으로 3개를 넣어 잘 젓는다.
이때 계란을 띄워보면 딱 500원 짜리 동전만큼 보이게 뜬다.
메주를 깨끗하게 씻어준다. 곰팡이가 씻기도록 솔로 박박 씻어주어야 한다.

두어시간이 지난 후에 소금물을 위에 것만 따라내 쓰고, 아래 불순물은 버린다.
항아리는 전날 짚에 불을 붙여 안에 넣고 소독을 해 놓는다.

우리는 상주 옹기골에 가서 전통 참숯가마에서 구운 항아리를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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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산 항아리는 정말로 숨을 쉰다.

항아리에 소금물을 붓고, 메주를 넣고, 숯 작은 거 두세 개, 붉은 고추 마른 거 서너 개, 대추 열알 정도, 참깨 한줌을 넣어두면 끝~~

이대로 40~45일을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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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은 음력 2월에는 담지 않는다.
그달은 죽은 달이라고 해서 장을 담그면 안 된다고 한다.
장 담그는 마지노선은 음력 3월 3일까지이다.ㅋㅋ 어렵다.ㅜㅜ
그러니까 처음 콩 삶는 날은 이런 것을 잘 알고 역으로 계산을 잘 해서 삶아야 한다.

내게 이렇게 우리의 된장을 만드는 것을 알려주신 분의 명언이 하나 있다.

"집 없는 설움 보다 큰게 장독대 없는 설움이여."

내가 장을 담그고 사진을 사람들에게 보여줬더니 겨우 6덩어리를 얼마나 큰 항아리에 담았기에 6개가 다 보이게 떴냔다.ㅋㅋ

이렇게 해서 40~45일이 지나면 장 가르기를 하는 것이다.
장 가르기란 메주를 띄운 항아리에서 된장과 간장을 갈라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우선 메주를 꺼내고 남은 건(장물이라고 하는데, 이게 간장이다) 체나 망에 거른다.
메주를 치대고 간장 1국자(집간장)를 넣는다. 그리고 소금물에 담그지 않는 마른 메주 하나를 부수어서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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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순 메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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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주 치대기

치된 메주가 된장이 되는 것이다. 된장을 항아리에 넣고 2, 3주가 지나면 먹기 시작한다. 가장 좋은 맛의 된장이 되려면 2달이 지난 후부터라고 한다.

장물은 고운 체에 걸러 솥에 달인다. 거품을 걷어내고 은근한 불에 3, 4시간 달인다.
식혀서 항아리에 넣고 장독대에 놓고 해를 가끔 쪼여준다.
그러면 이것이 집간장이 되는 것이다.

된장이 맛있으면 간장에 맛이 덜 우러난 것이라 간장이 덜 맛있고, 된장이 맛 없으면 간장에 맛이 많이 우러난 것으로 간장이 맛있단다.

정말로 우리 선조들의 장 담그기는 너무 어렵다.
하지만 이렇게 만든 된장과 간장은 그 맛이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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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살때 우리는 장독대 없는 설움 없이 살았었는데, 제주에서는 항아리만 3개 있고, 그 안에 장이 담겨있지는 않다.ㅜㅜ
장을 담을 수 있는 여건이 안 되기 때문이다.

제주로 이사오면서 가마솥을 마을 사람에게 주고 왔다.
요즘 가끔 저 가마솥이 생각난다.
가마솥으로는 뭘해도 맛있는데...
아마도 제주집 마당에서 생나무를 피워 뭘 해 먹으면 신고 들어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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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굉장하네요.!!
저거로 된장찌개 해먹으면 진짜 맛있을거같에요.!!!

네, 정말 맛있어요.
집에서 만든 된장의 맛은 시중에서 파는 된장이 절대로 따라올 수 없죠.
특히 우리는 간장을 조금만 빼고, 된장 맛이 더 좋아지는 방법을 선택했었거든요.
남들이 더 많이 가져다 먹었답니다^^

대박입니다! 진짜 언젠가는 고추장 된장은 직접만등어 먹을꺼라 생각만 하고 있는데 멋지고 부럽습니다.

고추장 된장을 직접 만들어 보고 싶은 생각이 있으시면 꼭 도전해 보세요.
주변에서 그걸 알려줄 사람이 점점 사라지고 있답니다.ㅜㅜ

된장은 담궈 보긴 커녕 만드는걸 본적도 없네요.ㅋㅋ
아주 신기한 장면입니다.^^

대부분 그럴 거에요.
저는 결혼하기 전에는 엄마가 담그시는 걸 봤었는데, 그때는 철이 없어서 배울 생각은 일도 하지 않았답니다.
이제 엄마가 나이가 드셔서 장을 안 담으셔서, 시골 살때 마지막이란 생각에 시골 할매 찬스를 썼답니다.ㅋ

부럽네요. 저흰 부부와 부모님까지 모두다 도시사람들이라.
아이를 데리고 시골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은데.. 아쉬울때가 많습니다.
어쩔수 없이 시골체험(?)하는 장소에서 겨우 겨우 맛만 보여주고 있네요.ㅋㅋ

아, 저희도 도시사람이에요.
제주도로 이사오기 전 경상도 시골로 귀농을 해서 살아봤었어요.
그때 동네 할매들한테 배운 비법이랍니다^^

직접 만든 된장은 얼마나 맛있을까요?요즘도 하는지 모르지만 한국에 있을때 최불암이 진행하는 '한국인의밥상'을 정말 즐겨 봤었거든요. 그 프로그램이 생각나네요. 따뜻한 포스팅 잘 봤어요!!

파~~~ 제가 최불암이 되었네요.ㅋㅋ
저도 요즘은 티비를 잘 안 봐서 그걸 아직도 하는지 모르겠네요.
그 프로 정말 좋은 프로였어요.
점점 사라져 가는 시골의 모습을 덤덤하게 담아 그들의 음식이야기를 풀어가는...

제 포스팅이 그런 음식스토리텔링이 잘 되는 포스팅이 되었으면 하네요^^

된장도 만드신다니 정말 대단하세요~~ ^^ 엄청 건강한 된장일것같아요~~ ^^

제가 최근 음식 만드는 것에 꽂힌 듯해요.^^
그래서 피드에서 @rosaria님의 포스팅을 보면 자석처럼 끌려간답니다.

된장 담는 걸 배운 건, 저도 행운이었다고 생각해요^^
다음엔 고추장 담그는 것도 포스팅해 보려구요.
그 스킬도 배웠거든요.ㅋㅋ

할머니께서 꼬박꼬박 메주 띄워서 된장,간장 보내주셨는데 그땐 그게 이렇게 손 많이 가고 귀한 줄 몰랐어요
자세히 설명해주셔서 이해가 쉬웠습니다

선글라스인 줄 알았는데 수경이라니 ㅋㅋ
사진도 재밌게 봤어요!

할머니께서 꼬박꼬박.. 복 받으신 거에요.
아마도 지금 우리네 할머니들이 돌아가시면 우리의 전통 된장이나 간장을 찾아 먹기는 정말로 힘들어질 거에요.

'음식 유전자'라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먹어 본 사람만이 그 맛을 아는 것 같은 거요.
다행히 @amukae88님은 된장과 간장에 대한 음식 유전자를 보유하셨네요.

아, 꼭 수경이라해요.
물이 눈으로 안 들어오듯, 연기도 절대로 눈으로 안 들어오거든요.^^

맞네요
저한테 음식 유전자를 확실하게 물려주신 것 같아요
주변에서 맛을 잘 안다는 얘기 많이 듣습니다.
왜 음식 만드시는 분도 무형문화재라고 하는지 알겠어요 요즘은 ㅎㅎ

오늘도 호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더 감사합니다^^

대단하세요. 전통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끼고 갑니다. 전 능력도 안 되고 여건상 편리한 된장을 사먹지만 가끔 할머니네 집된장을 얻어오면...비교가 안 되더라구요. 음식 이야기 응원해요!!

집된장을 먹던 사람은 사먹는 된장이 언제나 불만이죠.
하지만 누구나 된장을 집에서 담을 수는 없어요.
저 무쇠솥이 있어야 하고, 항아리도 있어야 하고, 메주를 띄울 장소도 필요하거든요.
할머니께 얻어올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시네요^^

네, 멋진 음식스토리텔링을 쓰고 싶네요~~

ㅎ~포팅만 읽고 보팅은 안했네여!!!!
쏘리

우와~ 그렇다고 이렇게 다시 와서 보팅해 주시다니~~
@bbana님 짱!입니다~~~^^

된장이라니. 메주라니.
하지만 기억에 남는 건 수경이 될 것 같기도 하네요.
순간 고소한 향이 전해진 것 같습니다.

우와~ 동시에 서로의 포스팅을 보고 있었나봐요^^
신기해라.

수경이 많이 웃깁니까? 생존템이었는데.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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