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밤이 선생이다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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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의 북리뷰이다. 스팀잇의 글들이 너무 좋아 책읽기를 게을리 한 탓도 있지만 애정하는 이웃들에게 어떤 책을 소개하면 좋을까 고민을 한 탓도 있다. 고심 끝에 황현산 선생님의 "밤이 선생이다"로 골라 보았다.

이 책의 초판 발행은 2013년이고 현재 스테디셀러의 반열에 오른 책이다. 이전에 신문사에 기고했던 칼럼들과 몇개의 산문들을 모아 산문집이 만들어졌다. 길게는 4페이지, 짧게는 2페이지 마다 자유롭게 하나의 주제를 정해 이야기한다. 개인적인 추억에 관한 이야기, 김지하, 김연아, 김기덕, 홍상수 등 인물에 관한 이야기, 최근 뉴스에 관한 이야기, 행복과 윤리에 관한 이야기, 역사와 철학, 문학에 관한 이야기 등 우리 삶을 둘러싸고 있은 것들에 주목한다.

황현산 선생님의 "책을 펴내며"를 발췌해본다.

나는 내가 품고 있던 때로는 막연하고 때로는 구체적인 생각들을 더듬어내어, 합당한 언어와 정직한 수사법으로 그것을 가능하다면 아름답게 표현하고 싶었다. 그 생각들이 특별한 것이 아니다.

선생님 말씀대로 특별하지 않은 생각을 합당하고 정직하게 표현하는 것이야 말로 내가 글쓰기에서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어떠한 현학적인 수사나 철학적인 비유나 학문적 근거를 들지 않아도 이 사회의 모든 현상과 인간의 사유를 설명할 수 있다는 증거가 되는 책이다. 일전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책으로 꼽은 "신형철의 느낌의 공동체"와는 대조를 이루는 책이다.

개인의 역사는 현대사가 되고, 과거의 추억은 현재의 나의 정체성을 증명해 주고,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시각은 곧 나에 대한 반성이며 시대성에 대한 비판은 나에 관한 성찰이 된다. 이 책의 중심은 언제나 나이고 이 책의 소재도 또한 언제나 나로부터이다. 내가 주인이 되어 살아가는 이 세상에 대하여 조곤조곤한 말투로 읊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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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 깊숙히 꽂혀 있어서 먼지도 쌓이고 표지색마저 바랜 이 책을 지금에 와서야 생각해 낸 내 자신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 더 빨리 이 책을 꺼내 들었다면 밤마다 뜯기던 나의 머리칼이 조금은 온전할 수도 있었을 텐데 후회가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라도 이 책이 가지고 있는 가치가 나에게 와 닿게 되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처음엔 미처 몰랐던 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깨달음으로 다가왔으니 이 또한 크게 감사할 일이다.

이 책을 통해 내가 얻고자 하는 건 딱 한가지이다. 글쓰기 실력의 향상이다. 내가 일상이라는 주제로 글쓰기를 선언(!)한 만큼 나에게 있어 이 책이야 말로 "글쓰기의 표본"이다. 직접적이지 않고 에둘러 표현하기는 내가 나의 글쓰기에서 추구하는 바와 일치한다. 기왕이면 나의 글에 뚜렷하게 독자에게 전달되는 메시지를 담아보고 싶다. 그러나 현재의 나는 모자라도 너무 모자란다. 지금은 그저 "혼잣말"과 "짧은 생각"이지만 언젠가는 "스티미언에게 고하는 말"이나 "깊은 생각" 따위를 써보고 싶다.

이쯤에서 내가 따라 쓰고 싶은, 글 잘쓰시는 스팀잇 작가 한분을 잠깐 소개하고 싶다. 바로 @happyworkingmom 님이다. 해피워킹맘님은 직장과 육아의 고단함속에서도 1일 1포를 실천하고 계신다. 언젠가 내가 그분의 글에 밤이 선생이다의 글처럼 좋아요라고 댓글을 남긴 적도 있다. 그분 글의 대부분의 주제는 일상으로부터의 사색이다. 아이가 주는 행복, 육아의 피로함, 직장 생활의 애환, 삶의 보람, 인간 관계 등 주위에 널려 있는 모든 것들을 소재로 삶의 지혜를 쏙쏙 빼어다가 글로 담아내신다. 그래서 글을 다 읽고 나면 묵직하게 남는 깨달음이 있다. 작가의 의도이든 동질감에서 오는 공감이든 한가지 이상의 메시지는 분명히 차고도 남는다.

일전에 어느 조사에서 글쓰기를 잘 하려면 반복적인 읽기가 중요하다고 했다. 특히 자기가 좋아하는 작품의 문장이나 문체를 계속 읽다보면 어느새엔가 글쓰기에서 저절로 나온다는 것이다. 나는 오늘부터 이 책을 틈나는 대로 읽을 것이다. 언젠가 나의 글 한자락에서 이 책의 향을 조금이라도 맡을수 있는 날을 고대하면서 말이다.

마지막으로 현재 암투병중이신 선생님의 빠른 쾌유를 빌며 이 책의 제목에 대한 선생님의 설명을 덧붙인다.

내 책 제목 '밤이 선생이다'는 프랑스의 속담 La nuit porte conseil.를 자유번역한 말이다. 직역하면 '밤이 좋은 생각을 가져오지'라는 말로 어떤 고민에 빠진 사람에게 '한 밤 자고나면 해결책이 떠오를 것'이라는 위로의 인사다. (황현산 on Twi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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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보고싶은 책이에요!! ㅎㅎ 소개 감사합니다-

저도 감사해요.시농님!!

황현산 선생님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

이번주에 서점가면 이 책을 꼭 사야겠어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도 감사합니다. 책 권해드릴께요. 시인님!!!

담백하고 솔직하게 쓰는게 제일 어려운 것 같아요. 자꾸 수식을 붙여 빈약함을 숨기고 싶어지는 마음때문이죠 ㅎㅎ 리뷰잘읽었습니다 :)

맞아요. 담백한 글쓰기 어려워요. 저의 경우엔 자꾸 뭔가 수식이 들러붙어서 불편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아요... 와! 근데 이모션랩님 블로그는 한참 구경해야 할것 같은데요!!! ㅎㅎㅎㅎㅎ

저도 참 경애하는 책입니다. ^^

네. 정말 좋은 책입니다.

저도 책장에 꽂혀 있는데... 선생님의 쾌유를 빕니다.

리스팀 감사합니다. 좋은 글 많이 쓰시는데, 배우러 가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저는 화장실에서 해결책이 떠오르던데~~
무언가에 집중하고 조용한... 나만의 공간이 주는 유익함인듯하네요^^

ㅎㅎㅎㅎ차차차님 역시 센스있으셩!

제가 천천히 읽어 나가고 있는 책입니다ㅎ 한번에 글 두 개 정도 읽습니다. 참 깔끔하고 좋은 글이 많지요.에빵님의 글에서 보니 더 반갑네요^^

어머! 소울메이트님, 그러시군요. 하루에 한두개 읽기 좋아요. 선물받은 책도 거의 읽었는데, 선뜻 리뷰가 안 써지네요. 부끄러워서요 ㅋㅋㅋ

밤이 좋은 생각을 불러오는 것 정말 공감입니다

새벽이되면 온전히 자기자신에게 집중하게 되더군요

그래서 스팀잇에 새벽갬성이 유행하나 봅니다. ㅎㅎㅎ

저의 필력이 부족하여 글을 많이 읽는 습관을 늘여야 겠습니다 ^^
좋은 글 감사합니다 ~

글쓰기는 읽는 양만큼 늘지 않을까 해요. 물론 그렇지 않은 분들도 간혹 계시는것 같긴 하지만요 ㅜㅜ

좋은 포스팅 감사합니다. 단순한 정보전달이 아닌, 생각을 부드럽게 스토리화 해서 독자들에게 전하는것이 쉬우면서도 어렵더군요...

저도 시도는 해보았는데 정말 어렵더군요. 갈고 닦아야 합니다. ㅎㅎㅎ 송님은 부드럽게 글 잘 쓰시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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