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끄적 끄적 밀린 일기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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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식사 시간에 아이들에게 삼일절에 대해 밥알을 튀기며 이야기를 해줬다. 유관순 열사 이야기중 너라면 어땠겠느냐에 대한 질문에 "아니. 난 못해. 하지만 그때에 내가 살았다면 할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라고 큰아이가 대답했다. 쏘쿨이다. 이어서 한중일 관계와 미국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나왔다. 오늘은 특별히 대만 이야기도 했다. 제법 아는 것들이 많아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재미도 쏠쏠찮다. 밑천 드러나기 전에 공부를 더 많이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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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종일 작은 아이가 궁시렁궁시렁거린다. 왜 저러나 생각해보니 며칠전 약속했던 물건을 챙기지 못했다. 자꾸 뭔가를 잊는건 알콜성 치매 때문인 것 같다. 술을 줄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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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은퇴후 계획을 당차게 발표했다. 남아메리카를 지나 남극을 찍고 아프리카로 간단다. 그래서 나는 얼른 핸드폰을 들고 스팀잇 창을 열었다. 그리고 파워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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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먹다 남은 피자를 냉장고에서 꺼내서 아침밥으로 주었다. 맛있다고 먹는 세남자들 정수리에서 파리똥 냄새가 났다. 전자 렌즈(지)를 장만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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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엔 개를 데리고 갈수 있는 고급쇼핑몰이 있다. 그곳에 가면 다양한 견종들을 만나 볼수 있다. 한마디로 사람 반, 개 반이다. 아니다. 개판이라는 표현이 더 잘 맞을수도 있겠다. 자기를 사람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우리집 개는 그곳에 가는걸 싫어한다. 개판에 끼면 자기도 개처럼 보일까 두려워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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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민턴을 쳤다. 나는 태생적으로 까불기나 하지 스포츠라는 걸 잘 못한다. 통통 아니고 딱딱 셔틀콕 맞는 소리가 들렸다. 그만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때 마침 왼쪽 운동화 밑창이 쩍 갈라졌다. 이때다 싶어 깨갱발로 까불면서 신나게 집에 돌아 왔다. 실컷 까불어서 기분 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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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스팀잇에 뭘 쓸까 그 생각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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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이기심이란 어디까지일까 생각해본다. 왜 밥 먹는데 내 숟가락은 안 놨냐며 남편한테 이기적이라고 핀잔을 줬다. 피곤하고 배가 고파서 숟가락 가져오는것도 귀찮다. 나는 또 얼마나 이기적인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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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나의 뇌세포가 파괴되고 있음을 느낀다. 문득 한 공간에서 방향 감각을 놓칠 때가 있다. 출구를 찾을수도 없고 가고자 하는 방향도 모르겠는 순간이다. 잠깐잠깐 수면에 드는 것일까. 오래전 스키장에서 뇌진탕으로 응급실에 갔던 때가 생각난다. 잃어버린 2시간에서 막 깨어났을때 그 느낌과 흡사하다. 그때 나의 뇌세포가 백억개는 죽었는지 모른다. 아. 이 이야기를 스팀잇에 써야겠다. 재미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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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dead again)이라는 영화가 생각났다. 캐너스 브래너와 엠마 톰슨이 나오는 1991년작이다. 부부가 환생해 다시 만난다는 내용이다. 그럴 확률이 얼마나 될까 싶다. 나는 다시 태어나면 새가 되고 싶다고 했다. 내 친구는 다시 태어나면 바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우리는 그렇게 또 만날 운명이라며 짝짝꿍을 했지만 이 생에서조차 만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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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 프리지아, 개나리, 칸나... 노란색이 너무 좋다. 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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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터면 큰일 날뻔 했다. 경비 아저씨가 다급한 얼굴로 다녀갔다. 화재비상벨이 울렸다며 요리중이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대답했지만 난 스팀잇의 글에서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한 멍한 상태로 연기 가득한 집에 오독하니 서 있었다. 된장찌개의 각종 야채들이 서로 얼싸안은 채 더덕더덕 뚝배기에 들러 붙어 있다. 두시간은 된 듯했다. 스프링클러를 올려다보았다. 연기에 휩싸여 아무렇지도 않게 나를 내려다본다. 뭘봐! 그러는 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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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먹다 남은 피자를 냉장고에서 꺼내서 아침밥으로 주었다. 맛있다고 먹는 세남자들 정수리에서 파리똥 냄새가 났다. 전자 렌즈를 장만해야겠다.

피자를 냉장고에 꺼내서 줌 -> 세 남자의 정수리에서 파리똥 냄새 -> 전자 렌지 장만

이 상관관계가 도저히 이해가 안되요. 저 국어공부 다시해야 하나요? 아니면 이 것은 제가 이해력 또는 집중력 저하인가요? 아~ 스팀잇 하는 시간 줄여야겠다. 집중력 저하다.

ㅋㅋㅋㅋ 이걸 설명해드리기도 그렇고 안 하기도 그렇고 ㅋㅋㅋㅋ 특별히 설명드리자면,
일단 식은 피자엔 파리가 잘 끼고요. 우리 두 아들은 사춘기라서 정수리에 묘한 남성 호르몬 냄새가 나고요. 우리 남편은 주변머리 풍부한 대머리라서 ㅋㅋㅋ 암튼 고개를 숙인 세 남자의 머리에서 똥 냄새가 나요 ㅠㅠ ㄱ그건 파리똥이겠죠. 뎁히면 냄새가 사라지려나요. 우리집은 전자렌지 절대 안 쓰거든요. 분자상태가 변형된다나 모라나 ㅋㅋㅋ

친절한 설명 감사합니다. 개인적인 호기심이 이렇게 또 해결이 되네요~ ^^
저도 그런 얘기를 전해듣고나서 가급적 전자렌지 사용하고 싶은 마음은 없는데 급하면 가끔 사용하게 되더라고요~ ^^;;

저도 뭔가 스팀잇에 어떤 주제로 포스팅할까 생각하면 재밌더라구요 ㅎㅎ

늘 생각하죠 ㅎㅎ 글감은 많은데 글이 안 써지는 함정이 있네요 ㅠㅠ

ㅎㅎㅎㅎㅎㅎㅎ
저도 온통 스팀잇에 뭘 쓸까만 생각합니다...
피자가 먹고싶어졌어요.^ ^

우리집 식은 피자라도 어떻게.... ㅋ

"전.자.렌.즈.를 장만해야겠다"/누군가에 의하면 오타는 무의식의 발로라는데...

그 무의식은 무슨 의미일까요? ㅋ

전자렌즈가 뭘까 고민했는데 전자렌지였군요.
큰 불이 난 건 아닌 것 같아 다행입니다.

앗! 렌지군요 ㅋㅋ 어?ㅋㅋ 전자렌지

날도 슬슬 풀리는데 저도 배드민턴이나 치러 가야겟어요.ㅎ

한국에 봄이 오나요? 전 실내에서 쳐요 ㅋ

저도 얼마전 부대찌게를 태웠답니다 ^^
스팀잇에 빠져듭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저 기억나요ㅎㅎㅎㅎㅎㅎㅎ

하루이틀일이 아니랍니다 ㅠㅠ 핸폰에 5분 10분 꼭 시간 맞춰놔야해요. 스팀잇의 세계에 빠지면 집도 절도 타는지 몰라요 ㅋ

저도 노랑색이 넘 좋아 노란색 사진을 모은 포스팅 했었어요ㅎㅎ
저도 뚝배기 태워먹고 넘 당황했던 기억 있네요-ㅁ-aa
이걸 우째야 하나 죄없는 뚝배기를 째려봤더랬숩니다...

아! 진짜요? ㅎㅎㅎ 어릴땐 노란색 좋아하면 정신병자라고 해서 대 놓고 좋아한다 못했는데 이젠 뭐 상관없지 않나요 ㅋㅋ 넘 좋잖아요 ㅎㅎㅎ

어머 그런 말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ㅋㅋ
그래 그러니까 나 함부로 건들지마~~~~~ (찡긋) 라고 해줘야 할 것 같은ㅎㅎㅎㅎㅎ

에빵님 굉장히 집중하는 스타일이신가봐요! +,.+b

개판에 끼면 자기도 개처럼 보일까 두려워서이다.

그리고 이 문장 보고 너무 귀여워서 소리내서 웃었어요 ㅋㅋㅋㅋㅋㅋ

쪼야님이 웃어주시니까 오늘도 보람찬 하루 ㅎㅎㅎㅎㅎㅎㅎ

정수리에서 파리똥이라니.....
중독적이던가요?... ㅋㅋ

들큼한 냄새 같은거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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