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쇼크에 코스닥 1000선 붕괴…AI 슈퍼사이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in #kr18 hours ago

반도체 쇼크에 코스닥 1000선 붕괴…AI 슈퍼사이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서두

2026년 6월 5일, 국내 증시가 검은 금요일을 맞았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478.82포인트(5.54%) 폭락한 8160.59에 장을 마감했으며, 코스닥은 47.29포인트(4.50%) 내린 1002.44로 마감했다. 장중 한때 코스닥은 1000선 아래로 내려앉으며 지난 1월 처음 돌파했던 1000선이 위태로운 상황에 놓였다. 미국 브로드컴의 실적 쇼크가 촉발한 이번 폭락장에서 반도체 대형주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종목들이 동반 급락하며 투자 심리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삼성전자는 6.40% 하락한 32만9000원, SK하이닉스는 8.53% 떨어지며 207만원선으로 밀려났다. 외국인 투자자는 이날 하루에만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5213억원을 순매도했으며, 이로써 20거래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이어가며 누적 순매도 규모가 7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필자가 보기에 이번 조정은 단순한 차익 실현 이상의 구조적 신호를 담고 있다.

분석1: 소부장 변동성 폭발, 하루 만에 극과 극

반도체 소부장 종목들의 변동성이 극단적인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전날 상한가(29.93%)를 기록하며 코스닥 반등을 이끌었던 원익IPS는 하루 만에 7.31% 급락세로 전환했다. 유진테크 역시 전날 29.97% 치솟은 뒤 이날 8.61% 하락하며 상승분의 상당 부분을 반납했다. 주성엔지니어링은 전날 27.22% 급등했지만 10.18% 내리며 낙폭이 가장 컸고, 브이엠도 28.23% 상승 후 5.32% 하락했다. 거래소에 따르면 이들 4개 종목의 이틀간 등락률 차이는 평균 35%포인트를 넘어선다. 반면 펨텍은 전날 29.96% 오른 데 이어 이날도 13.14% 상승하며 강세를 유지했고, 피에스케이도 26.27% 상승 후 0.79% 오르며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소부장 내에서도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되고 있는 셈이다.

이번 급락의 방아쇠를 당긴 것은 미국 브로드컴이었다. 브로드컴은 4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12.59% 급락한 418.91달러에 마감했다. 이는 지난해 1월 27일(-17.4%) 이후 16개월여 만에 최대 일일 낙폭이다. 호크 탄 CEO가 컨퍼런스콜에서 제시한 3분기 AI 반도체 매출 전망치 160억 달러가 시장 기대치 172억 달러에 크게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이크론(-7.74%), 샌디스크(-3.92%) 등 미국 주요 반도체주도 동반 하락했고,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2.15% 내렸다.

이동주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일주일간 국내 ETF 수급 동향을 보면 반도체 소부장주를 팔고 이익 성장세가 뚜렷한 대형 기술주로 매수세가 집중됐지만 반도체 소부장 업황에 변화가 생긴 것은 아니다"라며 "최근 1개월간 국내 반도체 소부장 기업들의 이익 추정치 상향이 이어지고 있어 추가 조정은 오히려 좋은 매수 기회"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이번 AI 사이클에서 메모리 생산능력 확대 수요가 이전 사이클보다 훨씬 강력하며, 투자 강도 역시 2025년 반등을 시작으로 2028년까지 확대되는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내 생각에 이 같은 분석은 단기 변동성에 흔들리지 말아야 할 이유를 분명히 제시한다. 다만 개별 종목의 펀더멘털과 수급을 분리해 볼 필요가 있다.

분석2: 증권사 점포 재편과 자금 흐름의 이중주

증권업계에도 구조적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3월 31일 기준 국내 10대 증권사의 국내 점포는 438개로, 1년 전(444개)보다 6개 줄었다. 반면 해외 점포는 63개로 같은 기간 4개 증가했다. 미래에셋증권이 해외 점포를 17개에서 19개로, 키움증권이 1개에서 3개로 각각 확대했다. KB증권은 지난해 12월 인도 뭄바이에 사무소를 신설하며 인도 시장 공략에 나섰다. 미래에셋증권 홍콩 법인은 국내 증권사 중 처음으로 디지털자산 리테일 사업을 시작했다.

이러한 점포 재편의 배경에는 비대면 거래 확대가 자리 잡고 있다.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일부 고령층을 제외한 대다수 투자자가 온라인으로 거래하고 있고, 증권사들은 MTS 고도화에 주력하고 있다. 해외 점포 확대는 글로벌 사업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육성하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6개 증권사의 해외 현지 법인 당기순이익은 4억5580만 달러(약 6540억원)로 전년 대비 67.8% 급증했다.

라이언 오코너 글로벌X CEO는 이날 서울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올해 시장 변동성이 커진 것은 서로 긴밀히 연결된 지정학적 요인 때문이며 AI 발전과 같은 지속적인 구조적 호재 덕분에 펀더멘털 전망은 여전히 매우 긍정적이라 주식시장에서 발을 뺄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글로벌X는 2018년 미래에셋에 인수될 당시 81억 달러(약 12조원) 수준이던 운용자산(AUM)이 현재 1006억 달러(약 154조원)로 8년 새 12배 이상 불어났다. AI 테마 ETF인 '글로벌X AIQ'는 순자산 103억 달러(약 16조원)에 달하는 메가 펀드로 성장했다. 내 판단으로는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 진출이 이제 막 결실을 보기 시작한 단계로, 향후 3~5년간 글로벌 수익 비중이 현재의 2배 이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분석3: AI 반도체 슈퍼사이클, 꺾인 것인가 숨 고르기인가

이번 조정의 핵심 질문은 하나다. AI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끝난 것인가, 아니면 일시적 숨 고르기인가. 브로드컴의 실적 실망감이 촉발한 이번 폭락은 반도체 업황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시장의 기대치가 지나치게 높았던 데 따른 '눈높이 조정' 성격이 강하다. 실제로 브로드컴의 2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증가했지만, 시장이 기대한 '깜짝 실적'에는 미치지 못했다.

코스닥 지수는 올해 1월 종가 기준 사상 처음으로 1000선을 돌파한 뒤 4월에는 1200선까지 올라섰다. 하지만 최근 조정 국면에서 상승분의 상당 부분을 반납하며 1000선 수성 여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정부도 이에 대응해 금융위원회가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및 금융투자협회 관계자 대상 회의를 열어 코스닥 시장 활성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특히 5년간 150조원 규모로 조성되는 국민성장펀드는 직·간접 지원 약 10조4000억원이 코스닥 시장에 유입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브로드컴의 부진한 AI 매출 전망이 미국 반도체 업종 약세를 촉발했고, 국내 반도체 업종의 차익실현 빌미를 제공했다"면서 "여기에 위험자산 선호심리 위축과 스페이스X 상장으로 인한 글로벌 유동성 이탈이 겹치며 전 업종에 투매성 매도가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한편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같은 날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초과이익을 협력사와 노동자에게 분배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계약 단가 조정을 구체적 방안으로 제시했다. 이는 반도체 업황이 그만큼 호황 국면이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마무리

필자가 보기에 이번 코스닥 1000선 위기와 반도체주 급락은 두 가지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외국인의 매도 공세와 브로드컴 쇼크가 추가 하락 압력을 가할 수 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AI 투자 확대에 따른 반도체 업황 개선 흐름은 여전히 유효하며, 오히려 조정 국면이 양호한 진입 기회를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소부장 종목군 내에서 펨텍과 피에스케이처럼 차별화된 흐름을 보이는 종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증권사 점포 재편은 국내 브로커리지 수익 의존도를 낮추고 글로벌 수익원을 다변화하는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AI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핵심 동력인 HBM 수요와 데이터센터 투자는 2028년까지 지속 확대될 전망이므로, 단기 변동성에 대응하기보다 중장기 관점에서 우량 반도체주와 소부장 종목을 분할 매수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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