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소희 작가가 애 키우는 엄마들에게 충고

in #kr5 years ago

오소희 작가가 엄마들에게 아이들의 놀이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충고하는 글입니다.
애들의 놀이에 있어서 제 철학은 오소희 작가가 얘기하는 것과 같습니다.

애들은 놀면서 큰다!


요즘 너무 공유하고 싶은 글입니다


어린아이를 키우는 동생들,
젊은 엄마들에게 종종 들려주는 이야기.

1

유아기 때만이라도 마음껏 놀려라.
같이 놀아라.
(이 땅에서는 어차피 '입시'라는 어마어마한 불행이 기다리고 있다)
제발 그때라도 걱정 붙들어매고
행복해라.

우리가 세상을 좋게 만들어야 좋아진 세상에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간다.
내 아이에게 싸움의 기술을 가르치면 전쟁을 하며 살아갈 것이요,
유희의 기술을 전수하면 즐기며 살아갈 것이다.

2

내내 선행학습을 시킨 엄마들,
운 좋게도 그럭저럭 그것에 따라와준 아이들,
그런 가정에서도 일정한 때가 오면 답 없다고 외친다.
답 없는 것이 답인 이 현실에선
‘소신’만이 답이다.

3

아이가 어릴 때라도
자연에서 뒹굴게 하라.
자유롭게 하라.

너도 알고 나도 알다시피
이 학력사회는 지랄 맞게 완고하다.
변하지도 않고 흔들리지도 않는다.

결국 흔들리는 건 부모다.
제아무리 건강한 교육관을 지니고 시작해도
아이가 클수록 흔들린다.
바꿔 말하면,
어차피 누구나 흔들린다.
뿌리라도 건강하게 해두자.

그럼 일찍 시험 준비 시키면 안 흔들릴까?
아니.
일찍부터 준비 시켰기에 더 흔들리고 더 실망한다.

실망하는 순간, 부모는 응원자가 아니라 심판자가 된다.
심판은 부모가 자식에게 할 수 있는 최악의 것.
'관계'는 깨어진다.

놀 수 있을 때 놀게 하라.
놀지 않은 아이는
결코 후반부의 미친 학력 요구들을 버틸 '마음의 체력'이 없다.

4

아이에게 자기주도적으로 공부하라고 말할 게 아니라,
엄마 스스로가 자기주도적으로 공부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무엇을 공부하느냐?

행복해지는 법.

엄마가 먼저 생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라.
내 아이가 행복하게 자랐으면 한다면
가장 가까이에서
가장 영향력이 크고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행복하게 사는 삶의 태도를 견본으로 배우게 하라.
그리고 뿌듯해하라.
"넌 날 닮아 행복한 거야, 짜샤~"

5

육아의 시간을 버티지 말고 즐겨라
놀이터에 가면 같이 미끄럼틀을 타라.
옆에 앉아서 스마트폰 뒤적이지 말고
제발, 엄마, 너도 놀아라.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얼마나 놀기에 좋은 가을 날씨인가?
한바탕 뛰어놀고 나면 기분도 좋아지고
살도 빠진다.

6

아이는 자신의 놀이대상만큼 큰다.
무조건 데리고 자연으로 가라.

키즈카페 가지 마라.
그곳은 빤한 놀이공간이다.
놀이에 빤한 정의를 심어줄 뿐이다.
그런 세팅이 안 되면 쭈뼛대는 아이로 자라날 뿐이다.
놀이는 언제 어디서나 무한한 가능성으로 시작될 수 있는 것이다.
아이들은 그 가능성을 가지고 놀아야 한다.

이 모든 '가능한' 놀이가 아이에게는 배움이다.
네 친구들이 허구헌 날 모여서 말하는 '공부'나 '배움'의 정의를 바꿔라.
그들이 말하는 건 배움이 아니라 ‘시험’이다.
네 아이는 아직 시험칠 나이가 아니다.
배울 나이다.
하늘로부터도,
땅으로부터도,
먼지로부터도.

7

집 근처에 숲, 공원, 큰 서점이나 도서관을 가까이 두어라.
낮이나 밤이나,
비가 오나 해가 뜨나
걷게 하라.
(유모차 말고, 아이 스스로 기동력을 가질 수 있는 킥보드, 자전거를 십분 활용한다.)
매시간이 다르고 매계절이 다르다.
그 다름을 느끼는 것이 예술이고 살아가는 의미이다.

아이를 그을리게 하라.
풀, 흙, 벌레를 만지게 하라.
더러운 옷을 입게 하라. 옷이 더러워지게 하라.
(빨래 좀 작작해라. 그래야 너도 논다. 그래야 환경도 좋아진다.)

기게 하라.
구르게 하라.
뛰게 하라.
적당히 긁히거나 까져도 된다.
더 좋다.
회복되는 과정은 언제나 성숙과 인내를 배우게 하니.

아이의 몸과 사고를 교실과 의자에 묶어두지 마라.
최대한 몸을 움직이게 하고 감각을 쓰게 하라.
“나는 엄마를 하늘만큼 사랑해”라는 말은 하늘의 높고 큼을 느끼고
사랑의 깊고 벅참을 느낀 아이만이 그 순간에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느끼고 못하게 하고서 말하라 다그치지 마라.

8

상상하고 공상할 시간을 충분히 주어라.
창의력은 빈 시간에서 나온다.
창의력은 무한으로 자신을 확장하는 힘.
자꾸 주입받는 아이는 제아무리 채워져도 -무한은커녕-
기껏해야 제 몸뚱이 만큼밖에 못 채우는 법이다.

9

아빠가 참여할 기회를 항상 열어두되, 대기상태로 있지는 마라.
적극적으로 엄마와 아이가 할 수 있는 걸 해라.
이것은 현실적인 차선책이다.
아빠들을 돈 버는 기계로 만드는 이곳에서
가족 단위로 다 같이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날은 극히 드물다.
심지어, 이 땅에서는 아이가 주말여행에 따라나설 수 있는 날도 금방 마감된다.
(아무나 자살율로 세계 1등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집에 안 들어오는, 혹은 주말마다 낮잠만 자는 남편 붙잡고 싸울 힘으로
대범하게 아이와 많은 추억을 만들어라.
두고두고 잊히지 않을
미친 듯이 깔깔대는 추억을 만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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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이네요. 특히 "시험준비를 일찍부터 준비 시켰기에 더 흔들리고 더 실망한다." 이 구문이 마음에 와닿네요.

오래전에 보고 깨달은게 많았는데, 지금 봐도 훌륭한 조언이라고 생각합니다~
애들은 놀때가 가장 즐거워 보이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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