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고래

in #kr6 years ago (edited)

꽤 여러해 동안 자칭 "난독증"이라 불리는 집중력 저하 증세에 책을 도저히 읽을 수가 없었다. 책을 붙잡는 것만으로 잠이 쏟아지고, 책장 한장 넘기는 게 여간해선 쉽지 않고, 같은 문장을 수십번 읽고 있는 것을 깨닫고는 화들짝 놀라 책을 덮어 버리곤 했다. 그러던 중 천명관의 "고래"라는 소설을 만났다.
 

단숨에 읽어 버린다. 눈깜짝 할 사이에 종착지에 온것 같다. 정신이 혼미하다. 마치 롤러코스트를 탄듯 그들의 삶에 일순간에 투영된다.

그날 밤을 우리가 기억하는 것은 단지 금복이 겁간을 당하고 돈을 빼앗겼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가뜩이나 파란 많은 그녀의 운명을 다시 한번 거센 소용돌이 속으로 몰고 간 그날 밤의 기적 같은 사건은 며칠 전부터 쉬지 않고 내린 장맛비로 인해 가능한 일이었다. 도대체 무슨 얘기냐고? 성급한 독자여, 조금만 더 들어보시라. 
- 발췌 : 고래, 천명관 

비극의 시작과 끝(노파)은 한 지점에서 머무르다 스러진다. 인간의 일그러진 욕망과 그 욕망이 부르는 시대정신(금복)은 정체가 불분명하다. 욕망이 낳은 비정상적 실체(춘희)는 세상 어디에도 존재할 수 없다. 마치 바다에 고래떼가 창궐한듯 짐작할수 없는 소용돌이에 휘말린 것 같았지만 그것은 현실이 아닐수도, 죽어야 끝이 나는 쳇바퀴속에 갇힌 것일수도 있다.

이 소설을 '특별하다'고 표현할수 밖에 없는 것은, 소설에 대해 우리가 가져온 기존의 상식을 보기 좋게 훌쩍 비켜서는 놀랄만한 다채로움과 개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임철우(소설가) 

인연과 복선의 엉켜진 실타래를 풀어가는 전개를 통해 독자가 끝까지 내달릴수 있게 채찍질한다. 어마어마한 서사적 스케일이다. 그러나 소설의 형식과 법칙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음 페이지가 궁금해 미칠것 같다.  

이 책은 단연코 가장 흡인력이 좋은 소설이라 말할수 있겠다. 문득 작가가 천재가 아닐까 의심해 보며 그의 프로필을 찾아본다. 역시 그는 시대 최고의 이야기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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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소설을 읽지 않았는데 조만간 손에 들어야겠습니다.
책 소개 감사드립니다.

저도 감사합니다. 휘몰아치는 소설입니다. 어떤분은 좀 괴이하다고도 하시더군요.

끔찍하거나 고통스럽거나 한 격한 내용은 소화를 잘 못해서 가벼운 소설만 주로 보는데 이 책은 어쨌든 서점에 가서 봐야겟네요.
답변 감사드립니다.

저도 이 책을 읽고 '글재주 라고 부르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를 느꼈습니다.
감사히 보고 갑니다.

이 시대 최고의 이야기꾼으로 평가되고 있더군요. 전 천명관 작가의 단편도 아주 좋아합니다.

꼭 읽어봐야 할 책을 소개해 두신 것 같아 바로 리스팀합니다. ^^ 저 또한 '난독증' 같은 (신기한) 증상을 겪어본 적이 있어서요. https://steemit.com/kr/@jack8831/7wsvtq 관련된 내용이 담긴 글을 적어본적이 있어 감히 링크 걸어봅니다. ^^ 책 소개 감사드립니다.

제 인생 최초의 리스팀을 해 주셨습니다 ㅎㅎㅎ 정말 감사합니다.
링크 주신 글 읽다가 눈물이 핑그르 돌았어요. 제 글이 막 부끄러워지고 막 ㅜ.ㅜ 전 뭘 쓰려고 하면 자꾸 길어져서 ㅋ 요즘 짧게 쓰려고 하는데 그러다보니 막 꼬이고... 마음을 탁 내려놓고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연어님 글 보며 떠올랐어요. 미천하지만 가끔씩 올려볼께요.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여기서 고래를 만나는군요. 저도 고래에 대한 리뷰 하나 올리려고 했습니다. 오래 전에 블로그에 포스팅한 글이긴 한데요. 어쨌든 고래 같은 소설을 쓸 수 있다면 지금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을만큼 좋아하는 책입니다.

고래 리뷰가 많아서 올릴까 말까 고민하다가 부끄럽지만 용기를 내본겁니다. 써 놓은 글은 많은데 하나 포스팅하기까지 고심하고.. (글은 스팀에서 써보는게 처음이라) 언제나 소심함이 나아질까요? 고래 리뷰 포스팅 기다리께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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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유일하게 두번 읽은 책입니다.

아 그러시군요. 정말 대단한 이야기이지 않습니까 ㅎ

그럼요. 두권짜리 나의삼촌브루스리 출간 당시 많이 기대했는데 한권짜리 고래보다 못하더라는..

이 책 읽어보고 싶네요. 좋은 책 나눔 감사합니다.

꼭 읽어보세요! 훅 빠져들거예요.

덕분애 고래라는 새로운 책을 알게 되었습니다. 리뷰 감사드리고 꼭 읽어볼게요~ 편안한 밤 되세요^^

네 꼭 읽어보세요. 감사합니다.

별 말씀을요^^

좋은 책리뷰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저도 난독증에 시달리는 일인입니다. 안타깝게 아직까지도~~~~~~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난독증... 참 짜증나죠. 근데 좋은 책을 만나면 언제 그랬냐는듯이 싹 사라지기도 하네요. "고래"가 도움이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꼭 읽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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