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한 발명에 관한 대립되는 옹호집단들(4)

in #kr6 years ago

인공지능이 한 발명에 대해 특허권를 부여할 것이냐 하는 문제는 아직은 시급하지 않지만, 앞으로 "강한 인공지능"이 활약하는 시대가 되면 필연적으로 논의하게 될 주제이다.

이것과 관련해서는 정책결정자가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이 정책에 관해서는 대립되는 이해집단이 분명이 대두하게 될 것이다. 우선 나와 같은 사람은 그냥 일반 대중 또는 제품 소비자의 입장이다. 그래서 솔직하게 인공지능이 많은 발명을 하되 그 결과를 공짜로 많은 사람이 누렸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나와 같은 입장을 가진 대중은 조직화되어 통일한 의견을 정책당국자에게 전달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런 입장에서 정책결정자가 일명 특허전문가라고 하는 테크노크라트의 말만 듣고 섣불리 인공지능 관련 특허정책을 결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책 옹호연합

독일에서 번창한 지식사회학 논쟁의 결과 모든 학문적 주장은 그가 처한 사회적 지위나 입장을 대변하는 것으로 여겨졌고(베르너 슈타크, 지식사회학, 임영일 역, 한길사, 1986년, 18쪽), 미국의 정책학자는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다양한 정책집단이 정책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연구하는 다양한 이론을 개발했다.

여기에서는 다양한 이론 중 Paul A. Sabatier 및 Hank C. Jenkins-Smith 등이 제시한 옹호연합 프레임워크(Advocacy Coalition Framework)에 바탕하여 특허권 부여 논쟁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집단을 대략적으로 분류할 것이다.

정책이란 가치의 권위적 배분이다. 배분은 더 많이 받으려는 욕구에 대한 대항이므로 대립되는 이해관계를 낳는다. 따라서 특정한 정책을 두고 대립되는 둘 이상의 집단이 생성되기 마련이다. 사바티어는 정책 하위시스템에는 서로 대립되는 옹호연합이 형성된다고 보고 정책을 분석하는 기본적인 틀을 제시했다. 사바티어가 제시한 옹호연합 이론의 기본 구조는 다음과 같다(Sabatier, Paul. 1988. “An Advocacy Coalition Framework of Policy Change and the Role of Policy-Oriented Learning Therein," Policy Sciences 21:132)

옹호연합 이론은 기본적으로 특허정책과 같은 정책 하위시스템마다 정책결정 및 집행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자가 있으며, 각 행위자는 개별적으로 행위하기보다는 같은 정책적 신념을 공유하는 집단끼리 뭉쳐서 협력함으로써 자신이 옹호하는 정책의 실현을 위해 노력한다고 본다(Sabatier, Paul. 같은 논문. 132-134쪽). 이 때 문제가 되는 정책 영역의 기본 특성이나 자원배분 등과 같은 비교적 안정적인 인자와 사회경제적 여건의 변화와 같은 외부적 사건이 정책에 참여하는 각 행위자의 한계와 역량에 영향을 미쳐 결국 정책의 변화를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옹호연합에 참여하는 개인은 규범적이고 인과관계적인 신념을 공유하는데, 여기에는 단순히 이익집단 지도자뿐만 아니라 담당 공무원, 입법자, 정책연구자 또는 저널리스트가 참여한다. 이들 참여자는 정책 지향적인 학습(policy-oriented learning)을 통해서 새로운 경험이나 정보에 따라 정책을 수정한다.

옹호집단의 신념

옹호집단에 참여하는 개개인이 공유하는 신념도 변화 가능성의 측면에서 핵심 신념(core belief), 정책 핵심 신념(policy core belief), 2차적 신념(secondary belief)으로 분류할 수 있다.
특허정책과 관련한 옹호연합이 어떻게 분화되어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국내적인 연구는 부족한 듯하다. 여기서는 편의상 특허정책과 관련하여 대립되는 옹호집단을 크게 보아 두 집단으로 분류할 것이다. 기본적인 특허권의 필요성에 관해서는 특허권을 옹호하는 집단과 이를 부정하는 집단으로 분화되었을 것으로 가정할 수 있다. 특허권이 필요하다는 것은 가장 근본적인 신념이라고 할 수 있고, 이에 대한 태도는 대립되는 두 집단 사이에서 거의 변하지 않고 고정된 신념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특허의 대상을 가능한 한 확대해야 한다는 신념이나 이에 대립되는 신념은 핵심 신념이라기보다는 옹호집단 내부에서 또다시 개별적으로 분화된 정책 소집단 사이에서 공유되는 정책 핵심 신념의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인공지능이 한 발명에 대해 특허권을 부여할 것인지의 여부에 관한 논쟁은 정책 핵심 신념의 단계에는 진입하지 않았고, 이에 대한 논쟁을 수행하는 개인마다 조금씩 다른 견해를 취하는 2차적인 신념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먼저 인공지능이 한 발명이라는 정책의제가 정책적인 해결이 시급한 문제로 성숙되었는지, 그 해결 수단으로는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정책 실현을 위해 어떠한 자원을 동원해야 하는지 등에 관해서는 아직 논자마다 서로 다른 각도에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다만 인공지능이 한 발명에 대한 특허권을 부여할 것인지는 특허 옹호론자의 진영에서는 2차적인 신념에 불과하지만, 특허 부정론자 진영에서는 특허란 산업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는 대기업의 입지를 옹호할 뿐 자유롭고 창의로운 산업발전을 저해하는 요소이므로 인공지능이 한 발명에 대해서는 특허권을 부여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할 여지는 충분하다.

대립되는 두 정책옹호 집단

특허 옹호론 진영은 대체적으로 특허청 공무원을 필두로 해서, 변리사 집단, 특허학자 집단, 대기업 집단, 기술 중소기업 집단으로 구성되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특허 부정론자는 대체적으로 오스트리안 경제학파와 같이 자유주의 경제체제를 지향하는 경제학자집단, 카피 레프티스트(copy-leftist), 학문적 연구의 자유를 주장하는 학자집단, 특허권 때문에 경제적 활동에 장애를 받는다고 믿는 소상공인 집단, 특허에 따라 제품을 높은 가격을 주고 구입하는 소비자 집단이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여러 대립되는 이해집단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해....

위와 같은 논리에 따라 현행법의 해석에 투영된 학자의 입장적 한계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특허법을 전공한 학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특허권을 부여하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바람직하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전제”한 뒤 인공지능이 한 발명에 대해서도 누군가에게(심지어는 인공지능 자신에게) 특허권을 부여하기 위한 법리적인 수단을 찾아 현행법에 존재하는 것으로 보이는 방해수단을 제거하려는 노력을 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행정부 내부에서 정책을 담당하는 담당공무원 또한 기관의 정책 영역을 보호하고 확대하기 위한 정신적 무장을 하기 쉽다.
학자든 공무원이든 자신이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아름답고 바람직한 현상이다. 하지만 어느 한 사람이 세상의 모든 지식을 다 알고 있을 수 없듯, 어느 한 집단도 특정한 정책에 관련된 모든 이슈를 다 정책에 반영하지 못할 것이다. 결국 정책형성 과정을 민주화함으로써 특정 집단이 정책형성을 독점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해당 정책에 관련된 서로 대립되는 정책집단이 대등한 관계에서 자신의 정책적 견해를 의사형성에 충분히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Sort:  

@eunsik 님 포스팅은 항상 흥미롭습니다. 지난 AI 영역에 이어, 재미있게 보고 갑니다.

재미 있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

짱짱맨 호출에 출동했습니다!!

Coin Marketplace

STEEM 0.18
TRX 0.15
JST 0.029
BTC 62915.59
ETH 2542.92
USDT 1.00
SBD 2.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