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란 쿤데라의 우스운 사랑들

in #kr7 years ago

밀란 쿤데라 관련 책을 읽는 날이었습니다. 함께 읽었던 책은 무의미의 축제였습니다. 그리고 그날 키오가 밀란 쿤데라에 관한 질문을 많이 하였고 그래서 밀란 쿤데라의 다른 책들을 찾아서 더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중의 한 권이 우스운 사랑들이었습니다.

그 책을 읽고 발췌한 부분들입니다.

여기가 익숙하지 않아서 글을 올리는게 힘드네요 >.<

12

우리는 눈을 가린 채 현재를 지나간다. 기껏해야 우리는 현재 살고 있는 것을 얼핏 느끼거나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나중에서야, 눈을 가렸던 붕대가 풀리고 과거를 살펴볼 때가 돼서야 우리는 우리가 겪은 것을 이해하게 되고 그 의미를 깨닫게 된다.

14
이 편지를 우체통에 넣자마자 나는 자투레츠키 씨를 잊었다. 그러나 자투레츠키 씨는 나를 잊지 않았다.

(Ed 많은 경우 내가 다른 사람을 잊었다고 해서 그 사람도 나를 잊었다고는 할 수 없다)

42

"아니, 죄목이라니요!" 내가 소리쳤다. "일이 어떻게 돌아간 건지 공개적으로 설명할 겁니다. 사람이라면 다 웃을 거예요."

"그러세요. 하지만 사람이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아니면 사람이 뭔지 몰랐다는 걸 깨닫게 될 겁니다. 그들은 웃지 않을 거예요. 일이 어떻게 된 건지 설명하면 사람들은 선생님이 시간표대로 책임을 다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러니까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응ㄹ 뿐 아니라 강의를 몰래 했다는 것을, 즉 하지 않아야 할 일을 하기까지 했음을 확인하게 되는 거죠. 그다음엔 선생님이 자기에게 도움을 청하는 한 사람을 모욕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될 겁니다. 문란한 생활을 했고, 신고도 하지 않고 집에 젊은 여자를 묵게 했다는 것이 확인될 테고, 이건 임원 운영 위원회 위원장에게 극도로 좋지 않은 인상을 줄거예요. 틀림없이 일이 다 알려질 테고, 그럼 싫은 건 선생님 생각이지만 다른 핑계로 선생님을 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좋아 어쩔 줄 모를 어떤 소문이퍼질지 아무도 모르지요."

53
"있잖아, 클라라, 당신은 거짓말이 다 같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야." 내가 말했다. "난 아무거나 다 지어낼 수 있고, 사람들을 조롱할 수도 있고, 온갖 속임수를 다 꾸며 낼 수 있고, 온갖 농담을 다 할 수 있지만 내가 거짓말쟁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아. 그런 거짓말들은, 당신이 그걸 거짓말이라고 부르고 싶다면, 그게 나야, 있는 그대로의 나. 그런 거짓말들로 나는 아무것도 감추지 않아. 그런 거짓말들로 나는 실은 진실을 말하는 거야. 하지만 내가 거짓말을 할 수 엉ㅂㅅ는 그런 것들이 있어. 내가 깊이 알고 있는 것, 내가 의미를 알고 있는 것, 내가 사랑하는 것이 있어. 이런 것들을 가지고 난 장난치지 않아. 거기에 대해 ㅐ거짓말을 한다는 건 나 자신을 비참하게 만드는 일이고 난 그럴 수 없어, 나한테 그걸 요구하지마, 난 하지 않을 거야."

59
...나는 깨달았다. 이 여자는 군인임을, 몸과 마음이 모두 철저한 군인, 충성스럽고 슬픈 군인, 기나긴 원정들로 지친 군인, 명령의 의미는 이해하지 못하나 언제나 거역하지 않고 시행하는 군인, 패했으나 오점 없이 떠나는 군인 임을.

66
...인간의 삶은 역사를 모방한다. 인간의 삶은 처음에는 움직임 없는 느림 속에 파묻혀 있다가 나중에 조금씩 조금씩 더 빨라진다.

69

...마르틴은 결혼을 했고, 젊은 아내가 있으며, 더 나쁜 건 그가 아내를 사랑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보다 더 나쁜 건 그가 아내를 겁낸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보다 더더욱 나쁘 건 그녀를 위해 그가 겁을 낸다는 것이다.

99
과연 나 자신은 젊음이 의미하는 이 행동들을 언젠가 포기 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그것들을 모방하는 데 족하지 않는 다면, 내 바른 생활 속에 이 비상식적인 행동을 위한 작은 영토 찾기를 시도하는 데 만족하지 않는다면 나는 다른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 모든 것이 쓸데없는 게임이면 어떻단 말인가? 내가 다 알고 있으면 어떻단 말인가? 단지 아무 소용 없다는 이유로 나는 이 게임을 포기할 것인가?

148~149
에로티시즘은 단순히 육체에 대한 열망만이 아니라 똑같은 정도로 명예에 대한 욕망이기도 해요. 우리의 파트너, 우리를 좋아하고 우리가 사랑하는 파트너는 우리의 거울이 되고, 우리의 중용성과 가치의 척도인 겁니다. 그런 점에서 나의 예전 그 창녀의 과제는 쉬운 것이 아니었어요. 모든 사람하고 자게 되면, 사랑의 행위처럼 그렇게 평범한 일이 여전히 어떤 중요성을 지닐 수 있다고 믿지 않게 ㅗ디죠. 진정한 관능의 명예, 그것을 그러니까 반대편에서 찾게 되는 겁니다. 남자는 그녀를 원하지만 그녀는 거부하는, 그런 남자만이 그 창녀에게 자기가 아주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믿게 해 줄 수 있었던 거예요. 그리고 그녀는 자기 스스롤 보기에 가장 훌륭하고 가장 아름답기를 바랐으니까, 거부를 통해 명예롭게 만들 그 유일한 남자를 선택해야 했을 때 지극히 엄격하고 까다로운 모습을 보였지요. 그녀가 마침내 선택한 것은 나였고, 그건 특별한 명예라는 것을 나는 알게 됐어요. 그리고 지금도 그걸 사랑에 관한 내 가장 큰 성공으로 여기지요.

151
"..모든 통계학자들이 그렇게 생각할 겁니다. 그 모든 사이버네틱스 기기들이 이런 방향으로 결론 내릴 테죠. 그런데 있잖아요, 어쩌면 바로 그래서 제가 그녀를 거부하는 건지도 몰라요. 필연성에다 대고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 거죠. 인과 법칙에 다리를 걸고 싶은거예요. 우주의 흐름의 그 음울한 예측 가능성을 자유의지의 변덕으로 실패하게 하고 싶은거 말이에요."

"하지만 그 목적에 왜 엘리자베트를 골랐어요?" 과장이 외쳤다.

"바로, 잉유가 없기 때문에요. 이유가 있다면 사람들은 미리 그걸 발견할 수 있고 미리 제 행동을 결정할 수 있을 거예요. 우리에게 부여된 이 자유의 한 토막은 바로 이 이유의 부재 속에 있는 거고, 이 냉혹한 법칙의 세상에 약간의 인간적인 무질서가 존속하도록 우리는 그것을 쉼 없이 꾸준하게 지향해야 해요. 동료 여러분, 자유 만세!"

153

"자기가 의식하고 있는 것에만 책임이 있다면 바보들은 애초에 모든 잘못을 면제받겠군. 하지만 플라이슈만, 사람은 알아야만 할 의무가 있지. 사람은 자신의 무지에 책임이 있는 거야. 무지는 잘못이야. 바로 그래서 그 무엇도 자네 잘못을 사해 줄 수 없는 거고..."

170

"돈 후안은 주인이었는데 수집가는 노예지요. 돈 후안은 관습과 규범 들을 뻔뻔하게 어겼어요. 위대한 수집가는 이마에 땀을 흘리며 고분고분하게 관습과 규범을 실행할 뿐이에요. 왜냐하면 수집한다는 것은 이제 예의범절과 올바른 태도에 속하고, 거의 의무로 영겨지니까요. 제가 잘못한 느낌이 든다면 오로지 엘리자베트를 취하지 않았다는 데 대한 죄책감인 겁니다."

170~171
"박사님, 그리고 과장님. 두분은 댈립항처럼 돈 후안을 죽음과 반대편에 놓으셨지요. 그렇게 해서 두 분은 순전히 우연히 그리고 부주의로 문제의 근원을 밝혀 내신겁니다. 보세요 우연히 그리고 부주의로 문제의 근원을 밝혀 내신 겁니다. 보세요 돈 후안은 불가능에 맞섰어요. 그리고 바로 그 점이 너무나도 인간적인 겁니다. 반면에 위대한 수집가의 왕국에서는 그 무엇도 불가능하지 않은 게, 그건 죽음의 왕국이거든요. 위대한 수집가는 비극, 드라마, 사랑을 손으로 붙들고 데려가려 온 죽음이에요. 돈 후안을 데리러 온 죽음. 기사가 지옥에 보냈으나 그 지옥의 불 속에서 돈 후안은 살아 있지요. 하지만 정념과 감정 들이 허공에서 깃털 처럼 맴도는 위대한 수집가의 세상, 그런 세상에서 그는 이제 완전히 죽었어요."

177

어떤 여자가 자기를 사랑한다고 플라이슈만이 무언가를 할 수 있었던 것일까? 이 여자에 대해 자동적으로 책임이 생겼던 것일까?

181~182

"그녀는 아마 자기가 원하는 겍 뭔지 정확히 몰랐을 거예요. 과장님은 자신이 뭘 원하는지 아시나요? 우리 중에 누가 자기가 뭘 원하는지 알까요? 그녀는 죽고 싶었고, 또 그러고 싶지 않았어요. 그녀는 정말 진심으로 죽고 싶었고, 또 동시에 (똑같이 진심으로) 자신을 죽으으로 이끌어 주고 그리하여 위대한 인물이 된 느낌을 주는 행위를 중지하고 싶었던 겁니다...

184
"사람들이 하는 말의 99퍼센트가 헛된 말이라는 걸 모르는 것처럼 그러시는군요. 당신 자신도 대부분 그저 말하기 위해서 말고 다른 무엇을 위해서 말을 하시나요?"

204
...그들은 묘지에 자리도 거의 없고 죽은 지 오래된 자들은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자들에게 자리를 내주어야 한다고 답했다...

...남편의 죽음을 막을 수 없었던 것처럼 그녀는 이 두번째 죽음, 죽은 자로서 준재하는 권리조차 더 이상 가지지 못하는 죽은지 오래된 자의 죽음 앞에서 그저 속수무책이었다.

237

그 빛이란 이런 것이다. .그녀에겐 삶에 우선하여 기념물 앞에 갖다 놓을 그 어떤 이유도 없다. 자기 자신의 기념물도 그녀에게는 단 하난의 존재 이유만 있을 뿐이다. 무시당한 자신의 몸을 위해 지금 그녀는 그것을 악용할 수 있다. 곁에 있는 남자가 마음에 들고, 젊고, 또 이 남자가 아마도 (심지어 거의 확실히( 그녀 마음에 들고 가질 수 있는 마지막 남자일 테니까, 그리고 그것만이 중요하니까. 그러고 나서 그녀가 그에게 혐오감을 주고 그의머릿속 그녀의 긱념물을 망가뜨리게 된다 해도, 이 남자의 생각과 기억이 그녀 바깥에 있는 것처럼 이 기념물은 그녀의 바깥에 있는 것이며, 자신의 바깥에 있는 것은 그 무엇도 중요핮지 않으므로 그녀는 개의치 않는다.

344

그런데 잘못된 소식의 함정이 (그가 미리 계획한 것이 아닌 이 함정이) 이 인물의 일관성을 깨뜨려 놓았으며, 에드바르트는 알리체의 생각들이란 것이 사실 그녀의 운명에 접착된 어떤것일 따름이며, 그녀의 운명도 실은 그녀의 몸에 접착된 어떤것일 뿐이라고 생각했고, 그녀는 이제 그에게 단지 몸과 생가과 살아온 세월의 우연한 조합, 비유기적이고 임의적이며 불안정한 조합일 뿐으로 보였습니다. 그는 (자기 어깨를 베고 깊은숨을 쉬고 있는) 알리체를 떠올리며 한편으로는 그녀의 몸을 보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녀의 생각을 보니 몸은 마음에 들고 생각은 우습게 보였는데, 이 몸과 생각은 어떻게도 일체를 이루지 못했답니다. 그녀는 마치 압지에 흡수된 선처럼 즉 윤곽도 형태도 없는 선처럼 보였어요.

346

형이 그 사람한테 진실만을, 정말로 그 사람에 대해 형이 생각하는 것만을 말한다면 그건 형이 미친 사람하고 진지한 토론을 하는 데 동의한다는 뜻이고 형 자신도 미쳤다는 뜻일 거야. 우리를 둘러싼 세상하고도 정확히 마찬가지야. 형이 세상 앞에서 진실을 말하겠노라 고집한다면 그건 형이 세상을 진지하게 생각한다는 뜻이겠지. 그런데 그렇게 진지하지 않은 어떤 것을 진지하게 생각하다는 건 자기 자신이 진지함을 다 잃어버린다는 거야. 나는, 나는 미친 사람들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나 자신이 미친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서 거짓말을 해야만 해.

351

아, 신사 숙녀 여러분, 그 무엇도, 그 누구도 진지하게 여길 수 없을 때, 산다는 것은 얼마나 슬픈 일인가요!

바로 그래서 에드바르트는 신에 대한 열망을 느끼는 것이니, 왜냐하면 오로지 신만이 어떻게 보여야 한다는 의무에서 벗어나 그저 존재하는 것으로 족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오로지 신만이 (유일하며, 존재하지 않는 구 만이) 비본질적인 만큼 더욱이 더 존재하는 이 세계의 본질적인 안티테제를 이루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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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독서관련 포스팅 좋네요. 바로 팔로우!! 지금까지 밀란쿤데라는 참존가 밖에 몰랐어요. 원히트원더 이미지였는데, 더 알아보고 싶어지네요

밀란 쿤데라 책 재미있는게 많은데 그중에서 저는 <<무의미의 축제>>가 가장 좋습니다. ^^;

53번 제 메모장에 저장하고 나갑니다ㅜㅜ 읽어봐야겠어요 대표작을 오래 걸려서 다 읽어 용기가 필요하지만 역시 좋은 건 벼하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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