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네이션'을 통해 생각해본 '영화 관련 코인'의 전망

in #kr7 years ago (edited)

시작

어제 '맨프롬 어스 홀로신' 이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보통은 제작사 로고가 떠야 할 첫 오프닝에 이런 아저씨가 나오더군요.

처음에는 '너! 불법 다운로더 놈들 다 쥬겄어! 이 영상에는 추적장치가 심어져 있다! 고소장 받을 준비나 해라!!!' 라는 말을 하는게 아닌가 싶어 '으어 얼른 넘겨버려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대체 뭔 말을 하는지 들어는 보자' 싶었습니다. 넓적한 아저씨가 하는 말은, 저의 예상과는 전혀 동떨어져 있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Richard Schenkman 이고 2007년 개봉한 '맨프롬어스'의 감독입니다. 여러분이 곧 보게 되실 '맨프롬어스 홀로신의 감독이기도 하죠. 우리팀과 저는 이 영화를 보고자 하는 세상의 모든 사람이 이 영화를 다운로드 하거나 방송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매우 노력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우리는 '파일 공유사이트'에 직접 이 영화를 올리도 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들이 이 영화를 공짜로 볼 수 있다고 해서 우리가 이 영화를 만드는데 돈을 쓰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몇 달에서 몇 년간 영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고 그들은 돈을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당신의 직업이 무엇이든 당신이 돈을 받을 자격이 있듯이 말이죠.

이것이 제가 www.manfromearth.com 을 방문해 크고 작은 기부를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이유입니다. 이것은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자율시행제도 실험입니다. 우리는 이렇게 묻고 있습니다. '만약 당신이 우리 영화를 보고 마음에 든다면, 영화를 만든 사람들에게 직접 기부할 의향이 있으신가요? 여러분의 후원에 감사드리고 맨프롬 어스 홀로신을 즐겁게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감독님의 이야기를 듣고, 뜨끔 하면서 동시에 '정말 많은 사람들이 기부를 하고 있을까? 어떤 방식으로 기부하는걸까'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언급된 www.manfromearth.com 사이트에 방문하면 알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감독님의 말 대로, 맨프롬어스 사이트에서는 도네이션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눈에 뜨이는 점이 있죠?! 바로 'CRYPTOCURRENCIES' 부분입니다.


기부?

이걸 보고 들었던 생각은 '정말로 기부하는 사람이 많을까?' 였습니다. 감독님의 멘트가 인상깊은건 사실입니다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말에 공감해 기부하러 오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어쩌면 정말 감명받은 누군가 엄청난 금액을 신용카드나 가상화폐를 통해 기부해 줄 수도 있겠지만, 사실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해외에서는 이런 기부가 활발히 이루어지는지 여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국내에서 이런 방식의 기부는 어려운게 사실입니다. 한때 야심차게 도입되었다 사라져버린 티스토리의 밀어주기 기능처럼 말입니다.

개인적으로 기부란 '기부 앤 테이크(응?)' 라고 생각합니다. 순수한 목적의 기부를 하는 사람조차 '기부 액수'는 이를 통해 얻을 심리적 사회적 만족을 고려해 결정한다고 생각합니다. 영화관에서 만 원 안팎에 볼 수 있고, 실제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무제한 스트리밍/다운로드' 를 단 돈 5천원에 구매할 수 있음에도 이 영화에 100만원 1000만원을 선뜻 기부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또 그나마 현금보다는 심리적으로 기부하기 쉽다고 생각되는 '가상화폐'의 경우에도, 대게는 '투자'의 목적으로 가지고 있는 가상화폐를 선뜻 기부하기도 어렵거니와, 기부 자체만을 위해 가상화폐를 구입한다는 자체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스팀?! 뮤직코인?! 예상되는 문제점들

아마도 맨프롬어스와 같은 자발적 기부를 기대하는 영화 제작자들이 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스팀이나 뮤직코인과 같은 영화 플렛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개별 영화에 선뜻 기부하는 사람이 적다면, 아예 유투브나 비메오 처럼, 여러 영화들이 모여있는 플렛폼에 영화를 공개하고, '감상한 사람 수'와 해당 플렛폼에서 사용되는 '코인을 통한 기부'로 수익을 얻는 구조를 만드는거죠. '블로그'에서는 스팀, '음악'에서는 뮤지코인이 자리잡고 있듯이 말입니다.

문제는 만약 '제대로된(규모있는) 영화'를 올려놓을 수 있는 플랫폼이 존재한다면, 얼마나 많은 감독들이 참여할지, 그리고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이 제작비를 충당할 만큼 충분할지가 미지수라는 점입니다. 규모있는 영화를 제작하는데 몇 백만 달러가 소요된다면, 플랫폼을 통해 '최소 몇백만 달러' 이상의 수익이 나지 않는다면 어떤 감독도 이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만약 뮤직코인처럼 1뷰에 1무비코인(가상의) 을 지급한다면, 제작비 10억이 들어간 영화를 1억명이 관람하고 1억개의 '뮤비코인'을 받는다고 쳐도, 코인 가치가 10원이라면 겨우 본전인 셈이니까요. 특히 음악과는 달리 영화는 '두 세 번 이상' 보는 사람이 적기에 1억명이 관람하기도 힘들고, 그렇게 많은 인원이 감상할 영화라면 극장에 개봉하는게 훨씬 수익이 좋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수익이 낮으면 플렛폼에 올라오는 영화의 퀄리티도 낮아질 수 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결국 그 플렛폼은 유투브와 별반 다를게 없어지겠죠. 올라오는 영상의 품질 저하를 막기 위해, 작가를 가려서 받는 블로그 '브런치' 처럼 업로드 권한을 가진 감독을 가려서 받는다면, 이번에는 '누가' 감독으로서 영화를 올릴 수 있는지를 '누가 결정하는지'에 대한 문제가 생길 것입니다. 이 경우 아무도 새로운 영화 플렛폼을 이용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누구나 자유롭게 영상을 올릴 수 있고, 애드센스 등을 통해 확실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유투브가 있으니까요.

맨프롬어스 감독님의 말을 듣고 영화와 관련된 코인이 어떤게 있을까 검색해 봤습니다만, 이렇다할 코인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제가 찾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아마도 언급했던 문제점과 그 이외의 이런저런 문제점들이 사업 구상에 발목을 잡은게 아닌가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영화 산업 역시도 가상화폐를 통해 활발한 창작활동을 지원해 줄 수 있는 방법이 분명히! 있으리라 믿고는 있지만, 선뜻 그럴듯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게 사실입니다. 천재적인 누군가가 정말 무릎을 탁 칠만한 영화 관련 코인을 내놓는다면, 그때는 정말 없는 집이라도 팔아서 투자해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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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여러분들의 꾸준한 포스팅을 응원합니다.

영화를 통한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헤헷 감사합니다~!!

오늘 정말 춥네요 ㅜㅜ
좋은 컨텐츠가 즐거운 스티밋을 만드는거 아시죠?
짱짱맨이 함께 합니다

오늘도 고맙습니다~! :D

블록체인의 장점에 맞는 코인이여야 메리트가 생길 것 같아요!
단순히 원래 플랫폼에 보상으로 코인을 넣는다면 절대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느낌?
코닥에서 만든 코인처럼 영화와 영화에 들어 있는 음악 등 다양한 저작권에 대한 것을 블록체인으로 박제, 보호해주는 코인이 있으면 어떨까 합니다! ㅎㅎ

우오오 거기까지는 생각을 못해봤었는데 역시 대단하세요!!! 맞네요 블록체인이 근본이지 코인의 가치가 근본은 아니니까요! 제가 너무 투기꾼 처럼 생각했구나 ㅠ 반성했습니다 히힛 영화 속 저작권을 지킨다는 말씀이 와닿습니다. 뭔가 좀 더 연구하면 그럴듯 한게 나올 것도 같아요!!! ㅎㅎㅎ

헤헷 요즘 코인이 많고 가치가 확 올라가다보니 저도 이것저것 그냥 다 넣고 싶은 마음인걸요!ㅎㅎㅎ 호오 저도 더 고민해봐야겠어요 :D

콕 찍어서 영화 관련 코인을 개발하는것보단, 유튜브 나 디튜브같은 영상 공유 사이트가 발전해서 그 안에 영화가 담기는 게 더 가능성이 높을 것 같습니다
아니면 자신이 찍은 영상을 공유하는 대신 이것이 어떤 새로운 동영상을 만드는 데 쓰일 때 (예 - 매드무비) 그 대가로 코인을 지급하도록..? 이것도 쉬운 일은 아니네요
흠.. 또 무슨 방법이 있을까요

말씀대로 유투브 처럼 이미 존재하는 플렛폼에 영화 전용 공간을 만드는게 더 효율적일 것 같아요! 그런데 그쪽에서 여기에 블록체인 기술을 어떻게 접목할지, 얼마나 시장성이 있을지... 그게 어렵습니다 ㅠ 고민을 하다보면 그럴듯한게 나오겠죠...?! 구상이 잘 되면 한번 도전 해보고싶어요 ㅎㅎㅎ

유저들이 시스템 구성에 참여하고 이것에 대한 보상으로 토큰을 지불해야 시스템이 건전하게 돌아랄 것 같아요. 지금 막 든 생각인데 요즘은 유튜브에 아무 의미없는 스팸 동영상들도 판을 쳐서, 이것을 노드상에서 배제하는 역할을 유저들에게 맡기고 여기에 대한 보상으로 토큰을 제공하는 건 어떠려나요. 운영자 측에서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예정이었던 서버비용 부담을 줄이는 대신 그 일부를 유저들에게 돌려주고, 유저들은 스팸 동영상이 줄어드니까 동영상들을 더 쾌적하게 올리고?
그런데 이건 영화 플랫폼이라는 당초 구상과는 꽤나 거리가 생겨버리네요 흑흑 뭔가 새로운 구상이 떠오르시면 추★진 해보시기 바랍니다 :)

오오 스팸 배제에 도움준 사람에게 코인지급하는거 좋은 아이디어라고생각해요! 플렛폼형식은 일차적으로 떠오르는 아이디어라서 꼭 유지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뭔가 영화산업 발전에 도움이 될만한게 있을까?! 가 메인이니까요!!! 아이디어 뱅크이십니다!!! 좋은 아이디어 고맙습니다 정말!!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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