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견해

in #kr7 years ago
  1. 최저임금이란, 대다수가 하고 싶어 하지 않지만 결국 누군가는 해야만 하는 일에 대해 제공하는 돈이다.
    뛰어난 사람이 지적 활동으로 수천 수백억의 돈을 번다고 하더라도 ‘동네 밥하는 아줌마’의 도움 없이는 직접 밥을 지어먹어야 하는 수고로움을 치러야 할 것이고, 그런 신변잡기는 옷을 입는 일, 집을 짓는 일 등으로 무한히 이어져 결국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을 전혀 펼치지 못하는 처지에 놓이고 말 것이다. 따라서 그의 높은 생산성은 사회적 협업에 빚지는 부분이 있다.
    자본주의의 잣대에 비추었을 때 제아무리 하찮은 일에 종사하는 사람일지라도, 결국 그가 그 일에 종사함으로써 사회와 문명이 비로소 제 기능을 작동할 수 있는 것이다. 그가 비루한 취급을 당해야 할 이유가 없다.
    최저임금은 마땅히 존중받아야 할 그 사람이, 인간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그러므로 생존권과 인간의 존엄성과 같은 가치적인 문제와 연결될 수 있고, 어느 수준의 삶이 마땅히 인간적인 삶인지에 대해선 합리적인 정답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간신히 몸을 뉘일 고시원에서 대부분의 끼니를 라면만 먹어가고, 더 나은 삶을 준비하기 위한 최소한의 저축도 하지 못하는 삶은 마땅히 인간적인 삶이 아닐 것이다.

  2. 550만의 인구가 자영업자인 한국의 기형적인 구조를 지적하며, 최저임금 인상이 자영업자에게 미칠 타격을 우려하는 글이 많았다. 가까운 친지가 그 당사자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있을 법한 반응이라고 생각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을 긍정하는 사람들을 무지로 인한 근시안적 견해를 가진 양 취급하거나 게을러서 편한 일만 하고 싶어 하는 주제에 욕심도 많아 돈도 많이 갖길 원하는 사람으로 묘사하는 지독한 자들도 많았다. 그러면서 정작 내놓는 근거라곤 고전경제학에서나 통용될법한 평면적인 경제논리거나, 또는 정작 중요한 물가지수 비교는 빼놓은 채 해외의 사례와 국내의 상태를 비교하는 것이 많았다.
    우선, 상상 이상으로 많은 사람들이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물가가 상승하기 때문에 민생이 더 나빠질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통화량이 증가하면 물가가 상승한다는 단순화된 이론만 알고 있으니 그런 결론이 나오는 것이다. 최저임금을 올리자는 건 없던 돈을 찍어내서 사회에 풀겠다는 말이 아니고, 기업 이익 중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비율을 좀 더 올리자는 말이다. 물론 최저임금 상승에 따라 기업은 지금까지처럼 수익 중 막대한 비율을 사내 유보금으로 쌓아올리기는 어려워 질 것이고, 그에 따른 통화량 상승은 어느 정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재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사내 유보금이야말로 자본순환과 내수경제 활성을 가로막는 장애요소이지 않는가. 케인즈 경제학 이후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로 인한 영향과 IMF이후 국내은행에 대한 신뢰성 하락으로 인해 기업은 재투자, 장기 투자, 고용 안정성과 반대되는 노선을 걸어 국민 생태계를 위협하게 되었다. 국민이 망하더라도 물건은 수출로 팔아먹으면 되니까. 제발 대기업이 살아야 국민도 산다는 헛소리 좀 그만하자.
    다음으로, 최저임금 인상으로 물가가 상승한다 하더라도 결코 민생경제를 위협할 수준은 되지 못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 모든 국민이 최저임금 받고 사는 건 아니니까. 최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최저시급 인상에 영향을 받는 인원은 460만 정도인데, 국내 경제활동인구수가 2천 8백만인 상황에서 460만의 최저임금 수혜자의 몫을 늘린다고 물가가 확 오르진 않는다. 실제로 물가는 최저시급 외의 다양한 변수들의 영향을 받는 지표고, 그에 따라 최저시급과 물가는 별 상관관계가 없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550만의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의 안위를 걱정하는 자들이, 그러한 문제의 원인을 최저시급을 인상한 현 정부에게 떠미는 꼴은 부당하다. 애초에 현 국내의 자영업은 포화상태로 결국 무너질 수밖에 없는, 썩은 고름과도 같은 구조다. 그 원인은 지금껏 이런 기형적인 시장구조가 형성되도록 방치한 이전 정부에 있는 것이지, 자영업자가 겪는 고충의 화살을 현 정부에게 돌리는 것은 썩은 고름을 짜내려는 자를 비방하는 꼴이다.
    최저시급이 만원이 되면 적자를 면치 못하는 자영업자가 생기는 것은, 애초에 인건비는 착취수준인 6470원으로 줄 것이라 가정하고 간신히 이익을 낼 수 있는 수익모델을 짠 탓이 아닌가. 거기서 6470원을 정상화 시키는 탓에 이익이 적자가 되는 일은 누구의 책임인가.
    물론 그들 역시 구조조정, 명예퇴직, 만기퇴직 등에 떠밀린 채 어떻게든 먹고 살자는 노력으로 점포를 낸 것일 테다. 하지만 현재 있는 동네 치킨집들도 동네 주민 모두가 주 2회씩 치킨을 사먹어야 정상적인 이익을 낼 수 있는 상황이다. 지금도 동네 어딘가에선 2년도 되지 못한 가게가 간판을 내리고, 또 2년도 가지 못할 가게가 새로 들어선다. 그렇게 간판을 세우고 무너트리고 인테리어 시공을 하고 운영에 필요한 장비를 들이고 다시 처분하고 하는, 어떠한 생산도 없는 무의미한 과정에서 또 막대한 비용이 소모된다.
    현재 한국 시장구조는 460만의 노동인구가 최저임금으로 착취당하고, 그 임금을 써서 이익을 내는 프렌차이즈 업주는 다시 대기업에게 그 이익을 착취당하고, 대기업은 그렇게 착취한 금액을 재투자하지 않고 사내 유보금으로 쌓아놓는데 열심인 악순환의 반복이다. 이것을 무너뜨리고 선순환을 일으키는데 있어 어느 방면을 시작점으로 해야 하는지는 의견이 다양할 수 있지만, 결국 다방면을 모두 고려해야 함은 정부도 당연히 알고 있다. 빠른 실행과 결단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붕어빵을 머리부터 먹을지 꼬리부터 먹을지 논쟁을 펼치는 소모적인 태도는 멈추자.

  3. ‘최저임금 만원’정책은 19대 대선 후보 문재인,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심상정 다섯 모두가 내세운 공약이었다. 이미 이전에 논의와 협의가 완료된 사안에 대해 그 책임을 현 정부에만 돌리는 자들의 의도를 모르겠다. 설마 다른 후보자가 당선됐다면 최저시급 만원 공약은 당연히 흐지부지 없던 일로 만들었을 것이란 태도인가.
    최저임금 만원 인상은 이미 필요한 것으로 합의 되었다. 그리고 모든 정책이 그렇듯이, 어떠한 충격이나 부작용은 있을 수 있다. 정부에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미칠 타격을 염려해 4조원의 지원책을 제시했다. 이런 현 상황에서 진정으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안위가 걱정된다면, 그 4조원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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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인상은 바람직한 것이나 또 다른 상대방이 피해가 안가는 쪽으로 정책을 실행해야 한다고 봅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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