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잣말] 뱀파이어 눈알의 여행
오늘의 포스팅에 혼잣말이라는 카테고리를 붙여봤어요. 혼자말인데 왜 존대하냐고요? 이해가 안되시겠지만 원래 이러고 놉니다. 오래된 습관이죠. 전 어릴때부터 혼잣말 하는걸 좋아했어요. 벽보고 말하거나 허공에다 소곤대거나 거리에서 스쳐가는 사람들에게 텔레파시를 보내는 것도 좋아했지요. 제일 재밌는건 상상의 대상을 만들어서 몇날몇일이고 이야기를 들려 주는 겁니다. 바로 오늘처럼 말이지요. 청승맞다고요? 청승맞다고 해도 별수 없습니다. 그게 저니까요. 그래서 어른 시절 빨간 머리 앤을 그렇게나 좋아했나 봅니다.
오늘은 눈이 몹시 쓰리고 아프네요. 거울을 보니 뱀파이어 눈이 보여요. 어젯밤에 깜깜한 상태에서 핸드폰 글쓰기를 했기 때문이예요. 그게 얼마나 눈에 무리가 가는지 잘 알지만 멈출 수가 없군요. 덕분에 수면 시간이 반토막 난건 말할 것도 없고요, 시력이 날로 나빠지는게 느껴져요. 요즘은 선글라스 없이 외출하는 것도 불가능해졌어요. 눈이 부셔 눈물이 계속 쏟아지기 때문이죠. 누구는 그게 노안의 초기증세라고도 하더군요. 노안이랍니다. 제가. 하하하. 벌써.
예전엔 직업상 아이디어를 짜야 하는 일이 많았었죠. 아이템이 주어지면 생각의 끈을 놓지 않고 24시간 그것에만 몰두해야 했어요. 자면서도 놓지 않는다는 뜻이죠. 화장실에 갈때도 샤워를 할때도 밥을 먹을때도 심지어 사람들과 대화중에도 끊임없이 생각을 반추해야만 했어요. 워낙 창의성이 떨어져서 남들보다 더 어려워 했는지도 모르겠네요. 지금에 와서야 드는 생각은 그렇게 붙잡고 있는다고 없는 아이디어가 생길까 싶기도 한데요, 젋었으니까요. 젋은 혈기로 그렇게라도 쥐어짜는 것이 내 삶에 대한 내 일에 대한 최선이라고 생각했었죠. 그외에 다른 방법이 딱히 없기도 했고요. 대략 일주일에 하나 꼴로 기획서를 작성해야 했는데 대부분의 시간은 생각과 메모로만 보내다가 막판에 닥쳐서야 밤샘으로 겨우 일을 끝낼 수 있었어요. 어쩌다가 운좋게 삘이라도 받는 날엔 순식간에 일을 끝내기도 했지만 대부분 인고의 시간을 거쳐야 기획서 작성을 마칠수 있었죠. 그리고 모든 일을 끝낸 후에야 그 생각으로부터 자유로워 질수 있었어요.
천년전 중국의 구양수가 말한 "3상"이 생각나네요. 마상, 침상, 측상. 이동중에, 침대위에, 그리고 화장실에서 구양수의 시상이 떠올랐던 것처럼 천년이 지난 후인 지금 제가 똑같은 경험을 하고 있네요. 그러고 보면 예나 지금이나 인간이 사고하는 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나 봅니다. 그렇다고 제가 구양수끕이라는 말은 아니니 오해하지 마시길.어쨋든 전 이동중이나 잠자리에 들때나 화장실에 갈때면 언제나 메모할수 있는 수첩을 가지고 다녔었어요. 기획서를 써야 먹고 살던 시절에 말입니다.
근데 말이죠. 스팀잇을 시작하면서 이 병이 도졌답니다. 24시간 글감에 대한 생각의 끈을 놓을 수가 없어요. 내일은 모레는 무엇을 쓸까. 특히 자려고 누웠을 때는 백이면 백 글감이 툭 튀어 나와요.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그럴땐 무슨일이 있어도 절대로 놓치면 안되요. 다음날 아침 완전 백지상태로 리셋이 되는 낭패를 겪을 테니까요. 노트북을 켜고 마주 앉는 것보다는 그대로 누워서 핸드폰 메모장에 글쓰기를 해야 술술 잘 풀립니다. 좀 잘 써지는 날에는 단번에 글을 완성하기도 하지요. 물론 다음날 검열의 과정에서 버려지는 글도 많이 있긴 하지만요. 이런 밤이 지나고 나면 여지 없이 뱀파이어 눈이 되어 눈 뜨는것 조차 어려운 아침을 맞지요. 어젯밤이 그런 밤이었습니다.
후훗. 누가 보면 대단한 글이라도 쓰는지 알겠네요. 그냥 저는 능력도 미천하고 타고난 재능도 별로 없는 데다가 가진 밑천도 없으니 스스로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아는것 뿐입니다. 그래야만 겨우 1일 1포를 지켜낼수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제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노력한다는건 아니니 오해는 없으시길 바래요. 그저 저의 삶의 방식이 그렇다는 겁니다.
책을 좀 읽어보려 했는데 안되겠어요. 책속에 우주가 보입니다. 눈에서 레이저를 쏘고 있으니 그럴만도 하죠. 별똥별들이 글자 위에서 춤을 춥니다. 눈을 좀 감아보려고 해도 이것도 안되겠어요. 눈을 감으니 먹먹한 어둠속에서 별들의 전쟁이 일어나네요.
뻑뻑한 뱀파이어 눈알을 깨끗한 물에 담갔다가 꺼냈으면 좋겠습니다. 이탈리아의 필라토 호수에 눈알을 씻어내고 싶어요. 얼음 동동 뜬 호수물에 살짝 담갔다 빼는 것만으로 눈은 물론 정신까지 번쩍 들것 같은데요. 모세혈관에 끼어있는 노폐물도 좀 씻어내고 각막 아래 홍채까지 씻어내려면 두어번은 휘휘 저어줘야겠어요. 손이 시려우니 장갑을 꼭 껴야겠군요.
저기 물 마시러 온 노루 한쌍이 내 눈알을 신기한듯 쳐다 보네요. 풉! 갑자기 저의 두 눈알이 호수를 벗어나 계곡이나 강 줄기를 따라 굴러다니며 여행하는 꼴을 상상해 봤습니다. 구석구석 구경도 잘하겠다는 생각도. 아이고! 얼른 주워다가 제자리에 눈알 끼워넣기 하고 정신을 차려야겠습니다. 말이 많아지니 쓸데 없는 말까지 하게 되네요. 뭐든지 적당할때 끊는게 제일 중요한데 저의 아둔함과 욕심이 적당한 타이밍을 꼭 놓치게 만들어요.
지금까지 지루한 이야기 들어줘서 고마워요. 당신의 인내심에 박수를 보내드릴께요. 하지만 언제 또 혼잣말 급습을 당하실지 모르니 항상 긴장하는거 잊지 마세요. 안녕!


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여러분들의 꾸준한 포스팅을 응원합니다.
그럴 땐 녹음기를 준비해서 눈 감고 기록하세요~
물론 말하다 잠들게 된다는 건 함정~
오호!!! 역시 스팀잇 생활의 은인이신 다핑님 말을 들어야해욧! 제가 교주에서 신으로 격상 시켜드리고 싶어요!
이거 완전 오리지널 혼잣말이 되겠군요 ㅋㅋㅋㅋ 그런거 잘하니까 ㅋㅋㅋ
아.. 그리고 @deadpxsociety 소식 혹시 아시나요? 대륙가셔서 행불 되신지 10일이 되었습니다. ㅠㅠ
전 좀 무섭네요. 혼자 말 한다고 하시니^^
수다로 못 푼걸 이런식으로 푸나 봅니다. 무섭게 해드려서 죄송해요. ㅜㅜ
혼잣말을 글로표현하는거 진심이 뭍어나는글인데요 일기쓰듯 써내려가다보면 술술 적혀 내려가잖아요

자주올게용 지나가는길에 들려주세요
네. 저도 들를게요. 수란님!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헉~ 노안이라니...ㅋ 안과 방문을 추천드립니다! ㅎㅎ
글감이 툭툭~ 튀어나오다니... 부럽습니다~ 정말요!
녹내장, 백내장 이런건가여 ㅍㅎㅎㅎㅎㅎ 하루 종일 붙잡고 있으니가 자기전에 툭입니다
요즘 의학은 놀랍울 정도랄니다! 걱정마시고 꼭 방문하세요~ ㅋㅋㅋㅋㅋㅋ
저는 글감이 생각나지 않아서 떠나있었는데 ㅎㅎ 에빵님은 글감이 백이면 백 떠오르신다니 부럽기도하지만 서도 스라밸은 맞춰야합니다! 조금 떠나있으니 돈은 안들어오지만 맘은 편하더라구요.. 근데 또 떠나있다 돌아왔을때 에빵님은 그대로 계신거 보면 기분이 좋고 반갑고 그렇고 이기적이고...ㅋㅋㅋ
I will always be here for you. 누구보다 글감도 풍부하신 분께서... 보고싶었어요. 언제나 기다릴게요. ㅎㅎㅎㅎ 언제는 이상형이라 하고 기다린다하고,,, 우리 뭐하는검미?
ㅋㅋㅋㅋㅋㅋ눈이 아픈데서 시작하여 결국은 여행이야기까지 이어져 왔네요. ㅋㅋㅋㅋㅋ
ㅋㅋㅋ 여행 못간 한을 이렇게 풀어봅니다
아직 꿈에서는 스팀잇을 만나지 못하셨나요?ㅎㅎㅎ마지막엔 이미 꿈을 꾸고 계신 것 같기도 하고...
아놔... 스팀잇 꿈 꿨지요. 아이디들이 막 저한테 휙휙 날라와요. 그걸 피하느라 고되고요. 악몽인거죠? 현실은 즐거운데 꿈은 악몽인거 제 일상이네요. ㅋㅋㅋ
혼잣말을 훔쳐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저는 모든 것을 내려놓으니 마음 편합니다. 스티밋에서 1일 1포스팅이 중요한 것은 알고 있습니다만 저는 이미 포기했습니다. 저한테는 무리입니다. 제 자신의 한계를 알고 있습니다. ㅎㅎㅎ 그래도 에빵님의 그런 고뇌로 탄생한 글들을 재밌게 읽고 이렇게 댓글을 달 수 있으니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
역시 훔쳐보는 재미, 불구경, 부부싸움 등 구경의 묘미를 아시는군요. 내려 놓는거 스팀잇하면서 중요하더라구요. 이제 다 내려놓으셨으니 깃털 보다 가볍게 비상할 일만 남았군요. 화이팅!!!
네, 당연히 알지요. ㅎㅎㅎ 몸이 무거워 비상은 못하겠지만 스팀잇에서는 댓글로 비상해보겠습니다. ^^
정말 슬픈 이야기이지만 세상에서 가장 재밌는 법정관람이 바람난 부부의 이혼법정이라고 합니다. 삼박자를 골고루 갖춰서요ㅎㅎ책속에 우주가 보인다라는 말 저도 왠지 알 수 있을것 같애요.ㅎ
별들의 전쟁이죠.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