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하셨어요? 라고 묻는 이유

in #kr6 years ago (edited)


1. 단어 사용에 있어서 시대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는 단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시대의 흐름을 가능한 따라가며 쓰려고 하는데, 입에 익은 단어를 습관적으로 사용할 수도 있사오니, 형태보다 전달 하고자 하는 내용을 넓은 아량으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 개인적인 의견이 많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산부인과학회와 산부인과의사회와 다른 산부인과 의사 선생님들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습니다.

안녕하세요.

포해피우먼입니다. 오늘도 의사와의 간격을 줄이기 위한 단어를 배워보도록 할게요.

지난 번 포스팅에서는 나이, 특히 산모의 나이에 대해 짧게 이야기 해보았는데, 오늘 이야기해볼 주제는 '결혼 여부'입니다. 길었던 명절연휴 동안 들었던 '결혼 언제할래?'에 신물이 나셨던 분들에게 상당히 죄송한 마음이 드는 주제네요.

'결혼' 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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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결혼 여부'가 궁금한 건 아닙니다.
산과력에 앞서 하나 물어보는 것이 결혼여부인데요, 물어보는게 사실 쉽지만은 않습니다. 아이는 있는데 결혼을 않은 미혼모가 있을 수 있고, 결혼을 했었는데 불의의 사고로 사별을 하였을 수도 있고, 성격의 차이로 이혼을 했거나, 이혼 이후 재혼을 한 경우가 있습니다. 그리고 요즘엔 '비혼'선언을 하신 여성분도 계시죠.



임신 계획, 향후 가족계획, 성관계 지속 여부를 알아야 하기에 '미혼', '결혼', '이혼', '재혼'과 '사별'등 정확한 기술이 필요할 때가 있어요. 그래서 산부인과 차트엔 때론 한 가족의 가정사가 쓰여 있기도 합니다.

1. 미혼 & 비혼


미혼 & 비혼 여성에게는 성 관계 경험이 있는지 한 번 더 물어봐야 합니다. 자궁경부 검진과 초음파 검사방법을 결정할 때 '성관계 경험'을 알고 있는게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죠.

사실 이러한 내용은 '질막(hymen, 속칭 처녀막)'의 손상이 없도록 하기 위한 방침이긴 하지만, 때때론 배가 아플 때 , 질분비물 늘었을때, 생리가 불규칙해졌을때 원인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정보에요.

예를 들어 하복부 통증으로 진료실을 찾아온 여성을 생각해볼게요.

성경험이 없다면, 골반염의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하고 다른 원인을 찾아봐야합니다.

하지만 성관계를 지속적으로 하는 여성에서는 골반염의 가능성도 꼭 고려해야하죠.

그리고 결혼하지 않은 여성이 '초기 난소암 혹은 초기 자궁내막암'이라면, 추후 '결혼과 임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에 따라 치료방침이 달라집니다.
  • 특별한 언급이 없다면 기본적으로는 '결혼과 임신을 언젠가 할 예정'으로 생각합니다.
  • 만일 질막(처녀막) 손상여부에 중점을 크게 두지 않는 여성이라면 의료진에게 말을 해주시면 검사방법이 달라질 때가 있습니다.

2. 결혼한 여성 & 재혼한 여성

난임과 관련된 진료를 보게 결혼을 언제했는지 물어보게 됩니다. '남의 가정사'인 결혼년도가 상담에 있어서 필요할 때가 종종 있기에 결혼 이후 어느 정도 시간이 경과했는지를 살펴보게 됩니다.

결혼식 어디에서 하셨어요? 라고 물으면 그건 개인적인 궁금증입니다

사실, 결혼한 여성에 대한 내용은 다음 포스팅에서 말씀드릴 출산경험(parity)에서 말할 내용이 더 많답니다.

3. 이혼한 여성 & 사별한 여성


이혼 혹은 사별로 인해 '남편'과 함께 살고 있지 않는 경우에는 '성관계 빈도가 높지 않고 추후 임신 가능성이 높지 않겠구나'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여성장기 탈출증으로 인해 수술을 고려할 때에는 현재의 결혼정보가 도움이 될 때가 있습니다.


남자산부인과의사인 제가 젊은 여성분들께 '성경험이 있으세요?'라고 물으면서 혹여 불편할까 싶어 '형식적으로 묻는 질문입니다'라는 내용을 우선 덧붙이고, 환자의 시선을 마주치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이렇게 불편한 상황이 연출됨에도 불구하고 결혼정보를 물음으로써 '성 경험의 유무, 그리고 대략적인 빈도, 자녀계획'등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던 전공의 1년차때, 사별 후 새로운 애인을 만난 후 발생한 질분비물로 응급실을 찾아오신 70대 할머니를 진료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 이후 문진을 통해 얻게 된 '결혼 정보'로 절대 편견을 가지지 말자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회가 바뀌었기에 아래와 같은 편견을 가지면 절대 안되겠죠.

  • 10대인데 벌써?
  • 30-40대이니깐 결혼했겠지~
  • 70-80대 할머니가 성관계를 할 일이 있겠어?
산부인과 진료에 있어서 필요한 '결혼 여부와 성관계 여부'! 외래에서 물어본다면 심각하게 받아들이시지 마시고 사실대로 알려주시면 이번 포스팅의 목적은 달성한 것 같습니다.

혹시 비밀로 해야할 내용이 있다면, '엄마에겐 비밀이에요' 혹은 '남편에겐 비밀이에요'라고 진료실에서 말씀해주시면 블록체인보다 더 완고하게 암호화해서 저장해놓으실 거에요.

간단하게 쓰려고 했는데 어려워 졌네요 좋은 밤 되세요.
감사합니다.


Posted from my blog with SteemPress : https://forhappywomen.com/archives/20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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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아닌 일반인이 "성관계 경험" 등을 물어보면 그건 위험한 행동이 되겠지요?? ㅋㅋㅋㅋ

사실은 한국에서 성관계에대한 얘기를 안 하죠..저는 캐나다에서 친한 친구들이랑 이런 얘기 좀 했어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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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없어야지요 ㅜㅜ
포해피우머님 즐거운 토요일되세요^^

ㅎㅎㅎ남편과 산부인과 갔을때 남편말고 따로 오라고 하더니 혹시 혼전경험에 대해 묻던게 생각나네요; 뭔가 그 사람의 경험이나 행보가 병위 주요원인이 되는가봐요~

정말 민감한 질문을 배려있게 하는 방법이군요. 어려울텐데 주의해야 할 점을 정말 꼼꼼히 잘 정리하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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