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달 임산부의 임신이야기

in #kr6 years ago (edited)

임신 10개월차에 적는 임신 후기! 

1. 아기가 왔다 

결혼한 지 두 달 만에 우리 부부에게 새 가족이 생겼다.

5-6주 차에 남편과 같이 집 근처 산부인과를 찾았다. 의사 선생님의 "축하합니다. 임신이네요"라는 말을 들었을 때 둘 다 히죽히죽 웃었던 기억이 난다. 산부인과에서 나오는 데 남편의 눈에 습기가 촉촉히 고여있더라. 귀여운 사람.  


 2. 입덧지옥으로 투병생활 시작 

  

나의 경우 6주차 부터 갑자기 속이 미식거려지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토를 하기 시작했다. 아 이게 입덧이구나 이 정도면 버틸 수는 있겠다고 생각한 것도 잠시..^^ 

7주차 부터 코가 아주 예민해지면서 물 냄새도 맡을 수가 없고, 하루에 토하는 횟수가 늘어갔다. 입덧 중 가장 지독한 '토덧 오브 토덧'이 찾아온 것이다. 이 때 부턴 매일 거의 7~8회씩 토를 했다. 먹을 수 있는 것은 그나마 냄새가 나지 않는 과일 뿐이었고 이마저도 한 시간 있으면 토를 했다.  

이번에 안 사실. 사람이 토를 많이 하면 어떻게 되느냐? 

  • 일단 탈수 증세가 온다. 탈수가 심해지니 온 몸의 피부가 건조해지고 트면서 하얀 껍질?같은것으로 덮힌다. 탈수가 오면 어지럽다. 일어설 때 마다 머리가 핑~돈다. 
  • 토를 할 때 압력이 강하다 보니 코로 나오는 경우도 많은데 (우웩), 코가 막히고 피가 나고 코 밑이 헌다. 
  • 식도가 상해서 피도 함께 토하고, 목소리도 잘 나오지 않는다. 
  • 위산의 잦은 분비로 치아가 부식되서 양치질 할 때 시리고, 혀가 노란 염증으로 덮힌다. 
  • 저장하는 영양분이 없으니 고개를 들 힘도 없다. 3개월간 침대에서 투병생활을 했다.   

원래도 조금 저체중이었는데, 토덧 두달째에 몸무게가 40키로 까지 빠지면서 뼈만 남았다. 아마 의학의 발전이 없었다면, 나는 입덧하다 죽었을지도 모른다. 진짜로 98%확신. 다행히 디클렉틴이란 입덧약을 먹으니 하루 토하는 횟수가 8회에서 4~5회로 줄고(여전히 힘들지만 유의미한 발전), 임산부 정부지원으로 받은 바우처는 수액치료로 쓰며 하루하루 삶을 연장해갔다.  

조금씩 토하는 횟수는 줄었지만, 6개월이 될때까지 매일 토를 했다. 나에게 16주의 기적, 20주의 기적이 오지 않았던 것. 지금도 막달이지만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토를 한다.ㅠㅠ 나의 위는 미친게 분명해. 

지독한 입덧지옥을 겪으니 병원에서 투병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힘든 시간을 보내겠구나 싶더라. 나야 언젠간 끝날 병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으리라. 

어쨌든 우리는 나의 입덧으로 인해 외동을 확정지었다! 둘째는 없다! 둘째 가지면 위암 걸릴 것 같다...^^


 3. 후기가 되니 내 몸이 내 몸이 아니구나 

 워낙 지독한 입덧 지옥을 겪은지라 후기가 차라리 몸이 편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후기가 엄청 힘들다고 하는데, 역시 고통은 상대적인 것. 

그럼에도 몸 안팎으로 안 아픈 곳이 없다. 손가락 관절이 퉁퉁부어 주먹도 안 쥐어 지고, 발이 부으니 들어가는 신발이 없어 큰 슬리퍼만 신고 다닌다. 살이 별로 안 찐 편인데 배가 남산만하게 부르니 걸어다니는게 너무 힘들다. 직립보행을 하는 인간이 무게 중심 잡는게 이리도 힘들었던가. 

애기가 커지다 보니 몸의 장기를 다 압박해서 초기처럼 소화가 안 된다.  또 자기 몸이 커질 수록 힘자랑 하고 싶어지나보다. 내 배를 어찌나 밀고 치는지 좀 어이가 없다ㅋㅋ  애기가 점점 내려갈 수록 골반도 아프고 화장실은 또 얼마나 자주가고 싶은지. 30분마다 소변 보러 가도 소변이 또 나오는 거 보면 나의 몸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듯. 

무엇보다 후기 때 힘든 것은 숨이 매우 매우 차고, 어지럽다는 거다. 소화가 잘 안되다보니 철분 수치가 좀 낮은 편인데 좀 숨차면 하늘이 까~매진다. 임신 8~9개월차에 논문 발표를 했는데, 갑자기 하늘이 까매지면서 쓰러질 것 같았다. 발표 중단하고 "저 잠시...1분만 쉴게요ㅠㅠ". 몇십명 되는 사람들이 놀라고 물 갖다 주고 의자 주고 난리남..ㅎㅎ 


4.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약컨데 임신 기간이 예상 외로 너무 힘들어서 심리적 충격이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음파로 아기를 볼때, 뱃 속에서 꼬물꼬물 거릴 때 어찌나 귀엽고 사랑스러운지 미소가 저절로 나온다. 벌써 고슴도치맘이 다 된 것 같다. 아기가 생기고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도, 가치관도 참으로 달라졌다.   

임신 기간 내내 혹시나 아기가 유산되면 어떡하지, 장애가 있음 어떡하지, 조산기가 있으면 어떡하지, 역아면 어떡하지 등 여러 걱정 고비를 넘겨왔다. 내 몸은 너무나 힘들었지만, 아기는 너무나 건강하게 자기 일을 착실하게 해주었다. 

너무나 착하고 귀여운 우리 아들. 이제 만날 날이 약 3주 앞으로 다가왔구나.  엄마 솔직히 좀 무섭긴 한데 ㅋㅋ 넘 고생시키지 말고 힘내서 잘 나오거라. 얼른 보고싶어 우리 아기.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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