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산 레퍼런스 헤드폰 K702 청음기

in #kr8 years ago (edited)

사실 비싼 오디오 기기를 쓰는 걸 개수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고, 그걸로 딱히 논쟁을 하고 싶진 않지만 개인적 경험으로 미루어 보아 비싼 오디오 기기는 분명 그 값을 한다. 비싸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지만 취향에 맞는, 충분히 비싼 기기로 음악을 들었을 때 압도해오는 경험의 차이는 분명하다.

음악 감상용 리시버는 크게 이어폰, 헤드폰, 스피커 정도로 나눌 수 있는데 나는 헤드폰을 추천한다. 물론 이 말에도 논쟁의 여지는 있다. 왜냐하면 이어폰의 사용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스피커의 개방감과 파워를 그 무엇보다도 우선으로 여기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솔직히 이어폰은 가성비가 나오지 않는다. 스피커는 앰프와의 매칭, 위상, 가격 등 휴... 생각할게 한둘이 아니다. 그러니 값싸고 편리한 헤드폰이 입문에는 최고라는 얘기.

이 글은 10~20만원대의 중저가 헤드폰을 쓰다 그 성능에 갈증을 느끼기 시작한 사람들을 위해 쓴 글이다.

K702의 포지션

중저가의 리시버를 사용하시는 사람들이 뭔가 부족함을 느끼기 시작할 무렵 눈에 들어오는 제품이 아마 Beyer Dynamic의 DT880, Denon D2000(절판이지만 중고도 쓸만해요), 오테의 AD-1000, 젠하이저의 HD600, 그리고 AKG K701 정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수 개월간 엄청난 시간을 들여가며 이 기기들을 청음해 봤었다. 하지만 기기마다 지닌 장단점이 워낙 뚜렷한지라 뭐 하나를 딱 선택하기가 상당히 애매했다. 그래서 결국 결정 장애의 나선 지옥으로... 그러던 와중 청담동 세헤라자드(당시 여의도 소리샵)에서 모집한 체험단에 덜컥 선정되어 제대로 맘 먹고 청음을 해봤다. 그 첫 기기는 AKG K702. 왜 701이 아니었냐고? 702는 케이블 착탈이 가능할뿐 음색은 701과 전혀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 말이 맞는지 확인도 할겸 과감하게 702를 선택했다.

헤드폰 구매에 관련한 세상의 모든 말을 개소리라고 해도 좋으니 이것 하나만 기억해라. 헤드폰은, 반드시 들어보고 사야한다.

Basic Spec - 디자인&케이블

K702가 701과 가장 다른 점은 바로 디자인과 착탈식 케이블이다.

K701.gif

k702_착탈케이블.jpg
위가 701, 아래가 702

디자인이야 개인적인 호불호가 있으니 사진을 보고 직접 판단하시면 되겠습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701의 화이트&그레이 밸런스가 정말 굉장하다고 생각한다.

701에 색(色)이 있다면 702에는 용(用)이 있다. 바로 착탈식 케이블이 그것이다. 리시버를 쓰다 보면 단선 걱정을 많이 하는데 특히 레퍼런스급 헤드폰처럼 고가의 기기를 사용하다 단선이 되면 그야말로 절망이다. 702는 착탈식 케이블이기 때문에 관리만 잘한다면 단선 걱정을 좀 덜 수 있다. 나처럼 관리가 귀찮은 사람들은 그냥 꽂아 놓고 평생 쓸 것 같지만.

기본 스펙 - 임피던스(62ohm)

701이나 702 고민하시는 분들 중 다소 높은 저항을 걱정 하시는 분들이 분명 있을거다. 그래서 701에는 퍼펙트 매칭이라는 그람슬리 솔로 앰프를 많이 추천해준다. 하지만 그렇게 걱정 할 필요는 없다. 62옴이라는 다소 높은 저항에도 불구하고 아이폰4s 같은 고대 유물에서도 충분한 볼륨 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성능 평가 - 착용감

사실 헤드폰 구매를 고려하면서 착용감을 따져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아무리 착용감이 별로라도 좋은 음질만 제공해주면 된다라고 생각하거든. 그런데 DT440과 AD700을 번갈아 사용하면서 착용감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DT440은 착용감이 정말 최악이다. 정수리 압박이 상당해 오랜 시간 음악을 듣기엔 확실한 고충이 있다. K702은 프리 밴드라 머리 크기에 맞게 자동으로 늘어나는 형태지만 그 탄성력 때문에 머리가 좀 아프다. 하지만 쓰다보면 밴드가 늘어나서 괜찮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기본 음색 및 청음 환경

K702는 기본적으로 플랫한 성향에 맑고 고운 소리를 내주는 것이 특징이다. 역시 음악은 둠칫둠칫이지 라고 생각하는 베이스 성애자는 다른 가게로 가보기 바란다.

나는 아이폰4s, 아이폰5s, 아이폰7을 소스 기기로 사용했다. 비교 청음을 위해선 보유하고 있는 오테 AD700과 베이어다이나믹의 DT440, B&O의 A8을 사용했다.

Base

내가 Base를 평가하기 위해 사용하는 곡은 Black Eyed Peas의 Latin Girl과 RHCP의 전곡이다. 레드 핫 칠리 페퍼스야 워낙 Base로 유명한 그룹이니 그렇다 쳐도 웬 BEP? 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의외로 이 그룹 음악성도 뛰어나고 베이스도 딴딴하다. 베이스 재현력 차이를 충분히 보여줄 수 있는 곡들이다.

결론만 말하면 K702는 저음의 양이 적다. 물론 저음의 밀도가 높은 편이긴 하지만 귓 속을 가득채울 만큼 풍부하지는 않다. 하지만 현의 울림 자체를 잘 표현해 주기 때문에 듣는 맛이 쏠쏠하다. HipHop과 Electronics 계열의 음악이 아니라면 충분한 저음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곡 중심으로 좀 더 확실히 말해주면, BEP의 Latin Girl이나 RHCP의 곡들 전부 괜찮았지만 Daft Punk의 Alive나 LMFAO의 Sexy and I know it, Wu-Tang Clan의 음악들은 심심했다.

해상도

나는 기본적으로 플랫하고 해상도가 높은 리시버들을 사랑한다. 일단 소리에 왜곡이 없고 깨끗해야 그 곡이 무엇을 표현하려는지 정확히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과감히 702를 선택해도 좋다.

702의 해상도는 발군이다. 각 음을 마치 정밀 기계로 세공해 놓은 것처럼 세밀하고 섬세하게 표현해 줄 뿐만아니라 타이트하게 조여주기까지 해 아주 매끈한 음을 들려준다. 마치 섹시한 스키니 진을 입은 슈퍼 모델을 보는 느낌이랄까? 특히 702는 어쿠스틱 음악과 아주 좋은 궁합을 보였는데 아무래도 현악기의 고음과 울림을 깨끗하게 표현해주는 702의 특성 때문이 아닐까 한다. 락 음악의 경우에도 베이스 부분에선 좀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기타 소리를 잘 뽑아 주기 때문에 나름 재미가 있다. 그래도 최고의 궁합은 곡의 대부분을 어쿠스틱 기타로 구성하는 Gontiti의 앨범들이었다.

Gontiti.jpg
일본산 통기타 듀오 아재

공간감

헤드폰을 쓰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공간감이다. 헤드폰은 확실히 이어폰들이 따라올 수 없는 훌륭한 공간감을 제공한다. 특히 702같은 오픈형 헤드폰들은 더욱 더 그렇다. 상당히 훌륭하다. 게다가 탁월한 음 분리와 깨끗한 해상도는 넓은 공간감을 두 배로 즐겁게 만들어 준다. 다만 가장 바깥 쪽의 음이 밖으로 뻗기 보단 안으로 수렴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이건 내 주관적인 느낌인데, 이렇게 음이 수렴하다 보니 DT880 같은 세미 오픈형 헤드폰에서도 나타나는 약간의 답답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보컬

사실 고음역대를 가진 가창력 있는 가수들로 평가를 해야 마땅하겠으나, 개인적으로 이런 스타일의 가수들을 좋아하지 않아 중저음이 매력인 India Arie의 곡들로 평가해 봤다.

깨끗한 음색을 가진 헤드폰 답게 역시 보컬에서도 좋은 능력을 발휘한다. 특히 보컬을 귀 가까이 밀착해 주기 때문에 헤드폰 특유의 '내 귀에 대고 노래를 불러 주는 것' 같은 느낌을 한껏 즐길 수 있다.

총평

AKG의 헤드폰 K702는 전체적으로 플랫한 성향에 다소 부족한 저음, 유용한 착탈식 케이블을 지닌 레퍼런스 헤드폰이다. 고음과 해상도, 공간감에 있어서는 발군의 성능을 발휘해 주기 때문에 클래식, 어쿠스틱 음악 등에 잘 어울린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레퍼런스 헤드폰이 주는 압도적인 한 방이 없다는 점이다. 어쩌면 이런 점이 K702처럼 플랫하고 깨끗한 성향의 기기들의 숙명인지도 모르겠다. 마치 음악 경연에서 미디엄 템포의 잔잔한 곡들이 낮은 순위를 받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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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폰을 써보고싶지만 역시 편리함이 가장 중요한 저는 이어폰이 최곤거 같아요. 추천해주실 이어폰은 없으신지

헤드폰 써보세요 생각이 달라집니다. 이어폰은 진짜 가성비가 안나와서 추천 하기 좀 그래요. UE의 700, 800, 900 정도 써보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깨끗함"을 추구하면 .... 어느것은 희생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 ;;

하나가 오면 하나가 가는 법이죠 ㅋㅋ

오늘도 잘읽었습니다.
kr , kr-newbie , kr-life , kr-daily 등의 태그도 좋더라구요.
항상 좋은글, 응원합니다 :)
[evendaybnwchallenge에 지목했어요 !
https://steemit.com/kr/@julianpark/7-day-black-and-white-photo-challenge-julianpark-day1

아니 이런 엄청난 이벤트에 저를 지목하시다니! 부담스럽고 또 감사합니다. 우찌 하는건지 잘 읽어보고 빨리 포스팅할게요.

3만원짜리 스피커 9년째 쓰고 있는 막귀입니다...ㅎㅎ

아... 그러시면 안 되요. 10만원대 헤드폰이라도 한번 써보시란 말입니다. 정말요. 진짜 다른 세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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