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잇의 부조리를 견딘다는 것에 대하여...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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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댓글을 보다보면 별 거 아닌 일로 세상 망할 듯이 인터넷 상에서 험악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의 일도 아니고 세상 뒤집어질 일도 아닌데 남을 잡아 죽여야 한다거나 자신의 목숨을 걸기도 한다. 그런 사람들을 볼 때는,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와 더 끔찍한 사건은 왜 외면을 하냐고 말해주고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추적 60분이나 스트레이트, 그것이 알고 싶다 같은 걸 보면 이 세상은 끔찍한 모순들로 점철되어 있는 것 같아서 정신병에 걸리지 않는 게 다행이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이다. 요즘 같은 세상에 태어난 사람들은 87년 이전의 세상에서 어떻게 사람이 살 수 있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누가 그랬던가.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인간들이 만든 사회에서 민주주의란 대단히 느리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나아지고 나중에는 돌이킬 수 없는 진보를 이루게 된다고. 우리나라가 민주공화국을 표방하며 만들어지고 나서도 수십 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진정한 민주화를 이루었으니, 참으로 느리기도 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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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잇은 세상을 꼭 닮아 있다. 부조리한 게 한두 개가 아니다. 뭣도 모를 때야 스팀이야 말로 현실의 부조리를 타파하기 위해 나온 신개념처럼 보이지만, 한 달 정도만 지나면 스팀의 부조리에 토악질을 하며 그만두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나 역시 그렇게 한 달 만에 스팀의 시스템에 환멸을 느끼고 떠난 적이 있었고, 마찬가지로 스팀에 대해 환상을 품고 왔다가 그 현실에 화들짝 놀라서 다른 곳에 스팀을 다단계 사기이며 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파하는 사람들도 수 없이 보았다. 그런데 어째서 나는 아직도 여전히 스팀을 지지하는가?

전에도 여러 번 말했지만, 그나마 스팀이 낫다는 것. 그리고 스팀 역시 계속 진보하고 있다는 것 때문이다.

그냥 때려 치면 그만임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모두 비슷할 것이다. 증인시스템, 보상 시스템, 개발자들의 못미더움, 자꾸만 떨어지는 코인 시세, 날려버린 투자금.. 그런 걸 생각하면 정말이지 미칠 것 같고, 그렇게 한 때 사랑하던 스팀은 어느새 최고 증오의 대상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버릴 수는 없다. 스팀이 가진 매력, 가능성, 즐거움, 다른 코인들이 고점 대비 99% 폭락할 때 4%의 차이를 만들며 95%에서 반등을 찍어준 탁월한 차별성(......)까지. 앞으로 예정된 로드맵을 보면 여전히 스팀은 얄미우면서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녀석이다.

아마도 그래서 파워다운하고 떠난다고 큰 소리 치던 사람들의 지갑이 여전히 빵빵한 게 아닐까. 그들이 느끼는 환멸감은 상대적인 것이다. 유토피아를 꿈꿨는데 결국 부조리함은 별 다를 바가 없다는 데서 오는 상대적 박탈감이 더 큰 것이다. 아마도 깨끗하리라 생각하던 존재가 조금의 부조리가 있을 때 더욱 더 크게 배신감을 느끼는 것과 비슷한 게 아닐까. 그래서 진흙탕에 염증을 느끼며 돌아서지만, 결국 돌아선 곳이 똥물이라는 걸 깨닫게 되면 ‘아, 그나마 진흙탕이 낫구나’싶은걸 알게 되는 것이다.

스팀은 맑은 물이 아니다. 스팀은 진흙탕이다. 하지만 다른 곳은 똥물이다. 나는 똥물에서 진흙탕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나마 스팀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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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하에서의 진보란 매우 긴 시간을 요한다. 생각대로라면 가진 게 없는 1인이라도 한 표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 같지만, 나 혼자의 1표로는 아무것도 안 된다. 말이 민주주의지 권력을 가진 자들은 매우 강력한 카르텔을 형성해서 결국 집단 독재 체제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혼자 세상을 바꾸려고 한다면 테러리스트가 되던가 아니면 무기력함에 좌절하며 모든 걸 포기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결국 세상은 바뀐다. 유시민 작가가 한 말이었던 것 같다. 결국 버티니까 바뀌더라는...

우리나라도 진정한 민주화가 되기까지 수십 년이 걸렸다. 오히려 원조 민주주의 국가들이 보자면 한국의 민주주의는 속도위반이고 경이롭기 까지 할 것이다.

경제 민주화를 외치며 블록체인이 등장한 지 10년 정도가 되었다. 그리고 스팀이 생긴 지 2년 반 정도가 지났다. 현실의 부조리를 개선하겠다며 등장한 것들은 현실의 부조리를 그대로 담고 있었고 실망한 사람들도 많았으며 허상이고 신기루이며 곧 망해 없어질 거라고 큰소리치던 사람들도 많았다.

나는 말은 쳐 주지 않는다. 오로지 현실과 현상만 따진다. 코인에 관심 없는 사람들이야 비트코인이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고 하지만 비트코인은 여전히 수백만원이다. 마찬가지로 스팀이 망해 없어질 거라고 작년부터 떠들던 사람들이 즐비하지만 스팀잇은 여전히 존재하며 여전히 개발하고 있고 여전히 업데이트되고 있으며 여전히 수많은 글이 올라온다.

나는 이미 스팀잇에 이미 한번 패배한 사람이다. 이건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망해 없어질 거라고 큰 소리 쳐 놓고는, 결국 망하기는커녕 떡상하던 그 순간 나는 나의 태도를 고쳐먹고 스팀에 순종하기로 했다. 그리고 어째서 내가 패배했는지 많은 분석을 했다.

스팀은 부조리하다. 증인시스템, 보상시스템, 그 무엇 하나 완벽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팀잇은 우월하다. 한두 개가 되었든, 여러 개가 되었든, 어쨌든 다른 것보다는 낫다. 자식이자 개선체인 이오스가 있지만 둘의 개발자가 다르고 진행방향이 다르다는 데서 여전히 스팀잇은 유효하다. 비트코인캐시가 나왔다고 비트코인이 망한 게 아니고, 이더리움 하드포크 되었다고 이더리움클래식이 망해 사라지지는 않았잖은가. 그리고 나중에 어떻게 될 지는 정말로 아무도 모른다.

이번에 하드포크가 있었다. 불평의 말들도 나오고 비관적인 의견도 보이지만, 나는 그 시도 자체를 긍정적으로 본다. 한번에 해결되는 일은 없다. 상상과 현실은 다르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고 해도 머릿속 구상과 실제 사이에는 큰 차이가 존재한다. 하물며 이런 대규모 프로젝트는 오죽하랴.

발음은 같지만 철자는 다른 게임 플랫폼 steam에서 미리 해보는 게임은 부족한 점이 있어도 재미만 있다면 사람들은 기꺼이 돈을 지불한다. 그들이 게임의 사망 선고를 내리는 시점은 더 이상 개발이 진행되지 않을 때다.

스팀잇은 여전히 개발되고 있으며 여전히 꿈과 같은 프로젝트들을 준비 중이다. 물론 그것들 역시 현실로 나오면 부족하고 부조리하며 많은 실망을 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은 좀 더 개선된 것이고 좀 더 발전된 것이며 앞으로도 계속 진보할 것이라는 증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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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쯤 스팀잇에 진정한 민주화가 이루어질까. 아마도 스팀잇이 더 커지고 수천만, 수억명의 사람들이 들어와서, 가진 게 없는 그들의 1표가 51% 이상의 의결권을 갖게 되는 순간이 아닐까. 그 때가 되면 지금은 어쩔 수 없는 부조리도 '조금씩' 개선이 될 것이다. 그 때까지는 이 부조리를 견딜 수 밖에 없다 .아니면 속 편하게 스팀을 떠나던가. 그러면 부조리를 견딜 필요도 없다. (다만 떠나서 도착한 곳이 스팀잇 보다 더 나은, 부조리 없는 곳인지는 보증할 수 없다.)

이제 겨우 2년 반... 그 기간 동안 스팀잇이 이룬 것과 3년, 4년, 혹은 10년 20년 후 스팀잇이 이룰 것을 기대하기에, 이런 부조리함에도 불구하고 나는 스팀잇을 여전히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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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보는 다핑님글!!

저는 머리가 나빠서 길게못쓰는데 다크님은 경험과 아는것이 많으셔서 기가막히게 써내려가셨군요.
훌룡합니다.
존경스러워요.
그리고 200%공감합니다.~^^

꾸준히 활동하는 님이 더 대단하십니다. ㅎ
저는 요즘 나태해져서 본업도 거의 내팽개친 상태라....

인기 좀 있다고 본인이 스팀잇을 호령하는 맹주나 되는 것처럼 떠드는 사람이 참 여럿 보입니다. 허허... 이럴 때 다크님의 글은 시원한 우물물 같군요.

요즘 스팀잇에 소홀했던터라 분위기는 잘 모르겠네요 ^^;;;
그런 분들이 있는 모양이군요. 흠...
뭐, 이런 저런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지요.
(근데 저도 한 때 그런 적이 있었기에 ㅋㅋㅋ)

동감합니다

닥핑님 오랜만의 글이네요.
부조리 하지만 부조리 하지 않는 머 그런 이야기죠? ^^

10년만 버티면 소고기 묵겠죠. ㅋㅋ

요새 통 글이 안 나와서 썼다 지웠다 여러 번 했었습니다.
좀 오만했는지 아무 때나 쓰면 나올 줄 알았는데,
이 글이라는게 매번 나오는 게 아니더라구요...;;;
마침 하드포크로 부정적인 에너지가 모인것 같아
글로 승화시켜 봤습니다. ㅋㅋ

스팀잇을 바라 보는 눈들이 달라서 아마 그렇겠죠?.
스팀재단은 개인보다는 SMT를 준비하는 기업이나 회사에 촛점을 맞춘 것은 아닐까? 하고 혼자 생각해봤습니다.

아직까지 길게 활동하진 않았지만 현재의 상황이나 대처하는 모습, 변화하는 속도를 보면 정말 답이없고 답답하다는 생각뿐이지만 왠지 모르게 스팀잇에 정이 있어서 아는 사람들은 다 그만둬도 그래도 하게되는 것 같습니다 공감하면서 잘 읽었습니다

가즈앗!!! ㅋ

블록체인 판이야말로 자본주의가 얼마나 지저분한지 극단적으로 볼수있는곳이라고 생각해요 ㅋㅋㅋ
그런데서 돈먹어보겠다고 똥물 뒤집어쓰고있는 제가 할말은 아닌거같지만요 ㅋㅋㅋ (저 공산주의자 아님, 자본주의 좋아합니다)

오히려 그런 온갖 사기꾼과 이기주의자들이 모인 무제한 격투기 판에서 아직도 생존하고 있는데 대단하다고나 할까요.

오랜만에 글 보니 좋네요^^

댓글에서라도 뵈니 반갑습니다^^

요즘은 완전 눈팅만 하고 있습니다.^^

  • 팔로^^ 합니다! 쓰레기차 피하다 똥차를 만난다는 대목에서, 절대공감! ...
  • AI가 절대로 근접할 수 없는, 그 폐쇄적이고 독보적인 부조리함과 일보일보 진일보하는 꾸준함을 위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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