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고싶은 영화] - 내 마음의 풍금(The Harmonium in My Memory

in #kr6 years ago (edited)

The Harmonium in My Memory.jpg

개봉이 된지 20여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정겹던 장면들이 생각나며 다시금 보고 싶은 영화가 있다. 60년대 산골 마을의 풍경을 아름답게 묘사한 영상과 음악 등이 곁들여진 수준급 작품으로 평가 받고 있는 '내 마음의 풍금' 이란 영화이다.
영화는 옛 고향마을의 정경과 내가 다녔던 국민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로 착각이 될 정도로 걸맞는 소품으로 시대적 배경을 잘 각색한 영화이다. 사견이지만 50, 60년대의 시골풍경을 이토록 잘 그려낸 영화를 아직 본적이 없다.

영화는 1960년대 시골 국민학교를 배경으로 이곳에 부임한 총각 선생과 그를 짝사랑하는 여제자와의 순수한 사랑, 시골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서정적인 시대극이다.
그 시대를 살은 사람들은 영화를 보는 장면마다 미소를 지을 것이며 그 시대를 살지 않은 젊은 세대들은 우리나라의 60년대의 분위기와 모습들을 볼수 있는 좋은 영화이다.

영화는 턴테이블 위의 LP 판이 돌아가면서 카니 프란시스코의 "Don't Break the heart that loves you"라는 노래가 흐르면서 시작된다.

영화는 사범학교를 막 졸업한 수하(이병헌)가 첫 부임지인 강원도 산골에 있는 국민학교로 가는 기차속의 영상으로 이어진다.
시골 5일장에 팔리러 가던 토종 장닭이 어르신의 품속에서 도망을 가자 뒤 쫓아가서 잡아주는 군인 아저씨의 모습, 꾸러미를 한체 "땅콩이나 오징어 있어요" 하는 장삿군의 목소리에서부터 멀미를 하는 장면등, 60년대 기차 속에서 보던 딱 그대로의 모습들이 판박이로 재현 되고있다.
강원도 산골 산리 마을의 정경,
꼬추래한 옷을 입은 아이가 집에 있는 고무신으로 엿을 바꾸어 먹을려다가 엄마에게 들켜서 도망가는 장면, "가차길옆 오막살이"줄넘기를 하다 빨래를 태워 먹고 엄마에게 혼날까봐서 달아나던 홍연(전도연)은 첫 부임을 오면서 길을 묻던 수하(이병헌)를 만나게 되고......
산골 마을답게 소란한 교실, 수하는 늦깍이 초등학생인 홍연의 담임 선생님이 된다. 홍연은 매일 검사받는 일기에 수하에 대한 마음을 적어내지만 수하는 같은 날 부임한 양은희(이미연)선생에게 마음이 가 있다. 양은희 선생과 수하가 가까워질수록 애가 타는 홍연, 양은희 선생이 서울의 약혼자와 유학을 가기 위해 급히 학교를 떠나자 홍연은 겨우 마음을 놓는다. 겨울이 다가와 학예회 준비로 한창인 산리 초등학교는 아이들의 장난으로 강당에 불이 나면서 상황은 바뀌게 되는데.........

영화는 흐뭇한 한장의 사진으로 마무리가 된다.

[50, 60년대의 추억들이 물씬풍기는 또 보고싶은 영화 내 마음의 풍금 The Harmonium in My Memory (1999)]

영화는 '수난이대(受難二代, 57)'를 쓴 작가 하근찬의 원작소설 '여제자(81)'를 각색하여 영상화한 작품이며 소설 '여제자'는 1948년 가을, 어느 산골 학교의 교사로 부임했던 하근찬의 실제 경험담을 담았다고 한다. 소설 '여제자'의 작가 하근찬은 1931년 경상북도 영천군에서 출생하여 1948년 전주사범학교를 중퇴하고 몇 년간 교사로 근무했다. 이영재 감독은 "95년도에 인상 깊게 접했던 '여제자'의 낭만성에 매료되어" 소설을 영화로 만들었으며 개봉은 1999년에 하였다.

그 당시엔 원판을 구하기가 참 어려웠던 시절인데 영화속의 일부 LP 판들이 백판이나 카피판이 아닌 원판으로 보인 점이 조금 어색했지만 Teen Angel 같은 수준 높은 노래들이 소개된 점은 높이 평가 할만하다.
영화에서는 Connie Francis 의 Don't Break the heart that loves you 를 비롯하여서 Platters 의 Only you, Tennessee Ernie Ford 의 Sixteen Tons, Harry Belafonte 의 Scarlet Ribbons(1956), Patti Page 의 Mockin' bird hill, I went to your wedding, Mark Dinning 의 Teen Angel 등등의 50년 중순부터 60년대초의 팝뮤직들이 약간씩 소개되기도 한다.영화에서 소개되는 노래중에서 Mark Dinning 의 Teen Angel (1960) 은 내가 참 좋아하는 노래이다.


영화의 배경은 1960년대 초반이다. 그 시대를 살은 사람들은 영화속의 소품이나 등장하는 장면들과 이야깃 거리들을 이해하겠지만 그 시대를 살지 않은 젊은 세대들은 전혀 이해하지 못할 장면들도 등장한다. 어떤 이가 영화의 내용을 들어 말도 안된다는식으로 혹평을 하는 글을 보았기에 하는 이야기다. 60년대에 시골에 손님이 오면 최고의 접대용으로 대접하던 백숙이라는 닭요리가 있었다. 닭 한마리와 마늘과 찹쌀로 푹 삶은 보신용 요리로 삼계탕의 예전 시골 버젼쯤으로 생각하면 되겠다. 그때는 인삼이 너무 귀하던 시절이라 인삼 대신 직접 생산한 마늘과 찹쌀과 키우던 닭 한마리를 직접 잡아서 국물이 하얗게 될때까지 몇시간이고 푹 구워 삶는 방식의 정성스러운 요리였다. 그 당시에는 산토닝이라는 회충을 없애는 구충제를 국민학교에서 배급 하기도 했고 이를 퇴치하기 위해서 학생들에게 일일이 디디티라는 가루약을 뿌려주며 궁핍했던 가정생활을 대신하여서 학교에서 학생들의 건강을 챙겨주던 시절이었다. 또한 학교에서는 장학사(요즘으로 치면 교육감 정도 되겠다)가 감사 형태로 학교를 방문 할것이라는 일정이 잡히면 미리 대청소를 하곤 했다. 학교 건물이 목조로 된 건물이 대부분이였기에 복도는 나무로 된 마루 형태였으며 방과후에 모든 학생들이 대청소를 하며 마루바닥에 촛불용으로 쓰이던 초를 박박 문지런 다음 걸래로 빛이 반짝반짝나게 딱곤했다. 걸래질을 할때는 구구단을 외우며 단체로 박자에 맞추어서 문지르곤 했다. 너무 잘 딱여진 복도는 반짝거리기도 햇지만 미끄럽기도해서 곧잘 선생님들이 쿠당탕 미끄러져서 자빠지기도 했다.



PS : 마침 유튜브에서 좋은 화질의 영상을 찾았기에 사라지기전에 소개해드리니 이 기회에 옛 추억들도 생각하시면서 다시한번 관람하기를 권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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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연 이병헌이 다 젊네요 ㅎㅎ
본인들이 봐도 신기할듯

20여년전 영화이니 두분다 그땐 참 젊었네요.
영화배우들은 자기가 출연한 예전 영화 장면 보면은 만감이 교차할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들려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zorba님이 donkimusa님을 멘션하셨습니당. 아래 링크를 누르시면 연결되용~ ^^
zorba님의 [2018/7/2] 가장 빠른 해외 소식! 해외 스티미언 소모임 회원들의 글을 소개해드립니다.

... gyedo 남캘리포니아 donkimusa/td> LA, 캘리포니아 t...

고맙습니다.

아 이게 벌써 20년전 영화군요 ㅎㅎ

전 안타깝게도 이 영화를 극장에서는 보지를 못했습니다. 아마 극장에서 이영화를 관람했다면 훨씬 감명깊게 보았을것 같습니다.

분명히 봤을텐데 기억이 나질 않네요. 장학사님 오시면 청소하는건 저희때도 마찬가지였어요. 글 읽다보니 푹 고운 토종닭백숙이 먹고싶네요 ㅎㅎ

영화는 분명히 보셨을 것으로 짐작이 됩니다.
토종닭백숙...
내가 어릴때 어머님은 도시에서 공부하던 큰형이 집에 올때면 꼭 닭백숙을 해주곤 했습니다. 그당시엔 참 섭섭하기도 했습니다만 나도 한참후에 도시에서 시골집에 들릴때면 닭백숙을 먹을 수 있는 차례가 오드군요.
그 시절이 참 그립습니다.

우왕 아니 이 영화가 벌써 20년이나 되었나요??? 시간 가는 것 무섭네요 진짜

덕분에 살아보진 못했지만 60년대를 함께 추억해봤습니다. :) 감사합니다.
허리는 다 나으셨나요? 건강하시죠?

뒤늦게 글을 보았습니다.
덕분에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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