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만으로 기질을 넘어설 수는 없다

in #kr6 years ago (edited)

흔히 돈에 미치면, 그래서 돈만 벌려고 산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막상 해 보면 쉽지 않다. 가령, 스팀에서도 셀봇만 해서 큰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막상 해보면 쉽지 않다. 나는 글쓰기를 매우 자신하는 편이며 하루에 100페이도 쓸 수 있는 사람이지만 막상 쓰려고 해도 지금까지 하루에 5개 이상 포스팅을 해 본적이 없다. (이 사실을 나는 하루 4개 포스팅을 했다고 뱃지가 나온 것을 보고 알았다.) 하물며 하루에 10개의 포스팅을 하는 것은 생각보다 대단한 노동해위이고, 그것을 매일 한다는 것 역시 몸을 쓰는 일 만큼이나 고된 일이다. (봇을 돌리는 것은 제외한다.)

스팀의 가치가 1달만에 올라서 재미를 본 분들이 많다. 그런 분들을 보면 배가 아프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들이야 말로 투자의 비법을 아는 사람들이다. 스팀뿐만 아니라 이 세상 모든 분야가 그렇다. 세상은 돌고 돈다. 어떤게 돈이 되다가도 그런 좋은 날은 오래 가지 못하고 다시 내려오는데, 기다리다보면 다시 좋은 날이 온다. 다만 그 날이 올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내 아는 분이 코인을 사서는 6개월을 존버했다. 그 사이 코인은 1/10토막이 나 있었다. 그런데 그 코인이 원래 가격에 가까워지자, 그래서 80%까지 올라오자 그만 모두 팔아버렸다. 그리고 지옥에서 벗어났다며 기뻐했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불과 1주일 뒤에 그 코인은 무려 8배까지 올라버렸다. 800%의 수익을 올릴 수 있었는데 20%를 손해보고 끝냈던 것이다. 180일을 기다려 놓고 불과 1주일을 더 못기다린 대가가 그랬다.

별로 분위기가 좋지 않은데도 그것을 계속 하는 것은 돈에 대한 욕망만으로는 힘들다. 왜냐면 욕망은 필연적으로 공포와 더불어 잃어버린 기회비용에 대한 후회를 동반하기 때문이다.

'스팀에 집어 넣은 돈을 다른 곳에 투자했더라면... 다른 일을 했더라면....'

요 근래 보상을 받은 분들은 저런 지옥같은 세월을 견뎌온 분들이다. 물론 스팀파워라는 현태로 인질로 잡혀 있어서 탈출이 쉽지 않았을 수도 있겠으나 그거야 방법론 적인 이야기이고.... 단지 욕망만으로 버티기에는 그 재미 없는 시절에도 꾸준히 스팀에서 글을 쓰며 채굴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며, 불확실한 미래의 보상만 바라보며 견뎠다고 하기에는 다른 무언가가 있어야만 한다.

나는 그것을 기질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열정과 습관이다. 스팀의 가격이 얼마든 상관 없이 스팀에 글을 쓰고 다른 사람들과 그것을 나누는 행위 자체를 즐기는 사람만이 그 암흑기에도 꾸준히 스팀을 해 왔고 그 보상을 받은 것이다. 나는 그들이 보상만을 노리고 스팀을 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이를테면, 해탈의 경지, 혹은 현자의 경지에 올라서 스팀의 가격이 오르든 내리든 상관없이 '그냥' 한 것이다.

사실 이건 스팀 뿐만 아니라 삶의 모든 위대한 성취에도 다 해당이 된다. 가령 김연아 선수는, 물론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겠지만 그것은 막연한 꿈일 것이고, 그 머나먼 목표 하나만을 보면서 연습을 하기에는 매일이 너무 벅찰 것이 분명했다. 다른 스포츠 스타들이나 위대한 예술가들 역시 마찬가지인데, 어떤 목표를 직접적으로 추구한다기보다는, 단지 그 행위 자체에 대해 즐거움을 느끼고 몰입을 하며 매일 같이 꾸준히 정진하고 그것을 습관으로 만든 사람들이다.

요 근래 스팀이 오르면서 돌아온 분들이 다 그렇겠지만 나 역시 후회를 한다. 사실 이런 일이 내 인생에 두 번째이기도 하다. 2014년에 채굴을 했으면서, 분명 오르긴 오를거라 생각했으나 채굴 자체를 즐기지 못했기에 채굴을 접었다. 이후 코인 가격이 오르는걸 보며 땅을 치고 후회를 했다. 이번에 스팀 역시 마찬가지다. 스팀이 오르긴 오를거라 생각했으나 스팀 자체를 즐기지 못했다. 그 결과 5개월간 스팀을 하지 않았고 그간 다른걸 해서 얻은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놓쳤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없던 기질을 만들 수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스팀이 돈이 된다고 생각해서 시작한 사람은, 다시 스팀 가격이 떨어지면 흥미를 잃고 또 떠날 것이며, 나 역시 그렇지 않으리라고는 장담할 수가 없다. 왜냐면 내가 스팀에 기질이 있었다면 스팀 가격과 관계없이 꾸준히 스팀을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번에는 조금은 다르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스팀이 비록 또다시 떨어진다고 해도, 마치 비트코인이 떨어질 때마다 다시 오르길 반복한 것처럼, 스팀 역시 주저 앉아도 계속 오른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이번에도 또 떨어진다고 해도 또 오를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욕망 때문에 스팀을 시작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욕망만으로 행위가 지속될 수 없다. 정(精)을 정(情) 승화시키는 것이 사랑을 영속시키는 행위이듯, 욕망으로 시작한 스팀을 기질로, 열정과 습관으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이 결국 언제 올지 모를 스팀의 영광의 시대에도 여전한 스티머로 남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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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황홀한 @dakfn님 안녕하세요! 깜지 입니다. 훈훈한 @joeuhw님이 너무너무 고마워 하셔서 저도 같이 감사드리려고 이렇게 왔어요!! 훈훈한 하루 보내시라고 0.3 SBD를 보내드립니다 ^^

감사합니다 ^^

좋은글입니다 .. 정말 즐길줄아는 사람이 일류라는말이 맞는말같네요 ~
모두 열정을 가지고 즐기다보면 좋은 결과가있겠죠?
다크핑거님도 좋은 결과있기를 바랍니당!^^

감사합니다. 즐기기 위해서는 즐거움을 찾는 노력을 해야 되는데 그게 열정이 아닌가 싶습니다.

ㅎㅎㅎ마지막 짤에서 빵터졌네요. 정말 사랑하기에 믿고 기다립니다. 스팀잇 만쉐이~!

존버의 약점은 너무 오래된 경우 털고 마음이 편해지고 싶다는 유혹에 빠진다는 것이죠. 아예 묻어두고 보지 않는 것을 추천 ㅋㅋㅋ 그러면 어느날 활동하다가 자신이 들고있던 코인이 급등했다는 소식이 어디선가 언급될 겁니다. 놀라울 정도의 수익률이라면 말이죠. 그때가서 들어가서 팔아야한다는 결론 ㅋㅋㅋ

멘탈관리가 중요하죠.
투기와 투자의 차이는, 떨어졌을 때 그 만큼 돈을 더 넣을 수 있느냐의 여부라고 하더군요.

욕망만으로는 절대 기질을 넘을 수 없다. 지난 10년 동안 글쓰기로 돈을 벌겠다고 열심히 해왔는데 가까운 지인이 그러더라고요. 너는 글쓰기를 하고 있을 뿐 돈을 벌기 위한 노력은 하지 않는다고요. 제 기질엔 돈을 부르는 DNA가 없나 봅니다.

글로 돈을 벌기 위해서는 대중에 맞춰야 합니다. 이건 글의 고저를 조절한다거나 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수 많은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져야 하는 동시에 자신의 개성도 잃지 않아야 하는 거죠. 이게 가능하면 프로이고, 이게 안되면 아마추어입니다.

공감이 많이 되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감사해

감사합니다. :-)

유용하게 잘 쓰는 사진 : 검은손가락님이 낙타를 올린 이후로 비코가 심상치 않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의외로 지지가 강해서 쌍봉이 아니라 삼봉 사봉 이렇게 횡보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여전히 비코의 미래에 대해서는 비관적이고 알트의 약진을 전망하고 있습니다.

자산투자건 노동으로 돈을 벌 건 가장 쉬운 방법은
누구나 다 아는 존버입니다

실상 이게 가장 어렵습니다만
가장 확실한 방법이죠

그나저나 강백호랑 소연이 연결이 안되지 않나요???
그럼 저거 슬픈 짤인데 ㅠㅠ

존버 하려면 투자 여력이 있어야 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존버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할 필요도 없이 풍족한 사람일 여지가 많습니다. 그래서 더 돈을 벌게 되지요. 반면 존버할 수 없는 사람은 돈이 급한 사람이고 그럴 수록 존버가 힘들어서 더 많은 돈을 잃게 되지요.

제가 좋아하는 마음공부 글이네요
역시 dakfn님의 필력은 차분함을 기초로 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와중에 마지막 짤까지...ㅎㅎ
스팀의 기질은 몰라도 글쓰시는 기질은 있으신것같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현실에서 저는 사실 차분하고는 좀 거리가 있는 다혈질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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