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릴레이] 돌아가서 쓰는 일기

in #kr7 years ago (edited)

@hazzys 님의 지목으로 추억 릴레이에 소환되었습니다.
(시작 : @eunhaesarang님의 글, @wanderingship 님의 추억)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Jun and Yun.jpg

저는 추억이 많이 없습니다. 그냥 저냥 살아 온것 같아요. 그런데 어릴적 정말 하고 싶은게 있었습니다. 꼭 하고 싶어 꿈에서 한것이 있는데 바로 '야구 선수' 였습니다. 어릴적에는 이 세상이 저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야구 선수가 될수 있을줄 알았죠.

그런데 제가 다니는 학교에는 야구팀도 없는데다가 야구팀으로 전학을 보내달라고 떼 쓰는 저를 아버지는 이미 알아 보셨던거죠. 야구로 성공할수 있는 애가 아니란걸... 결국은 야구를 못하게 되었지만 저는 늘 소질을 발휘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동네 야구라도 열심히 했죠. 애들이 저를 늘 찾았지만 그게 동네 야구랑 진짜 선수는 어린 학생이라도 하늘과 땅 차이가나죠. 그때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밥을 안먹어도 야구만 하면 좋았습니다. 삼성 라이온즈 2군에 있던 친척형에게 도움도 받고 제법 스윙도하고 캐치는 정말 잘 한다고 칭찬도 많이 해줬죠. (아이 기살려 주려고 한 얘기겠지만요...)

결국은 야구를 할수 없게 되고 진학하는 학교에 있던 유도를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진학 하려는 중학교에 유도가 유명해서 이웃 초등학교에 학생들을 5학년때 부터 유도를 가르쳤죠. 유도는 4년정도 열심히 했습니다. 그리고는 남자 젊은이가 살아가듯 대학도 가고 군대도 가고 해외에서 공부도 하고 그러다가 어느듯 아저씨가 되었죠.

어느듯 40대가 되고 어느 날 교민들이 보는 잡지 광고에서 사회인 야구 부원을 모집한다는 기사를 보게 되었습니다. "방콕에도 사회인 야구가 있구나 40이 넘어서 과연 할수 있을까? 몸도 왜소하고 마음만으로도 가능할까?" 이렇게 생각되어 자신감이 생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그동안 그렇게 야구 야구 하더니 해봐" 란 말에 용기가 났습니다. 그리고는 주말 마다 야구를 하게 되었죠. 팀의 면면을 살펴보면 몸들도 좋고 실력들이 다 좋았습니다. 몇년을 꾸준히 해 왔다고 하고 선수 출신들도 있고 장난이 아니더군요. 거기다 천안 북일고 출신의 코치님과 또 감독님등의 도움으로 열심히 연습을 하게 되었는데 그게 연습한다고 되겠습니까만은 그래도 열심히 했습니다.

이 팀의 구장은 1988년 아시안 게임때 박찬호 선수가 던지고 우리 선수들이 금메달을 만들어 냈던 바로 그 경기장이었습니다. 이런곳에서 연습하고 던지고 치다니 정말 자랑스러웠습니다. 잡초도 열심히 뽑고 돌도 열심히 주워내고 이미 저와 구장은 하나가 되어 갔습니다.
BASEBALL_1.jpg

정말 성실하게 열심히 2년간 했습니다. 늘 후보였지만 기회가 한번 오면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날 부터 2루수로 선발 출전하는 횟수가 늘어 나게 되었습니다. 정말 기분이 좋았습니다. 마치 야구선수가 된것 같았습니다. 그때 초등학교 시절로 돌아간듯 제가 할수 있는 최선은 다한것 같습니다. 섭씨 40도에 야구한다고 미쳤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이미 귀에는 아무 소리도 안들렸습니다.

follow throw.jpg

이렇게 삼진도 당하고 그랬습니다. 자세가 안좋다보니 맟히는것도 힘들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듯 어설프고 장타는 못 날리더라도 5할이상의 출루율을 달성하는 타자가 되었지요.

KakaoTalk_20180205_115817397.jpg

그리고는 제 인생 마지막 게임으로 2014년 아시안 게임에 출전하는 태국대표 선수들과 연습 게임을 3번 갖게 되었습니다. 감독이 일본분인데 저희 팀에서 장비도 지원해주고 물심양면 도와줬죠.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들로서... 감독 말씀이 방콕에서 우리 정도 하는 팀 구하기도 힘들다고...(일본팀도 잘하는데 듣기 좋으라 한 말일수도 있지만 일본팀도 저희에게 열세였죠.) 어쨌거나 저는 3 경기중 4번의 타석에 출전을 했는데 133-8킬로를 던지는 투수를 상대하는건 정말 어려웠습니다. 3번의 경기에서 딱 한번 타석에서 빗 맞은 공이 1루수 키를 넘기면서 출루를 하게 된것이 제 마지막 야구 인생 최고의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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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이전부터 저를 보고 야구, 야구 하던 두 아들이 참가한 팀이 2014년 방콕 유소년 팀의 우승을 하며 그해 2014년은 제게 가족과 야구가 큰 기쁨을 준 한해 였습니다. 둘째는 그때 세살이나 많은 팀에 들어갔지만 훌륭하게 잘 해냈었죠. 저의 그 열정은 이제 명상으로 옮겨 조용 조용 열정을 불 태우고 있습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뜁니다. 이제는 아련한 추억으로 가슴속에 간직해 봅니다.

-개털-

제가 지목할 세분은 @qkr1066@springfield@soosoo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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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r Up!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Thank you!

늘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제 가슴에도 불꽃이 일었습니다. 뜨거움을 느껴보고 싶습니다.
아이 둘 다 아직은 어려 손길이 많이 가는 시기라는 핑계로 열정을 잊고 있었습니다.
부럽습니다.

곧 불꽃이 옮겨 붙을겁니다. @spotpoint 님의 가슴에 묻어둔 열정이 불타 오르길 응원합니다.^^

열정이 대단하시군요. 하지만 이해합니다. 저희남편도 자기 키가 10센티만 컸어도 농구선수가 되었을 거라며, 40이 넘은 지금도 젊은 애들 틈에서 농구합니다. 그래도 야구는 그나마 평균연령이 낮잖아요 : 여기는 마흔에 이미 최고령입니다.ㅋㅋ 저는 저러다가 심장마비라도 올까 심히 걱정입니다ㅋ. 그래도 너무 이해해요 하고싶어 하는 그마음. 대학때 동아리 활동부터 해서 각종 전국대회 성인이 되서는 길거리 농구대회 사회인 농구클럽, 여기와서는 한국인 농구 클럽, 싱가폴 홍콩 등등으로 대화까지 나가고(패북으로 각 국의 한국인 농구클럽과 연계)... 제가 그랬어요 농구선수야?? 농구선수는 돈이라도 받으면서 하지ㅜㅜ ㅋㅋㅋㅋ 제가 운동에 빠지게 되면서 남편을 많이 이해하게 됐어요. 저를 운동의 길로 인도한 사람도 신랑이구요. 좋아하는거 꾸준히 하고 즐긴다는건 정말 중요합니다. Just keep it up! 화이팅 입니다!

남편분이 멋쟁이십니다. 농구는 정말 죽을것 같던데...누가 저걸 일이라고 뛰어 다니라고 하면 하겠습니까! 역시 몸을 움직이는건 열정인것 같습니다. 좋아하는 일을해야 뭐든지 할수 있을것 같습니다.
남편분 응원합니다^^

저는 뭘 그렇게 열심히 사랑하고 의지를 불태우던 일이 있었을까 생각해보니 드라마를 열심히 본 것 말고는 기억에 없네요… 멋지십니다. 그 기간이 얼마든 인생을 불태울 뭔가가 있다는게 말이죠^^ 야구를 하시든, 명상을 하시든 당신의 삶 그 자체를 응원합니다. 화이팅~

soosoo 님! 감사합니다. 제가 수수님을 지목 했습니다. 추억을 소환해 주세요^^

헐… + 그럼에도 불구하고 썼습니다. 좋은 기회 주셔서 감사합니다.^^ https://steemit.com/kr/@soosoo/4qsnt2-1

야구를 꽤나 잘 하셨던 모양이군요. ㅎ

@yangmok701 사실대로 말씀드리면 잘 했다곤 할수 없고 많이 좋아 합니다.잘하는게 없어요^^

추억은 언제나 늘 가슴을 뛰게 만들죠 ㅎㅎ
세월이 지나더라도 아련한 추억은 늘 기억하시길 바랄게요!!

@makefigure 님! 참으로 따뜻한 말씀입니다. 가슴이 따뜻한 분일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와이프분의 한마디로 사회인야구를 시작하셨다니.. 정말 멋지고 현명한 아내를 두셨네요~
아마 이미 개털님께서 마음 속으로 결정했다는 걸 아셨을꺼예요..
믿고 지지해주는 사람 한명있음 무서울게 없죠~
저도 그런 아내가 될려고 노력중이랍니다..
가슴 속에 하고픈 멋진 일이 있었던 개털님은 정말 행복하신 분이세요~^^

제가 @dmsqlc0303 님의 글을 좀 읽어 봤는데 아주 현명하고 똑똑하신데다 마음까지 따스한 분이라는걸 느낄수 있었습니다. 언제나 좋은 길로 이끌어주시는 어부인이 되실겁니다.

에고고.. 이렇게 과찬을 해주니 몸둘바를.. 항상 어설프지만 현명한 아내와 엄마가 되기위해 조금씩 노력하고 있는 완벽하지않은 투럽맘일 뿐일걸요~
개털님의 한마디로 제 맘이 더 따뜻해지네요.. 감사합니다.. 좋은 밤되세요~

야구에 흥미가 있으셨군요! 명상은 정적인데, 동적인 야구에 취미를 두셨다니 조금 의외이면서 신기하네요 ㅎㅎ 어릴적 꿈이었던 야구에 다시 열정을 담아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에요 역시 꿈 앞에 늦은 때라는 건 없는 것 같습니다. 아드님까지 야구에 소질을 보여서 더 뿌듯하셨겠어요 :) 제 지목에 응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읽고 갑니다!

지목해 주셔서 추억을 한번 꺼내 봤습니다. 전 굉장히 동적이고 흥이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변하더군요. 그냥 늙어가서 그렇다고 하기엔 좀 이유가 좀 부족한데 어쨌든 이런 부분도 광장히 만족하고 재미가 있어서 그런것 같습니다. 좋은 밤 되세요.

야구의 꿈을 이루셨네요 ㅎㅎ
전 야구는 잘모릅니다 ㅎㅎ
글을 읽다보니
양쪽 무릎을 다쳐 8년간 해온 마라톤을 그만둘때가 생각나네요 ㅎㅎ

와! 그 어렵다는 마라톤을 하셨군요. 정말 멋진 종목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지금은 마라톤을 못하셔도 공주님과 추운날 캠핑도 잘하시고 사진도 잘찍으시고 뛸때보다 더 벅찬 시간을 보내고 계실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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